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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박자박
나가토유키 | L:57/A: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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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0 | 조회 103 | 작성일 2021-04-10 22: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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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박자박

나는 지은지 20년이 다 되어가는 낡은 아파트에 살고 있어.

 아파트가 낡아서 그런건지 방이 좀 좁아서 확장공사를 해서 방 하나랑 베란다를 없애고 그 공간까지 내 방으로 만들어버렸거든. 대충 구조를 그려주자면


 --문-----------문------------------문-----
ㅣ 방1 ㅣ   방2    ㅣ   베란다   ㅣ
 ------------------------------------------

 이게 원래 구조야. 그런데 지금은 다 터버려서

 ---문---------문-------------------문-----
ㅣ            책상      ㅣ
ㅣ     책장      침대      ㅣ
-------------------------------------------


 이렇게 방이 되어있어. (중요한 가구만 써넣었어..복잡해질것 같아서)


 이제 본론으로 들어갈게. 조금 된 일이야. 7,8월쯤이었을걸.

 침대에 누워서 공상을 하고 있는데 자박, 자박 하는 발소리가 머리맡에서 들리는거야. 장판에 발바닥 붙었다가 떨어지는 소리 있지? 딱 그소리였어.

 처음엔 내가 잘못들었나 싶어서 눈을 딱 떴거든. 방 안에는 나밖에 없으니까 그런 소리가 날리가 없다 싶어서 다시 눈을 감고 잤어. 근데 선잠이 들려는 찰나에 또 그 자박자박소리가 들리는거야. 이번엔 진짜 눈 못뜨겠더라. 어쩐지 눈 뜨면 뭐가 보일것같아서.

 그래서 눈 딱 감고 진짜 식은땀 줄줄 흘리고 있는데 볼에 뭐가 스윽 스치더라고. 계속 스윽, 스윽 이렇게 스치길래 이게 뭐지? 싶었는데 눈 뜨긴 무섭고, 이젠 소리도 안나고 해서 계속 눈감고 있다가 잠이 들었어.

 그러다가 학교에 가서 내 친구한테 그 얘기를 해줬어. 어제 이상한 일 있었다고. 근데 그 얘기를 듣자마자 그 얘 얼굴이 싹 굳는거야.

 그때 속으로 진짜 헉했다;; 얘가 좀 촉이라고 해야하나? 평소에도 그런게 좀 좋은 얘였거든. 이얘하고 있었던 얘기도 좀 많은데 그건 담번에 썰 풀게.

 암튼 왜 그렇게 표정이 꽁기하냐고 물어봤더니 이따가 자기랑 같이 내 집에 좀 가자는거야. 그래서 그냥 ㅇㅇ 하고 별일이야 있겠나 싶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거든.

 수업 다 받고 내집에 가는 내내 얘가 아무말도 없더니 불쑥 말을 꺼내는거야.

 "너, 자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지."
 "?? 무슨소리야?"
 "풍수지리 그런게 괜히 있는게 아니야. 자세한건 가봐야 알겠지만.."


 그러고선 다시 입을 딱 다물었어.

 그러더니 우리집 오자마자 내 방에 들어가더니 한번 픽 웃고 책상을 저 책장에 딱 붙여버리는거야. (이해안갈 사람들을 위해 방 그림 한번더)


 ---문---------문-------------------문-----
ㅣ     책상                    ㅣ
ㅣ     책장 침대                ㅣ
-------------------------------------------


 책장에 딱 붙여버리면 책을 못꺼내지 않느냐, 뭐하는거냐 물었더니 그얘가 쏘쿨하게 그러더라. 그럼 귀신하고 계속 살라고. 그러면서 자초지종을 설명해주는데 진짜 소름이 쫙 돋았음.

 내 침대가 방 2와 옛 베란다 자리에 겹쳐져 놓여있던게 원인이었어. 이얘 말에 따르면 사람이 살고 안살고는 진짜 큰 차이가 있대. 사람이 쭉 살던 곳에는 양기가 모이지만 안그런곳에는 음기가 모인다나. 근데 베란다는 사람이 잘 들어가지도 않을 뿐더러 들어간다 하더라도 거기서 긴 시간을 보내는게 아니라서 음기가 쭉쭉 쌓인 공간이래.

 거기다가 머리를 두고 자니 귀신이 안꼬이고 배기냐면서 절대 베란다쪽으로 넘어가서 자지 말라는거야. 그때 볼에 슥슥 스치던게 아마 귀신이 내쪽으로 허리 숙여서 보고 있어서 머리카락 닿았던 거였을거라고. 그나마 눈 안떠서 다행이지 눈 떠서 만약 내가 뭘 봐서 놀라거나 했으면 귀신이 나한테 관심을 보여서 들러붙었을거래.


 그 후로 나는 진짜 방에 딱 붙어서 자고 엔간하면 베란다쪽으론 안넘어가. 그래서 그런지 그 자박자박소리도 사라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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