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의 그녀
연휴 첫날 밤, 갑자기 누군가 저희 집 문을 두들겼습니다. 저는 술 취한 사람인가 싶어 얼른 문을 열었는데, 같은 동네에 사는 친구가 얼굴이 하얗게 된 채로 서 있었습니다. 온몸이 식은 땀으로 범벅이 된 채로.
친구를 방에 들어오게 하고 자초지종을 묻자, 몇 번이나 숨을 고르고 나서야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원룸에 혼자 친구는 추석 연휴라서 밤에 거하게 한잔 걸치고 집으로 가고 있었답니다. 집이 보일 무렵 친구가 사는 층 계단 창가에 누군가 보였는데, 낯선 여자의 얼굴이었다고 합니다. 아마 추석이라 다들 내려가는 바람에, 여자가 만나기로 한 사람도 어딘가로 가서 계단에서 서성이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런가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이상했습니다. 친구가 살고 있는 건물의 계단 창문은 높은 위치에 있어서 키가 큰 저도 그 창문에서 밖을 바라보지 못합니다. 까치발을 서야 간신히 보일까 말까 할 정도로 창문이 높게 있는데, 그 여자는 창문으로 가슴까지 보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왔다갔다… 서성이고 있었으니 뭔가에 올라간 곳도 아닐테고…
순간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든 친구는 올라가 볼 엄두도 못 내고 저희 집까지 단숨에 온 것이었습니다. 그 뒤로는 그녀를 보지는 못했다고 합니다만, 과연 그녀는 누구를 기다리고 있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