츄잉~ chuing~
츄잉 신고센터 | 패치노트 | 다크모드
공지&이벤트 | 건의공간 | 로고신청N | HELIX
로그인유지
회원가입  |  분실찾기  |  회원가입규칙안내
누구나 시작점은 필요하다.
average | L:0/A:0
201/290
LV14 | Exp.69% | 경험치획득안내[필독]
추천 1-0 | 조회 714 | 작성일 2016-11-27 18:22:27
[서브캐릭구경OFF] [캐릭컬렉션구경OFF] [N작품구경OFF]
*서브/컬렉션 공개설정은 서브구매관리[클릭]에서 캐릭공개설정에서 결정할수 있습니다.
  [숨덕모드 설정] 숨덕모드는 게시판 최상단에 위치해 있으며 언제든 설정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시작점은 필요하다.

째각째각 시계 소리가 들려온다.

다시 아침이 밝아 온 듯하다. 거슬리는 시계의 알람 소리를 꺼버리고 다시 침대에 누워버린다.

열린 창문 사이로 구름이 보인다. 이대로 누워있었을 수는 없다.

일어나 침대를 내팽겨두고 방으로 나온다. 오늘도 살아있다.

밥을 챙겨주는 이는 없다. 그러나 그것이 외롭다거나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 그런 것이다.

나는 할 일잉 없다. 오늘도 일어나서 습관적으로 컴퓨터를 킨다.

적막함이 싫으면 옆에 있는 tv도 킨다. 시끌벅적하다.

배가 고프다. 점심이다. 나는 아침을 안 먹었다. 

라면을 끓인다.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라면을 지켜보다가 얼마 없는 계란을 넣는다.

냉장고를 뒤적뒤적 뒤져보다가 치즈 한장을 발견한다.

아침을 굶어서 그런지 점심은. 그럭저럭 먹을 만 하다.

라면 면발을 먹으면서 심심한 손을 위해 휴대폰을 쥐어 본다.

아무런 연락도 없다. 익숙하지만 익숙하지 않다. 나는 게임이나 하다가 

라면을 보니 불어서 맛이 없게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면을 버리고 국물에 밥이나 말아 먹는다.

설거지거리는 언제나 쌓여있다. 일주일에 한두번 스스로 할까 말까이다. 집안은 더럽다.

이리저리 발에 채이는 물건들을 차면서 나는 또다시 저 망할 전자파가 나오는 기계에 주저 앉는다.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술꾼을 아는가? 어린왕자에 나오는 술꾼.

술꾼을 술을 마시는 것을 혐오한다. 그렇지만 술을 끊지는 못한다.

나는 술꾼이다. 엄청난 술꾼이다. 그렇지만 아직 술에 빠져 죽지도 못한 술꾼이다.

이리저리 피곤하다. 시계는 3시를 넘어서고 있다. 

나는 오랜만에 제정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책을 한 권 집어든다.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너무나도 익숙한 구절이다. 나는 그 소설속의 인물을 나한테로 투영시킨다.

속이 불편하다. 아무래도 며칠동안 불규칙적인 생활을 해서 그런 건지.

아니 어쩌면 규칙적인 생활을 했는지도 모른다. 아침은 거르고, 점신은 언제나 라면. 잠은 언제나 늦게.

나는 남는 것이 시간이지만 인내심이 있지는 않다. 이미 여러 차례나 읽어서 낡은 책을

휙휙 넘기다가 마지막 즈음의 구절에 도착한다

"날자.날자.날자 한번만 더 날자꾸나"

비련한 주인공을 동정한다. 무감정하게 동정한다. 그리고 왜 켜는지도 모르는 컴퓨터를킨다.

갑자기 구토가 나올 것 같다. 전자파를 너무 많이 쐬었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인지 모르겠다.

변기 커버를 열고 거기에 머리를 처 박는다. 그 혐오스런 냄새에 더빠르게 구토가 스멀스멀 기어 올라온다.

면발과 밥과 위액과 국물이 뒤섞여 나온다. 나는 그 혐오스런 토사물을 뱉어 내고 변기를 내린다음에

거울을 쳐다본다.

나다. 왜 사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죽고 싶지도 않다.

굳이 죽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살고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드는 것도 아니다. 나는 그냥 살아있다.

더이상 컴퓨터를 하는 것은 무리로 보인다. 나는 아마 열이 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약을 찾는다. 유통기한이 지난 것 같아 찝찝하지만 괜찮을 거라는 마음으로 그냥 약을 삼킨다.

그리고 심심해서 나는 다시 tv를 튼다. 영화를 본다. 주인공은 멋지게 싸우고 있다.

나는 피곤하다. 약을 먹어서 그런지 매우 졸린다. 오늘은 일찍 자야겠다.

tv를 끄고 안경을 어딘가에다가 던져버린다. 배게는 정리하지도 않은 이불이면 충분하다. 

눈을 감는다. 아직은 잠이 오지는 않지만 몽롱한 낌새가 곧 잠이 올 징조다.

잠을 들기 전에 생각한다. 내가 왜 살고 있는지. 내가 왜 이렇게 됐는지. 그리고 내가 멋지게 살아가는 모습을 상상하며 자기위로를 한다.

추잡한 생각과 추잡한 액체가 방에 퍼지다. 역겨운 냄새와 역겨운 나는 널부러져있다.

그대로 나는 잠에든다.

나는 오랜만에 꿈을 꾸었다. 꿈 속의나는 어렸다. 꿈 속의 나는 가능성이 있었다.

어린아이때의 수명을 판다면 지금보다 비쌀 것 같다. 나는, 꿈 속의 나는 책을 읽고 있는다.

책을 읽다가 엄마가 하는 소리를 듣는다. 나는 방문을 연다. 어머니의 음식.

나는 허기를 느껴서 허겁지겁 먹는다. 어머니는 웃는다. 천천히 먹으라고 한다. 누가 뺏어먹지 않으니 천천히 먹으라고 한다.

그러나 빨리 먹는 것은 나의 습관이다. 밥을 다 먹고 어머니는 과일을 깍고 계신다.

과일을 먹으려다가 갑자기 학교에서 나눠준 유입물이 생각난다. 나는 그 유입물을 가져다가 어머니께 보여드린다.

장래희망이다. 부모님의 의견과 나의 의견을 적어서 써야 한다. 나는 엄마에게 묻는다

"엄마는 내가 뭐가 되었으면 좋겠어." 나는 엄마가 뭐가 되어라, 뭐를 하여라라고 지시만 한다면 무엇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엄마는 웃으면서 말하신다.

"나는 너가 그냥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어. 너는 뭐가 되고 싶어?"

나는 생각을 한다. 계속 생각을 한다. 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은 건지 나는 말을 하지 못한다.

"나는.. 모르겠다. 어른이 되고 싶어!"

나는 그 말을 하고 눈을 뜨게 되었다. 시계를 보니 9시다. 저녁을 먹을까?

있는 반찬 없는 반찬을 다 꺼내 놓고 저녁은 푸짐하게 먹을려고 한다.

밥을 먹으면서 tv를 본다. 뉴스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거의 다 추잡하다. 그러나 나도 만만치 않게 추잡하다는 것을 나는 떠올리지 못했다.

그러다가 문득 자기계발을 하고 싶어져서 동기부여 동영상을 틀어 본다.

멋진 연사와 멋지게 변화하는 사람들. 그러나 이것을 본 것은 처음이 아니다. 그리고 마지막도 아닐 것이다.

나는 조용하게 이미 몇십, 몇백, 혹은 몇천번을 생각해봤던 생각을 또 생각해본다.

내일부터는 진짜 잘해야지...

그러나 내일을 꿈꾸는 사람에게 내일은 다가오지 앟는다.

내일은 다가오는 존재가 아니다. 성취하는 존재다.

10시가 되면 공부해야지. 그런 소리는 변명거리밖에 되지 않는다.

시작할 거면 9시 34분 18초 같은 애매한 시간에도 시작을 해야 한다.

특별한 날 따위는 없다. 시작한다면, 그것이 특별한 날일 것이다.

"이 또한 이미 많이 생각했던 일이야."

나는 말을 하였다. 너무 오랜만에 말을 해서 그런지 목이 아프다. 물을 벌컥벌컥 마시다가 체를 한다.

내일은 외출을 할까.. 그 생각을 하고 잠에 빠져 든다.

그리고 다시 아침이다. 해는 밝다. 언제 침대로 기어 올라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침대다. 다시 짜증나는 알람을 끈다.

오늘은 얼마 없는 돈과 교통카드를 챙기고 옷을 챙겨 입는다. 머리도 감는다.

보통 사람과 다를 바가 없는 모습을 한다면 사람들은 관심을 가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노숙자같은 차림을 한다면 관심을 가질 것이다. 악의적인 관심. 두렵다.

너무나 오랜만에 문을 연다. 하늘은 파랗다. 해는 눈부시다.

다행이다. 날씨가 우중충했으면 나의 기분도 썩 좋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는 버스를 탄다. 목적지는 이미 정해두었다. 탈 것도 너무 오랜만에 타서 또 멀미를 하고 자빠진다.

창문을 연다. 바람이 상쾌하다. 나는 어린아이마냥 바람을 실컷 쐰다. 살거같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나는 꼭 찍는 것을 잊지 않고 찍고 내린다.

그리고 조금만 걸어간다. 납골당이 보인다. 

나는 납골당을 본다. 여기오면 뭔가 달라질 것 같아서 와보았다. 하지만 알다시피 납골당에 한 번 온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안녕하세요. 엄마"

빤히 쳐다보지만 죽은 사람에게서 들려줄수 있는 대답은 없다. 하물며 시체도 제대로 남아있지 않은 잿더미에게서는.

뭔가 조금 기분이 나아진 것 같다. 하늘은 파랗다. 해는 중천이다. 뭔가 시작하기에는 좋은 날씨인 것 같다.

이미 수십번 실패했지만 누구에게나 시작은 있다.

그리고 시작점은 필요하다. 그러니 나는 계속 걷다가 포기한 이 길을 또한번 시작해야겠다.

------------------------------------------

이 글을 쓰고있는 나도 이 글을 읽고있던 누군가도 시작점은 필요하다.

특별한 날은 없다. 오직 평볌한 날만이 계속 된다.

그러나 나는 그러나라고 말할 수 있다면 좋겠다.

시작한다면. 그 날이 특별한 날이 될 것이다.

내가 스스로 사람이기를 바라면서 사람이 되기를 바라면서 사람이 되기를 포기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끝마친다.

개추
|
추천
1
반대 0
신고
    
  [숨덕모드 설정] 숨덕모드는 게시판 최상단에 위치해 있으며 언제든 설정할 수 있습니다.
의견(코멘트)을 작성하실 수 없습니다. 이유: 30일 이상 지난 게시물, 로그인을 하시면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츄잉은 가입시 개인정보를 전혀 받지 않습니다.
즐겨찾기추가   [게시판운영원칙] | [숨덕모드 설정] |   게시판경험치 : 글 15 | 댓글 2
번호| | 제목 |글쓴이 |등록일 |추천 |조회
10219 시 문학  
 [1]
average
2016-02-14 1-0 746
10218 시 문학  
창문 바깥의 풍경
average
2016-02-14 0-0 820
10217 시 문학  
행복을 놓아라.
average
2016-02-14 0-0 916
10216 잡담  
소재 [1]
average
2016-07-14 1-0 646
10215 창작  
제목없음
average
2016-07-24 1-0 722
10214 시 문학  
내가 안다는 것은
average
2016-07-24 0-0 586
10213 잡담  
재미있게 읽었던 구절 [1]
average
2016-07-24 0-0 884
10212 시 문학  
.
average
2016-07-27 0-0 553
10211 시 문학  
비난
average
2016-07-27 0-0 619
10210 잡담  
이유 [2]
average
2016-08-02 0-0 684
10209 창작  
장님이야기 [1]
average
2016-10-24 1-0 812
10208 잡담  
낭비
average
2016-11-06 0-0 843
10207 잡담  
미래사회상상
average
2016-11-21 0-0 598
10206 잡담  
문장 아무거나
average
2016-11-24 0-0 589
창작  
누구나 시작점은 필요하다.
average
2016-11-27 1-0 714
10204 창작  
문의 건너편
average
2016-11-27 1-0 601
10203 잡담  
기묘한 꿈 이야기
average
2016-12-12 0-0 795
10202 창작  
그냥 아무거나 [1]
average
2016-12-17 0-0 744
10201 시 문학  
밤거리 [1]
average
2016-12-20 0-0 749
10200 창작  
눈물의 호수 [4]
average
2016-12-20 1-0 961
10199 창작  
길거리 흡연충을 위하여 [5]
average
2017-01-01 2-2 1976
10198 창작  
아무것도 아닌 글들
average
2017-08-16 0-0 330
10197 창작  
괴리감 [1]
average
2018-04-03 0-0 507
10196 창작  
폐인
average
2018-04-25 0-0 539
10195 시 문학  
단정함
average
2018-06-18 0-0 403
      
1
2
3
4
5
6
7
8
9
10
>
>>
enFree
공지&이벤트 | 접속문제 | 건의사항 | 로고신청 | 이미지신고 | 작품건의 | 캐릭건의 | 기타디비 | 게시판신청 | 클론신고 | 정지/패널티문의 | HELIX
Copyright CHUING Communication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chuinghelp@gmail.com | 개인정보취급방침 | 게시물삭제요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