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게문학] 아바타라 ㅡ 1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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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정부는 말 그대로 아비규환이었다.

"ADAM이 초비상사태 발령!!"

"각하!! 어서 지시를 내려주십시오!!!"

"차원이동이 더 이상 감지되지 않습니다!!"

박무봉은 아무 말도 없이 녹화 화면을 몇 번이고 돌려봤다. 차원이동 자체는 참가자 '파니메르'의 기술으로 판명된 이상 별 문제가 아니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딘이 단모리에게 건네준 검은 물체, 그것은 '용포'가 틀림없었다. 뿐만 아니라 ADAM의 분석 결과를 보면 딘이 차원의 틈에서 쏟아지던 유성우를 전소시킬 때 사용한 힘은 틀림없이 '마찰력'이었다.

"다른... 이상사태는 없나...?"

"GOH와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전 ADAM의 천체관측 시스템에 따르면 어째서인지 금성의 위치가 잠깐 틀어졌다 되돌아갔다고 합니다."

"아....아아...."

박무봉은 혼절할뻔 한것을 가까스로 참아내며 몸을 일으켰다. 17년 전 바로 머리 위에서 그림자를 드리우던 화성과 목성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보이는듯 했다.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거라고 생각했고 그에 따른 대비도 철저히 했다고 생각했으나, 막상 일이 코앞에 닥치니 정신이 아득해진 것이다.

"이로써 거의 확실해졌다... 단모리가 바로 '제천대성'. 그리고 딘 아그네스는 '666사탄'의 계약자였던거야. 차원의 틈이 어디로 이어졌는지는 아직 알아내지 못했나?"

"계속 조사 중이지만 아직 유효한 데이터는 찾지 못했습니다."

정신을 조금이나마 가다듬고 이런저런 지시를 내리고 있는 박무봉의 머리 위, 안절부절 못한 것은 한대위와 샤오첸도 마찬가지였다.

"여기서 계속 훔쳐봐도 더 얻을건 없는것 같네요. 최대한 빨리 단아한과 피치 신도를 데리고 동쪽으로 돌아가죠."

이쯤되면 박무봉이 단모리의 정체를 모르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그리고 제천대성과 17년이나 한 집에 살았던 단아한이나 안 그래도 의심을 받고 있던 피치 신도의 신변이 위험해지는 것은 시간 문제다, 이렇게 판단한 한대위는 샤오첸을 데리고 서둘러 지하시설을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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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 세력 어딘가 의료시설의 응급실, 단아한은 수많은 기계를 연결한 채 누워 의사들에게 둘러쌓여 검진을 받고 있었다.

"상태가... 많이 좋지 않습니다."

"현자의 지혜로 어느 정도 호전시킬 수는 있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닐 것입니다."

"역시.. 나노머신이 필요한건가?"

한대위는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때, 온통 붉은 옷을 입은 누군가가 응급실에 들어왔다. 그는 어린 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었으나 꽤 직책이 높은 사람인지 주변의 신도들이 황급히 길을 비켜주었다.

"앗... 좀 늦었나요?"

"아뇨 괜찮습니다. 우리가 조금 빨리 온겁니다, '비숍' 니콜라오."

니콜라오는 단아한을 잠시 쳐다보더니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약병 하나를 꺼내들었다. 약병은 마치 동네 마트에서 아이들에게 파는 '병원놀이 세트' 안에 들어있을 법한 모습이었으나, 그 내용물만큼은 그런 장난이 아니었다.

"만병통치약입니다. 병의 뿌리까지 고치지는 못하겠지만, 증상만큼은 확실히 낫게 해줄수 있을겁니다. 일주일에 한번씩 드세요."

니콜라오는 정말로 병원놀이를 하는듯한 말투로 설명을 마치고서 약병을 단아한의 머리맡에 내려놓았다.

"한대위 씨, '제천대성'은 차원의 틈으로 빨려들어가버렸고,  단아한 씨의 병을 '완치'하려면 남은 선택지는 하나뿐입니다."

"그래요... 아까 위치를 알아낸 나노머신 연구소에 잠입해 샘플을 빼 오는것이 첫번째 단계, 그리고 나노머신의 트리거인 박무봉의 '기계팔'을 뜯어오는 것이 두번째 단계가 되겠군요."

한대위는 얼마 전 박무봉과의 전투를 떠올렸다. 근방의 수많은 차력을 끌어오는 '와이파이'는 둘째치고, 가까이 가기만 해도 물리조작 능력을 반감시키고 훔쳐가는 '기계팔'의 힘은 매우 까다로웠다. 아마도 한대위와 붙을 경우를 철저히 대비해서 만든 듯 했다. 그리고 저번 싸움에서 얻은 데이터로 대Anti 한대위 능력을 더더욱 강화했을 것은 뻔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건 다음 싸움에서도 한대위가 '현자의 지혜' 위주의 전투를 벌인다는 가정하의 이야기다. 한대위는 이미 저번 싸움 이후로 '무투'를 끊임없이 갈고닦는 중이었고 만일 박무봉을 한번 더 만난다면, 그때야말로 극진공수도 폭격을 먹여줄 셈이었다. 이렇게 되면 승부는 알 수 없다.

"우선 나노머신 샘플은 비숍 샤오첸과 함께 지금 가지러 갔다오죠. 비숍 니콜라오는 '백승철'과 접촉해주세요. 차원의 틈에 빨려들어간 단모리의 행방을 찾아야 하니까...."

한대위는 그 말을 남기고 응급실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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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착함을 되찾은 박무봉은 조금전 경기 도중에 녹화한 수많은 자료들을 훑어보고 있었다. 대화 내용을 보면 아무래도 666사탄은 딘 아그네스에게 차력의 형태로 힘을 빌려준데서 그치지 않고 아예 '빙의'한것 같았다.

'위험하다.... 매우 위험한 상황이야....'

실제로 '가루다'의 대응이 없었더라면 사탄의 '행성던지기'로 인해 인류의 역사는 종말을 고했을 것이다. 비록 당장의 위기는 넘겼으나 녹화된 영상을 확인한 결과 사탄은 단모리, 아니 제천대성과 서로 '용포'까지 주고받는 사이가 된 모양이다. 차원의 틈 너머로 사라졌다지만, 언제 다시 돌아와서 제천대성의 복수를 할지 모르는 일이다.

"P, '강 박사'에게 당장 아가르타Agartha로 거처를 옮길 준비를 하라고 전해."

"아가르타라니... 어쩌시려는 겁니까?"

아가르타Agartha는 라그나로크 이후 박무봉이 10년도 넘게 심혈을 기울여 만든 방어시설이다. 존재하는 모든 과학적인 방법이 모조리 동원되었으며 거기에 수 십종류 차력의 힘을 더해, 안에서 밖으로 나가는데만 최소 10시간이 걸릴 정도로 모든 것을 뒷전으로 하고 오로지 방어력과 은폐기능에만 집중했다.

설령 주신主神급이라고 해도 아가르타의 위치를 특정하고 그 안에 숨어있는 인간을 습격하는데는 엄청난 시간이 필요할 것이며 지구를 통째로 날려버린다는 방법 외에는 별 수가 없을 것이다. 한 가지 단점이라면, 구동하는데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잡아먹는다는 점이고 그 때문에 실제로 사용하는건 이번이 처음이다.

"P 너도 같이 간다. 지금은 극도로 위험한 상황이고 아무도 믿을 수 없어. 내 최측근인 너와 강 박사 이 두 사람을 제외하고는 말이지..."

강 박사는 오래전, 박무봉이 세계대통령의 자리에 오른지 얼마 되지 않았을 시절에 얻은 인재다. 그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와이파이'나 ADAM의 제작은 꿈도 꿀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ADAM 본체도 같이 옮길거라고 전해. 우린 아가르타Agartha로 가서 바깥 상황이 정리될 때까지 기다리고 그동안 여러 업무는 홀로그램으로 대신한다."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