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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 신동집
토라도라 | L:57/A:522
793/2,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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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0 | 조회 76 | 작성일 2020-07-11 18: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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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 신동집

목숨
                                                         - 신동집 -

 

 


목숨은 때 묻었다

절반은 흙이 된 빛깔

황폐한 얼굴엔 표정(表情)이 없다.

 

나는 무한히 살고 싶더라.

너랑 살아보고 싶더라

살아서 죽음보다 그리운 것이 되고 싶더라.

 

억만광년(億萬光年)의 현암(玄暗)을 거쳐

나의 목숨 안에 와 닿는

한 개의 별빛

 

우리는 아직도 포연(砲煙)의 추억(追憶) 속에서

없어진 이름들을 부르고 있다.

따뜻이 체온(體溫)에 젖어 든 이름들

 

살은 자(者)는 죽은 자(者)를 증언(證言)하라

죽은 자(者)는 살은 자(者)를 고발(告發)하라

목숨의 조건(條件)은 고독(孤獨)하다.

 

바라보면 멀리도 왔다마는

나의 뒤 저 편으로

어쩌면 신명나게 바람은 불고 있다.

 

어느 하많은 시공(時空)이 지나

모양 없이 지워질 숨자리에

 

 

 

나의 백조(白鳥)는 살아서 돌아오라.

 

             -<서정의 유형>(1954)-

개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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