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게문학] 아바타라 ㅡ 14화

저번화: http://m.chuing.net/zboard/zboard.php?id=whigh&page=1&sn1=2&m_id=&divpage=10&best=&sn=off&ss=on&sc=on&keyword=아바타라&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48998

높은 철창으로 둘러쌓인 선수 대기실, 그 한쪽 구석에서 양복을 잘 갖춰입은 집행위원이 카메라를 향해 열심히 소리치는 중이었다.

"뜨거웠던 GOH도 초반을 넘어 중반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갈 차례!! 소개합니다.... 배틀월드!!!! 최근 인기 게임에서 착안한 이번 시즌 새로운 형태의 룰! 홀연 단신으로 사막에 투하! 그곳에서 각종 아이템 획득! 동료를 만들고, 적들을 말살! 마지막까지 남은 20명 안에 드는 자는 결승행 티켓을 거머쥐는 배틀로얄!! 지금부터 축제의 현장 속으로!!!"

선수 대기실은 동료를 만들기 위한 공간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자신이 팀의 리더를 맡기 위해 경기 시작 전부터 경쟁하는 것. 그것이 세계정부가 선수들을 굳이 한 장소에 모아놓은 의도였다.

그러나, 단 한명의 선수 '단모리' 의 존재로 인해 세계정부의 의도는 크게 틀어져버렸다. 정작 그는 곁에 있는 선수들에게 별 관심이 없는듯 했으나 다른 선수들은 서로 경쟁은 커녕 최대한 단모리의 눈에 띄지 않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다들 긴장해서인지 이상하리만큼 조용한 가운데, 단모리의 근처에서 명백히 그를 노리는 움직임이 있었다.

"...!!"

"싸, 싸인 좀 해주세요~"

그러나 그건 기습이 아니었다. 딘 아그네스가 종이를 펼치며 작은 목소리로 단모리에게 싸인을 요구한 것이다. 단모리는 약간 당황했지만 승낙하고 난생처음으로 싸인을 해주었다. 딘이 환하게 웃으며 돌아서려는 찰나, 단모리가 그를 불러세웠다.

"너도 올라왔구나? 나 완전 네 팬이야~"

잠시 움직임이 멈춘 딘의 얼굴에 섬뜩한 미소가 잠깐 떠올랐으나,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온갖 기계가 가득한 어느 큰 방 안에서, 단모리와 딘 아그네스가 신나게 대화하는 장면을 연구원 복장을 한 사람들이 화면을 통해 보고 있었다.

"저 녀석인가? 특정 신호를 발산한다는 녀석이?"

"네. 경기 내내 동일한 주파수를 발산 중인데, ADAM은 특수한 무기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경기 중에 사용한 흔적은?"

"없습니다. 전 경기를 다시 모니터링 해보았지만..."

"흠...  설령 국보 같은것을 숨기고 있더라도 경기 중에 사욤하지 않으면 반칙은 아니야. 계속 예의주시 하도록."

"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전 선수 비행기 탑승 준비!!"

딘과 단모리는 시간 가는줄 모르고 이야기에 몰두하고 있었지만, 스피커에서 울려퍼지는 목소리가 이만 헤어질 시간이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럼 이만..."

"응!! 서로 파이팅 하자구~!!"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단모리 선수!! 단모리 선수!!"

"엇?!"

깜빡 잠이 들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아무도 없는 것으로 보아 다른 선수들은 이미 전부 뛰어내린듯 했다. 단모리는 대충 주의사항을 들은 뒤 서둘러 낙하산을 매고 비행기 밖으로 점프했다.

'귓속의 [여의] 무게를 잘 컨트롤 해야 돼...!!'

단모리는 낙하산을 펼친 후 여의봉의 무게를 줄이는 술식에 신경을 쏟았다. 하지만 타이밍이 조금 안 맞았는지 낙하산은 잠시도 버티지 못하고 망가져버렸고, 단모리는 수천미터 밑으로 그대로 낙하했다.

"으아아아아아아!!!!"

단모리의 몸이 지면에 닿는 순간, 여의의 무게와 비행기의 높이가 만들어낸 위치 에너지는 거대한 크레이터와 함께 모래폭풍을 만들어냈다. 충격파와 함께 생겨난 거대한 모래의 벽은 단모리의 착지만을 기다리며 매복하고 있던 수십명의 선수들을 자비없이 쓸어버렸다.

그러나 정작 그만한 파괴를 일으킨 단모리 본인은 크레이터 한가운데에서 비교적 멀쩡히 걸어나왔다. 그래도 데미지가 아예 없는것은 아닌지,  근처에 있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단모리의 옷에는 약간의 피가 묻어있었다.

건물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단모리는 먼저 그곳에 와있던 선수를 발견했다. 하지만 그는 잠을 자고 있는 것인지 벽에 기대 앉은채로 움직이지 않았다.

"저기... 괜찮으세요...?"

단모리는 상태를 확인하려고 팔을 뻗었으나, 왼팔에 차고있는 팔찌에 전자음과 함께 'HP 0' 이라는 글씨가 뜨는 것을 보고 어찌된 일인지 깨달았다. 이 사람은 탈락한 것이다.

"흠..."

이 건물에는 아무것도 얻을것이 없다고 판단한 단모리는 다시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건물 정문 밖으로 발을 들인 그 순간, 단모리는 좌측 관자놀이에 강한 타격을 느꼈다.

"큭...!!!"

스나이퍼가 옆 건물 옥상에서 단모리를 노리고 있던 것이다. 단모리는 잠시 비틀거리더니 땅에 쓰러졌다. 설상가상으로 조금전 건물에서 발견한 탈락자도 단모리를 향해 천천히 걸어왔다. 단모리는 온 힘을 다해 몸을 날려 탈락자를 엎어뜨렸으나 오히려 그게 계략에 걸려든 꼴이었다.

탈락자의 몸에서 안개 형태의 독이 뿜어져 나왔다. 생각해보면 분명 HP가 0이었는데 움직이던 시점에서 의심했어야 했다. 꼼짝 못하고 독에 걸려든 단모리는 온몸이 마비되어 겨우 정신만 붙들어놓는게 한계였다.

"크흐흐흐... 내 최면술이 그럭저럭 먹혔나 보군.  거기에 인간폭탄을 만든다는건 정말 멋진 아이디어야..."

긴 후드를 뒤집어쓴 누군가가 선수들의 무리를 이끌고 단모리 앞에 나타났다.

"자 그럼...  녀석을 어쩐다?"

"가까이 가지마 파니메르. 내가 권총으로.."

권총을 든 선수 한명이 앞으로 나섰으나 그의 말은 도중에 끊겼다. 딘 아그네스가 어디선가 나타나 딱밤으로 그의 머리를 터뜨렸기 때문이다.

"감히... 너희가 누굴 건드리려는지 알기나 하는거야?"

겉모습은 분명 의심의 여지 없이 딘이었으나 그건 단모리가 알던 딘과는 달랐다. 그는 이렇게 잔혹한 녀석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딘의 몸에서 느껴지는 기운, 단(진)모리는 결코 잊을수 없는 기운이었다.

"딘...  너 대체?"

"후후..."

딘은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단모리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 미소 안에 대체 무엇이 담겨 있는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뭐야...!!"

※파니메르 차력 ㅡ 붕마왕Garuda

과거 제천대성, 우마왕과 의형제를 맺고 그들과 함께 천계를 침략한, 차력으로써는 초 네임드인 '붕마왕'

거대한 힘이 소용돌이치며 파니메르의 등에 푸른빛깔의 날개가 돋아났다. 다른 선수들도 각자 차력이나 무기를 이용해 딘을 공격할 준비를 했다.

그러나 상대가 될리가 없었다. 딘이 귀찮다는 듯이 팔을 휘두르자 파니메르와 그의 팀원들은 전부 멀리 날아가 건물이나 땅에 아무렇게나 팽개쳐졌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GOH 경기장 내부 지하 깊은곳, 세계정부 한복판에 있는 시설이지만 어째서인지 '동쪽의 현자' 한대위와 '비숍' 샤오첸이 복도를 따라 걷고 있었다. 단아한을 낫게해줄 '나노머신'. 그 나노머신을 연구, 개발하는 연구소의 위치를 알아내기 위해서 한대위가 직접 온것이다.

아무리 특급 기밀정보로 분류해 지키고 있더라도 한대위의 '전자기력'으로 만든 해킹 툴에는 당해내지 못할게 뻔하다. 이제 조금만 기다리면 연구소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때 샤오첸이 한대위의 팔을 조심스레 잡아당겼다.

"저쪽에... 보이세요?"

복도 바닥의 환풍구를 통해 보이는 것은 다름아닌 박무봉의 모습이었다.

다음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