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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문 날에 비구름 - 김지하
조커 | L:45/A: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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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0 | 조회 226 | 작성일 2021-10-02 12:5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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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문 날에 비구름 - 김지하

이 가문 날에 비구름
                                                                              - 김지하 -

                                                       

 

 

"역적 최제우는 오라를 받으렷다."

불호령 벼락치며 선전관 정운구가 문짝을 발로 냅다 박차고 뛰어들어

수운 선생과 제자 열댓 명을 더불어 꽁꽁 묶어 그 길로 대구 감영에 철커덕 가두어 버렸것다.

수운 선생 석방시키랴 안면이며 금품이며 백방으로 줄을 대어 동분서주 노심초사하는 해월에게 옥중에서 쪽지가 나오는데 쪽지에 진서(眞書)로 일렀으되

"燈明水上(등명수상) 無嫌隙(무혐극)

 柱似枯形(주사고형) 力有餘(역유여)

물 위에 등불 밝으니 의심을 낼 틈이 없으나

기둥이 다 썩은 듯 보이지만 아직도 힘이 남았다."

그리고 이어서 왈

"나는 順受天命(순수천명)하리니

 너는 高飛遠走(고비원주)하라!"

 高飛遠走, 高飛遠走, 高飛遠走, 高飛遠走

높이 날고 멀리 뛰라! 높이 날고 멀리 뛰라! 높이 날고 멀리 뛰라!

어느 영이라 거역할 수 있으리오.

해월이 바로 그 길로 한바탕 아조 높이 높이 날고 아조 멀리멀리 뛰어 아득 까마득 태백산 쪽으로 들어가 버리고

<…중략…>

물 한 그릇 앞에 청하고 마지막 心告(심고) 끝에

"龍潭(용담)의 물이 흘러 새 우주의 근원 되고

龜岳(구악)의 봄 돌아와 온 세상에 꽃피리라

내가 죽어도 죽는 것이 아니요

내가 떠난 뒤 甲子(갑자)에 큰 생명 친히 오리니

안심하고 베어라 안심하고 베어라."

푸우

푸푸푸푸푸

망나니가 입에 문 물을 푸푸푸

내뿜고 칼을 높이 쳐들어 탁

쳐도 목이 그대로 말짱

푸우

푸푸푸푸푸푸푸푸푸푸

망나니가 물 내뿜고 칼을 높이 쳐들어 다시 탁

쳐도 목은 여전히 말짱

"아이쿠 이분이 神人(신인)이 틀림없다!"

더덜 덜덜덜

망나니 칼이 덜덜 떨려 몸이 후들후들 떨려 식은땀이 주루루루루루

"너 이놈 뭘 꾸물대느냐 어서 쳐라!"

<…중략…>

"아이쿠 찍어도 안되것습니다."

아때에 수운 선생

겁이 나 두 눈 뒤집혀 덜덜 떨어 대는 망나니가 측은해 다시 눈감고 긴 묵념 끝에

"이제 잘 떨어질 테니 안심하고 베어라!"

이 말 듣고 푸우

푸푸푸

다시 물 뿜어 칼을 쳐들어 탁 치니

<…중략…>

수운 목구멍에서 왼갖 중생 갖은 바닥쌍것들이 수도 없이 꾸역꾸역 기어 나오는데

팔도 농투산이란 농투산이는 다 기어나와

"사람이 한울이다! 이 도적놈들아 한울님 맛 좀 보아라!"

포졸이고 나졸이고 옥사정이고 금군이고 선전관이고 감사고 관찰사고 할 것 없이 모조리 덮쳐 몽둥이 방맹이 대창 쟁기로

두둥 뚝딱 두둥 뚝딱 따다다닥 딱 두둥 딱다닥 두둥 딱!

아조 장단 맞추어 예술적으로 들입다 조지고

백정이며 사당이며 딴따라, 기생, 화심이, 영자, 춘자, 때밀이, 안마쟁이, 니나노, 공순이, 공돌이, 뽀돌이, 식순이, 호순이, 화적떼, 비렁뱅이, 머슴, 시라이, 양아치, 작두날림, 종놈 종년들 와크르르 쏟아져 나와

"사람 섬기기를 한울같이 하렷다! 네 이놈들 우리가 네놈들 섬기는 것 좀 보알라!"

소 잡는 도끼, 사당패 물미장, 가야금, 장구통, 뿔방맹이, 작대기, 부지깽이로 우당탕 쿵쾅 땅 따당, 탕 퉁 쾅 땡 똥 똥 띠딩 온갖 잡그릇 박살나 와삭와삭 바삭바삭 쨍그랑 짱 꽝 똥 땡

왈자패 주먹, 각다귀패 뒷발질, 들병장수 술병, 도붓장수 담뱃대, 빵쟁이 꼴통, 용접쟁이 쉿쉿쉿, 하역쟁이 갈쿠리, 천통쟁이 재갈, 대장쟁이 망치, 놋쟁이 모루에다 갓쟁이 칠쟁이 고리쟁이 통쟁이, 판촉, 땅두더쥐, 금점꾼에 왼갖 여편네들 떼를 지어 수백만이 와글와글 바글바글 들끓어 대며 시천주 조화정에 시호시호 악을 쓰며 내닫고 치닫고 설치고 깝치고 날치고 판치는데

앉은뱅이 문둥이 귀머거리 벙어리 꼽추 폐병쟁이 성병쟁이 미치광이 캄캄소경 청맹과니, 꼽사동이 곰배팔이 쌍언청이 전동다리 훼젖이 두룸박이마빡 송곳턱 주먹상투 빈대코 다 튀어나와 감영마당 꽉꽉 차고 마루고 누각이고 댓돌이고 방이고 뒤뜰이고 지붕이고 문안이고 문밖이고 이리 우루루루 저리 우루루루

코빵뺑이 거지가 감사 방댕이를 냅다 걷어차며

"헤 히놈! 헤놈이 함사놈이냐? 헤이이이 호로해끼!"

이 북새통에 각설이패는 품바 품바, 단골네는 내놔라 내놔라, 춤광대는 춤을 덩실, 소리광대는 수리성, 천구성으로 냅다 "후천개벽이다…."

풀 나무 꽃잎사귀까지 모두 꼿꼿이 일어서 악을 쓰고, 벌거지떼 송충이 까마귀 개 닭 소 말 참새 까치 두루미 숭어 붕어 잉어 호랑이 사자 기린 봉황에 용이며 거북이며 왼갖 짐승에다 돌멩이 흙바람, 흙탕물에 왼갖 원귀 잡귀, 도깨비, 몽달귀신, 아귀, 축생, 아수라, 지옥 죄수들과 중음신과 천군만마 웬 하늘사람들이 떼지어 떼를 지어 우루루루루루 삼문을 와닥딱, 하늘이 담쑥 무너지고 땅이 특 꺼지는 듯 돌담 무너지듯 물결같이 흩어지니

 

 

 

감사 관찰사 선전관이 정신을 잃고 이리저리 피신할 때 개구멍에 대가리 처박고 두 다리만 흔들흔들 발로 교통정리하는 놈, 말 거꾸로 타고 어서 가자 꼬리 잡고 악쓰는 놈, 나졸 포졸 졸개들이 가관이다.

 

                                         -<이 가문 날에 비구름>(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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