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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아 명장면 TOP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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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1 | 조회 7,002 | 작성일 2015-09-18 00: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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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주의

정발된 11권까지만 뽑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장면 순 임다

어째 전부 아지다카하 편이다

TOP 5

-7권 中-

"아... 아, 아아...?!"

흑토끼의 어렸을 적 기억이 뇌리에 되살아났다.
불타는 고향과 아비규환. 숲을 뒤덮을 정도의 야수의 무리.
'달토끼' 일족을 고작 하룻밤 만에 멸망시킨 괴물.
"거짓말... 저 마왕은... 카나리아님이 해치웠을 텐데...?!"
한 걸음, 두 걸음 정신 나간 듯이 흔들리는 발걸음을걸었다. 하지만 그게 화근이었다.
삼두룡의 두 눈동자가 잿더미 위에 서 있는 흑토끼를 보자마자 이 세상의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절규를 내지르며 급하강했다.
「GYEEEEEEEAAAAAAAaaaaaaaaEEEEEEEEEEYYAAAAAAAAAAAAAAAAaaaaaaa!!!」
그 절규는 활화산의 용감조차도 밀어내고 대지에 거대한 균열을 만들었다. 펜던트 램프는 깨지고 마지막에 유리꽃을 도시에 흩뿌리며 사라졌다.
넋이 나간 상태의 흑토끼는 돌진하는 삼두룡을 보면서 남의 일처럼 생각했다.
ㅡ아, 여기서 죽는구나, 라고.
"ㅡㅡㅡㅡ빌어먹을, 토끼ㅡㅡㅡㅡ!!!!"
대기가 터지는 소리. 그리고 두 개의 비명.
콰직, 하고 주먹이 깨지는 소리. 선혈이 흑토끼를 물들였다. 윤기있는 흑발과 하얀 피부는 오장육부에서 흘러나온 엄청난 양의 혈액으로 새빨간 피 화장을 했다. 그게 누구의 피인지 이해한 흑토끼는 눈동자를 극한까지 치켜뜨고 믿기지 않는 것을 본것처럼 외쳤다.
"...이자, 요이 씨...?"
치명상이었다. 옆구리를 후빈 삼두룡의 발톱은 이자요이의 오장육부를 꿰뚫었다.
이자요이는 깨진 오른팔을 바라보며 생애 첫 감개를  곱씹었다.
'...이거, 일 났군.'
ㅡ이길 수 없다. 이치가 아니라 엄연한 사실로 이자요이는 가슴에 받아들였다.
흑토끼는 방금 이상으로 넋 나간 상태에 빠질 뻔 했지만, 그런 유예를 줄 만큼 가벼운 적이 아니다. 이자요이는 옆구리에 발톱이 박힌 채로 있는 힘껏 외쳤다.
"끄, 아.... 흑, 토끼를... 데리고 도망쳐, 아르마테이아!!!"
「알겠다!」
결사의 외침에 호응하여 발굽을 울리는 아르마테아. 그녀도 전사다. 그것도 백전연마의 전사다. 이자요이가 그 외침에 담은 만감을 읽는 건 간단했다. 흑토끼를 붙잡은 아르마테이아는 날아오르는 순간 이자요이에게 인사하며 말했다.
「ㅡ무운을.」
"...그래. 그 녀석들을 부탁해. 이 용은... 내가 붙들고 있지...!!!"
그 말에. 그 뒷모습에. 흑토끼는 추억 저편에서 본 양친의 모습이 겹쳤다.
"아...아, 아... 안 돼...!!!"
알고있다. 그 뒷보습이 말하는 각오를 알고 있다. 그 각오의 끝을 알고 있다. 흑토끼는 아르마테이아의 등에서 몸을 내밀고 필사적으로 이자요이의 뒷모습으로 손을 뻗었다.
그걸 알아차린 이자요이는 고통의 표정을 억지로 미소로 바꾸고 고개를 옆으로 내저었다.
"ㅡ미안. 깃발을 되찾는 약속은... 못 지킬 것 같다."
생애 처음으로 똑바른 말로 사죄했다. 흑토끼는 차마 말로 맺지 못한 비명을 지르며 뛰어내리려 했지만, 요우와 아르마테이아가 그걸 막았다. 흑토끼는 굵은 눈물을 흘리며 손을 뻗었지만 그녀의 손이 닿을 일은 없었다.
멀어져 가는 그의 뒷모습은 하늘에서 쏟아지는 칠흑의 종잇조각 속에 사라졌다. 삼두룡은 도망치는 그녀들에게 눈도 주지 않고 세 쌍의 눈과 여섯개의 눈동자로 조용히 이자요이를 주목했다.
「...후후. 동지를 위해 목숨을 거는가. 역시 지옥의 도시는 수많은 세월을 보내도 나를 끓어오르게 하는군.」
".......흥. 이쪽이야말로... 경천, 동지야. 설마 말을, 하다니."
「물론. 본디 스스로의 괴물성을 높이기 위해 말은 하지 않는다. ㅡ허나 죽은 이가 상대라면 이야기는 다르지. 황천길의 선물 정도는 되겠지?」
큰 팔을 휘둘러서 이자요이를 발톱에서 쳐냈다. 그때 대량의 피가 상처에서 분출했지만 그걸 완력으로 억지로 틀어막았다.
이자요이냔 입가의 피를 닦고 불순하게 옷으면서 자세를 잡았다.
"그거 제법 눈치가 좋군. 어떻게 되든 하나... 너에게 묻고 싶었어."
「호오.」
삼두룡은 의외라는 목소리를 흘렸다. 이런 궁지에서 질문을 던지는 자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겠지.
호흡을 가다듬은 이자요이는 붉은 구슬 같은 여섯 개의 눈동자를 직시하며 물었다.
"너는ㅡ누구지?"
진지한 질문에 삼두룡은 실소를 돌려주었다. 허나 어쩔 수 없겠지. 그가 봉인된 200년 전에는 모형정원의 모든 주민이 그 이름을 두려워했다. 모두가 그를 경외했다.
「설마 내 이름을 묻는 자가 나타나다니. ... 좋도다. 200년 만의 투쟁이다. 이름을 댈 정도의 사치는 허용되어야겠지.」
삼두룡은 'Aksara'ㅡ'악' 의 어원을 새긴 깃발을 등에 나부끼며 과시했다.
그것은 세계의 실상이 아직 불명확했을 무렵. 하늘과 땅이 갈라지고, 빛과 어둠이 태어나고, 선과 악이 제정되고, 그들이 이 세계에 흘러 떨어진 최소단위로 형성된 가장 오래된 우주관.
그 반신을 등에 지고 삼두룡의 백사는 자신의 이름을 댔다.
「모형정원 세 자리 숫자 '조로아스터' 신들 중 하나ㅡ마왕 아지다카하. 종주에게 깃발과 세 자리 숫자를 받아 이번 생을 마왕으로서 지내기로 약속된 불구대천의 화신이다!!!」
활화산에서 작열의 바람이 불었다. 지옥의 산과 강 같은 바람을 받고 순백의 몸과 시뻘건 눈동자를 드러낸 마왕은 '악' 의 깃발을 나부끼며 포효했다.
 
「자, 오거라 수백 년 만의 영걸이여!!!
  사력을 다하라!!!
  지모를 다하라!!!
  만용을 다하고ㅡ내 가슴을 꿰뚫는 빛나는 검이 되어 보아라!!!」
 
그날 밤 별이 흔들렸다. 세 개의 세계를 꿰뚫는 폭풍이 불었다.  
정지했던 세계를 움직이는 톱니바퀴가 격동과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다.
 TOP 4
-8권 中-
 멀리서 울부짖음이 울렸다.
잔해에 파묻힌 이자요이는 야수의 환성에 눈을 떴다.
"..... 나도 참 진짜 질기군."  
쿨럭 피를 토했다. 만신창이인 건 말할 것도 없다. 오히려상처가 없는 부분을 찾는 게 나을 상황이었다. 통각은 이미 마비되었고, 피는 완만하게 계속 흐른다.
온몸의 뼈라는 뼈, 근육이라는 근육은 죄다 망가졌다.
이런 상태로 살아 있는 게 오히려 코미디일 정도다.
 "...졌, 나."
「그래. 네 패배다, 인간.」
 펄럭, 날갯짓을 하며 내려온 삼두룡. 그도 결코 멀쩡하지 않았다. 팔이나 다리에서는 방금 전의 충격으로 엄청난 양의 피가 흘렀다.
이자요이와 다른 점은 그 상처가 하나도 치명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칫... 뭐야, 너.  멀쩡한 거나 다름없잖아."
「당연하다. 우리의 힘은 이미 완전히 상쇄되었다. 네 목숨이 붙어 있는 것도 그렇지 않으면 설명할 수 없다.」
"예이, 그러십니까."
아무래도 좋다는 듯이 내뱉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불쾌하지 않았다.
완벽할 정도로 패했지만 분한 감정이 남지 않는 싸움이었다. 할 수 있는 건 다했고, 쓸 수 있는 수는 죄다 썼다.
이걸로 어떻게 안 된다면 결국 미치지 못했단 소리일 뿐.
"뭐... 시간은 벌었고. 아가씨나 카스카베라면 잘 도망치겠지. 도마뱀 세 마리가 쫓아갔다고 어떻게 될 여자들이 아냐."
하늘을 올려다본 채로 힘을 쭉 뺐다.
도마 위의 생선처럼 멋대로 잡아드십쇼~ 라는 듯 그 몸을 내밀었다.
삼두룡은 그런 이자요이의 자세를 비웃었다.
「과연, 세 마리로는 부족하단 말인가. ㅡ후후, 그거 좋군. 흘린 피가 헛되지 않을 모양이다.」
"뭐?"
고개를 가볍게 쳐들었다.
밤하늘을 올려다본 이자요이는 그때서야 간신히 주위 상황을 깨달았다.
둘의 충돌로 봉우리는 절반 이상 파여 소멸하였다. 하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밤의 장막에 요사스럽게 빛나는 붉은 눈동자.
그 숫자는 열이나 스물 정도가 아니었다. 고개를 쳐들었을 뿐인 이자요이가 봐도 가볍게 수백이 넘는 붉은 눈동자가 밤을 빛냈다.
"...허. 이거 농담이 너무 심하잖아, 제길...! 이런 숫자의 신령이 날뛰면 하층 정도는 순식간에 작살나겠군...!"
「분명 그렇겠지. 그건 그거대로 재미있겠지.」
삼두룡은 억양 없는 목소리로 내뱉었다.
하지만 그 한마디는 이자요이의 쾌락주의자로서의 마지막 긍지에 불을 붙였다.
"재미...라고? 흥, 웃기지 마라, 이 빌어먹을 용. 그렇게 아무 재미도 없다는 목소리로 말해선 설득력이 없잖아...!!!"
몸을 일으키고 삼두룡을 노려보았다.
싸울 힘은 이미 남아 있지 않다.
고로 이자요이는 규탄을 담아 마왕을 노려보았다.
"아지 다카하ㅡ순수한 '악' 의 신. 네 목적은 대체 뭐지?"
「.....」
"시치미 떼도 소용없어, 이 자식아...!!! 재미 운운하는 걸 보면 네게는 명확한 욕구나 목적이 있겠지! 그럼 그 목적은 뭐지?! 다른 마왕들이 그랬듯이 제멋대로이고 자기중심적인 이유가 네게도 있겠지! 아닌가?!"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자요이는 모든 것을 걸고 물었다.
그건 자기 뜻대로, 마음 내키는 대로 살아온 남자의 마지막 규탄이었다.
"가령... 가령 파괴활동이 네 목적이라면 그거면 족해. 서로의 욕심을 견주고 싸운 끝에 패한 거라면 납득도 할 수 있어. ㅡ하지만 넌 달라! 이만큼 신나게 싸우고, 이만큼 파괴해도 넌 만족하지 않았어! 나를 죽이더라도 너는 만족하지 않겠지! 그럼 네 목적은, 욕구는ㅡ정의는 어디에 있지!!!"
오장육부에서 흐르는 피도 무시하고 이자요이는 소리쳤다.
그러지 않으면 죽어도 도저히 눈을 감을 수 없었다.
이 마왕은 후에 분명히 모형정원의 세계를 엉망으로 파괴하겠지.
거대한 나무의 뿌리도, 경계벽 밖에 있는 황혼의 도시도, '노 네임' 의 본부가 있는 적막한 마을도.
여태까지 이자요이가 아껴왔던 것을 일체 구별 없이 족족 파괴한다.
ㅡ지켜 내지 못한 것은 솔직히 분하다.
그래도 상대가 의사 없는 폭력이라면 체념할 수도 있었다.
폭풍처럼, 해일처럼, 벼락처럼, 세계의 모두에 평등하게 쏟아지는 거라면 나았다.
하지만 이 삼두룡은 달랐다.
그것들을 짓밟으면서도 달성해야 할 목적과 의사가 있을 터이다.
"사카마키 이자요이... 인생 최후의 문답이다. 대답해, 마왕 아지 다카하. 그 등에 짊어진 '악' 이란 글자의 참뜻을...!!!"
흑사병의 마왕이 태양의 복수를 바라듯이.
흡혈귀의 마왕이 일족의 숙청을 바라듯이.
마왕 중의 마왕이라 일컬어지는 삼두룡에게 그 이유를, 그 참뜻을 물었다.
「내 정의를 묻는가...」
질리지 않게 유쾌한 인간이라며 삼두룡은 웃었다. 마지막 문답이라는 그 결투를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세 개의 머리와 여섯 개의 눈은 각각 다른 방향을 바라보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붉은 눈동자는 아득한 시간 저편을 바라보며 조용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 모습은 이형의 괴물임애도 불구하고 아주 장엄하게 느껴졌다.
「이 몸은 오늘까지 시야에 들어온 모든 것을 분쇄하였다. 생명을, 도시를, 문명을, 사회를, 번영을, 질서를, 범죄를, 사회악을, 만연하는 정의와 사악을 족족. 폭풍처럼, 해일처럼, 벼락처럼, 세계의 전부에 일체 차이 없이 이빨을 드러내었다. 다만 나는ㅡ'재앙' 이 아니다. 재앙밖에 이룰 수 없는 파괴를 일개 의사, 일개 생명체로서 충동에 따라 행하는 자. ㅡ그것은 이미 재앙이라 부를 수 없다. 세계가 하나로 뭉쳐 맞서야 할 거대한 악이다. 고로 내 몸, 내 '악' 이라는 글자야말로 모든 영웅호걸이 도달하는 마지막 산봉우리...!」
삼두룡의 눈이 예리하게 빛났다.
붉은 천에 '악' 이라 새겨진 깃발이 사납게 휘날렸다.
유일무이한 그 글자를 짊어진 마왕은 세 쌍의 눈동자와 여섯 개의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뛰어넘어라ㅡ내 시체 위야말로 정의다...!!!」
 
언젠가 누군가가 빛나는 검으로 마왕을 친다.
자신의 죽음을 '정의의 승리' 에 바친다.
선악의 이분론, 징벌해야 할 원초의 시련으로 삼두룡은 세계 그 자체에 버티고 섰다.
"...그런가. 그런 건가."
이자요이는 힘을 잃고 하늘을 올려다봐았다.
하늘에 가득한 별들을 바라보는 그 눈동자에 방금 전까지의 투지가 남아 있지 않았다. 생명을 쥐어 짜내 토해 낸 문답은 물러섬 없는 각오에 박살 났다.
ㅡ자신의 삶으로 악을 보이고, 자신의 죽음으로 선을 쌓는다.
상반되고 반발할 터인 이분론을 그 처절한 생애로 말한다.
등에 짊어진 '악' 이란 글자는 약속된 종말까지 계속 싸우겠다는 각오. 권선징악에서 결코 도망치지 않겠다는 물러섬 없는 증거나 다름없다. 부여받은 교의를 망설임 없애다하려는 괴물의 등에는 신앙을 한 몸에짊어진 성인들과 똑같이 존귀한 빛이 있었다.
"흥... 졌군, 졌어. 논파해 주려고 했는데 오히려 당했어. 제길. 설전에서까재지다니, 진짜 꼴사납군."
하지만 그거면 된다. 원하던 답은 얻었다. 찾던 것도 발견했다.  
계속, 계속, 모형정원에 소환된 뒤로 계속해서 찾았던 최고의 보물.
지금 당장 꺼지려 하는 모든 생명을 주먹에 모아서 이자요이는 기쁘게 내달렸다.
 
"네가... 네가 마왕인가, 아지 다카하ㅡㅡ!!!"
 
이미 수는 없다. 하지만 두렵지도 않다. 있는 것은 그저 끊어질만치 고동치는 가슴뿐.
신들의 모형정원을 맨손 맨주먹으로 내달린 소년은 자신의 모든 것을 움켜쥐고서 마지막 산봉우리를 향해 내달렸다.
 TOP 3
-10권 中-
 작열하는 숨결에 빨려든 흑토끼는 사지가 불타 문드러지며 타는 것을 느꼈다.
불타 버리는 것은 그녀의 사지만이 아니다.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을 터인 미래도.
커뮤니티에서 보낸 따뜻한 나날도.
이세계에서 온 문제아들과의 궤적이 죄다 헛되이 불탔다.
모든 것은 분수 모르는 바보가 하룻밤의 꿈을 꾸었을 뿐이었다. 멸망할 거면 자기들끼리 멸망하면 될 것을, 그들의 착한 마음에 매달려서 멸망에 끌어들이고 말았다.
모형정원에 부르는게 아니었다.
만나는 게 아니었다.
모형정원의 귀족이라고 칭송받아도 여차할 때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들의 눈부신 재능에, 전도유망함에 눈이 홀려서 뒤에서 떠들어 댔을 뿐이 아닌가.
후회스럽기 짝이 없다. 사죄의 말은 이미 닿지 않는다.
모든 것을 후회하듯이 작열에 불타는 바로 그 순간.
천지를 뒤흔드는 굉음이 하늘의 계시처럼 밤하늘에 울렸다.
'읏...?!'
사람과 죽음의 경계가 일곱 가지 빛과 함께 시야를 뒤덮었다. 자신의 몸이 불타는 바로 이 순간ㅡ아득히 먼 과거의 잔광이 눈동자에 비쳤다.
"....."
머리 위에는 푸른 대지가 펼쳐졌다. 좌우에는 생명이 살 여지가 없는 잿빛 지표와 크레이터. 그 광경이 월면(月面)이라는 걸 이해하기까지는 그리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무래도 월면에서 커다란 전쟁이 있었던 모양이다.
'월계신전' 의 주위에는 불문이라고 생각되는 깃발과 삼두룡이 짊어진 악의 깃발이 흩어져 있었다. 하지만 그 깃발을 메고 있는 것은 삼두룡이 아니었다.
월신의 무녀인 듯한 토끼족의 시체를 껴안은 채 홀로 우는 전사.
온몸에 부상을 입어 피를 흘리면서 검이 부러지고 화살이 떨어질 때까지 싸운 그는 그런 것에 개의치 않고 포효 같은 울으소리를 내며 시체를 강하게 부둥켜안았다.
 
ㅡ왜 나를 감쌌는가.
   결국 이 몸은 타고난 악신.
   누군가에게 쓰러지는 것이 마왕의 숙명인 것을ㅡ!
 
폭포 같은 눈물을 흘리는 그 비통한 외침에 흑토끼는  전사가 누구인지 깨달았다.
'조로아스터' 의 아지 다카하와 마찬가지로 '악'의 깃발을 짊어지고 태어나, 후에 선신의 필두로 불리기에 이른 자.
술을 즐기고 여자를 즐기고 싸움을 즐기는, 그리고 인간의 선한 마음을 사랑하는 선과 악의 신령.
군신 제석천.
체면이고 뭐고 다 내던지고 여자의 사체를 애통하게 끌어안고 우는 그 모습은 도무지 악신이나 마왕으로 보이지 않았다. 전쟁 속에 스러진 그 목숨을 안타까워하는 그 모습은 이미 신령조차 아니다. 그 작은 뒷모습은 오히려 인간의 왜소함과 비슷했다.
'이 토끼족의 무녀는... 설마...?'
불문과 제석천의 최종전쟁 속에서 마왕으로 징벌당하길 각오한 그를 감싸고 그 목숨을 헛되이 잃은 토끼족의 소녀. 그 온몸은 연옥에서 불탄 것처럼 시커멓게 망가졌다.
이미 숨이 끊어진 무녀는 상처 입으면서도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토끼족 소녀의 마지막 표정은 사랑한 자를 마지막까지 지켜 냈다는 안도만이 남아 있었다.
자신의 모든 헌신을 바쳐서 악신의 운명을 바꾼 토끼족 소녀.
이 눈앞의 비극이 바로 불교의 일화 '달토끼' 의 진실이라는 걸 흑토끼는 작열 속에서 깨달았다.
'나의 주신... 나의 선조...!'
먼 선조의 덧없고도 존귀한 죽음에 흑토끼는 영혼이 떨리는 걸 느꼈다.
영격을 잃고 은혜를 잃었다 해서 '달토끼' 의 긍지까지 잃은 건 아니다. 200년 전의 회한이 이 몸을 얽맨다면, 3년 전의 몰락이 아프다면, 여기서 풀지 않으면 언제 푼단 말인가. 이대로 지옥에 떨어지고 연옥에 몸이 불탈지라도 마지막까지 동료를 지켜 내지 않으면 죽어도 죽었다고 할 수 없다.
'짐밖에 안 되는 내게 고맙다고 말해 준 사람이 있다.'
'기쁜 듯이 동료라고 불러 준 사람이 있다.'
'구해 주겠다며 오늘까지 힘차게 이끌어 준 사람이 있다.'
그러니까 끝낼 수 없다.
이런 식으로는 끝낼 수 없다.
이번에야말로 지켜 낸다!!
 
스러진다면 하다못해 동료를 위하여. 이 목숨이여, 지금이야말로 불타올라라...!!!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ㅡ!!!"
그 단말마와 함께 흑토끼는 온몸이 불타 버리고ㅡ동시에 탄생의 산성을 질렀다.
불타 버린 사지는 벼락과 함께 재생되고, 붉은 머리칼은 시뻘건 벼락이 되어 작열을 불길을 내쏘았다.  그리고 그 머리 위에는 흑토끼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토끼 귀가 나 있었다.
신화시대의 재봉술로 만든 옷을 걸치고, 천지신명에 벼락을 울렸다.
이것은 흑토끼에게 영격이 돌아온 게 아니다.
'달토끼' 의 전승을 체현하고 죽음을 초월하여 다시 태어난 새로운 흑토끼의 모습이 거기에 있었다.
"흐, 흑토끼...?!"
아스카는 눈앞의 광경에 시선을 빼앗기면서도 그녀의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했다.
흑토끼의 이마에 떠오른 제석천의 문양. 아스카의 것과 비교도 되지 않지만, 그것은 틀림없는 신격의 증표다.
흑토끼가 동료에게 보여 준 헌신이 제석천의 신격을 그 몸에 깃들게 한 것이다.
"각오해, 쌍두룡!"
여태까지와 비교도 되지 않는 벼락을 그 몸에 담고 흑토끼는 쌍두룡의 앞에 섰다.
부러졌을 터인 금강저는 끝부분이 푸른 벼락으로 뒤덮인 창으로 새롭게 태어나서 흑토끼의 손안에 천둥을 울렸다.
쌍두룡은 우렁찬 포효를 내지르고 작열을 날렸지만, 흑토끼는 피하지도 않고 돌진하였다. 애초부터 신령에 가까운 영격을 받았던 흑토끼에 제석천의 신격이 깃들었으니 그 스펙은 여태까지의 몇 배까지 올라갔다.
온몸을 뒤덮을 정도의 벼락만으로 쌍두룡의 작열을 날려 버린 흑토끼는 쌍두룡의 몸을 한 번에 절단했다.
"GEEEEYAAAAAAAaaaa!!!"
불타 버려 재로 변하는 쌍두룡.
하지만 적은 한 마리가 아니었다.
순백의 몸을 가진 쌍두룡은 높은 신체능력으로 순식간에 흑토끼의 측면으로 돌아와서 발톱을 휘둘렀다. 하지만 흑토끼는 재빨리 금강저를 쳐들어서 흘려 내듯이 발톱을 쳐내더니 끝부분으로 쌍두룡의 한쪽 목을 베었다.
선혈의 분수가 나무에 쏟아졌다.
쌍두룡이 흘린 피는 즉각 이무기나 악어가 되어 흑토끼를 덮쳤다.
그 숫자는 열이나 스물 정도가 아니다.
독벌레 항아리 속에 빠진 게 아닐까 착각이 들 정도로 수많은 괴수가 쏟아졌다. 몇 초만에 뼈도 남지 않는 독니의 비가 쏟아졌지만, 흑토기가 내뿜는 붉은 벼락 한 방에 죄다 불타 버렸다.
"대단해...! 하지만 저 신격은...!!!"
아스카는 미숙하게나마 깨달았다. 흑토끼에게 깃든 저것은 신격이 아니다. 의사신격이다. 부여받은 힘의 규모는 다르지만 아스카가 사용하는 그것과 같은 계통이다.
의사신격은 본체의 목숨을 깎아 먹는 양날의 검.
흑토끼는 바로 지금 목숨을 불태워서 싸우고 있다.
"이제 됐어...! 이제 됐으니까 도망쳐, 흑토기! 지금 당신이라면 도망칠 수 있어!"
온몸의 뼈와 살이 뒤틀리고 옷이 몸을 태우는 불길로 변해도 흑토끼는 싸움을 멈추지 않아싿. 쌍두룡은 한쪽 목을 잃은 중상이지만, 그래도 아스카의 힘으로는 손이 부친다.
이 몸이 완전히 불타 버릴지라도 여기서 싸움을 멈추는 것만큼은 절대로 안된다.
".......아아아아악!!!!"
물러날 수 없다, 물러날 수 없다!
절대로 물러날 수 없다!!
물러나면 동료가 죽는다!!!
'주신이시여...! 부디 조금만 더 흑토끼에게 은혜를...!!!'
금강저를 계속해서 두 개, 세 개, 네 개 소환하여 쌍두룡을 조준했다.
발사 명령을 내린 직후, 쌍두룡은 커다란 도박에 나섰다.
"GEEEEYAAAAAaaaa!!!!"
쌍두룡은 벼락과 금강저의 발사로 생긴 자그마한 경직을 노려서 결사의 습격을 감행했다. 직격하면 사라질 게 분명하지만, 그 결사의 각오가 흑토끼를살짝 웃돌았다.
장창이 된 금강저는 근접전에서 불리하다. 순백의 쌍두룡은 속성까진 없지만, ㄱ렇기에 다른 쌍두룡보다 스펙이 높다. 흑토끼와 쌍두룡은 그 엄청난 신체능ㅇ력을 발휘하여 수해를 뛰어다니며 계속해서 공방을 거듭해싿.
수해를 빠져나가 조금 트인 장소에 나간 둘을 맞이한 건 경악한 진 일행이었다.
"흐, 흑토끼! 역시 아까의 천둥은 흑토끼가?!"
싸우는 흑토끼에게 물어도 대답은 없다.
싸움에 몰두한 지금 그녀에게 목소리는 닿지 않는다.
양자의 격렬한 싸움에 반응한 것은 오히려 강철 천사 쪽이었다.
"La..... Ra.....!!!"
처음으로 목소리 같은 것을 내면서 흑토끼에게 대검을 휘두르는 강철 천사. 하지만 토끼 귀를 되찾은 흑토끼의 정보 수집 능력은 압도적이다. 주위 1000미터 이내라면 그의 파악하는 지금 그녀에게 기습은 통용되지 않는다. 몸을 돌려 배후에서의 습격을 피한 흑토끼는 양자가 일직선에 들어온 것을 확인하고 종잇조각 하나를 꺼냈다.
"소환, '의사신격 범석창'ㅡ!!!"
천둥이 울리고 현현한 필승의 창. 흑토기가 다루는 신화시대의 옷은 이미 전신에 불이 붙었다. 이 한 장을 쓰면 더 이상의 수는 없다.
대지를, 하늘을, 별을 꿰뚫는 날카로운 기백을 담아서 흑토끼는 외쳤다.
"꿰뚫어라아아아아아ㅡ!!!"
태양의 빛을 끝부분에 담은 신창은 일찍이 없는 영격을 방출하고ㅡ제육우주속도라는 상식 밖의 속도를 내어 쌍두룡과 강철 천사를 한꺼번에 꿰뚫었다.
백 개의 벼락은 천 개가 되고 만 개가 되고 억, 조의 다발이 되어서 두 괴물을 불태웠다.
꿰뚫은 대상이 소멸할 때까지 무한하게 에너지를 방출하는 창을 마지막으로 밤하늘에 빛이 반짝이면서 터졌다.
그 압도적인 전투력에 천사와 싸웠던 '우로보로스' 의 멤버들은 얼굴이 창백해졌다. 상식 밖이라고 할 정도가 아니다. 그녀의 전투력은 지금 최강종과 비견해도 뒤지지 않을 것이다. 수해는 싸움의 여파로 초토화되었고 생물이 살 만한 여지는 남지 않았다.
시야를 죄다 뒤덮을 정도였던 농밀한 삼림은 지평선이 보일 정도로 탁 트익 되었다. 금강저 하나하나에 도시를 파괴할 만한 힘이 담기지 않았으면 이렇게 되지 않는다.
"이게 '모형정원의 귀족' ... '달토끼'ㅇ 의 진짜 힘...!"
모형정원 도시 창시자의 권속으로서 심판의 천친을 맡은 일족.
이마에 제석천의 문양을 빛내던 흑토끼는 적이 완전히 소멸했음을 확인하고 간신히 온몸에서 힘을 뺐다.
"....."
그때 흑토끼는 이변을 개달았다.
온몸을 뒤덮은 불길은 싸움이 끝났어도 사라질 기척이 없었다.
'아아... 역시 그랬던 거군요...'
모든 것을 받아들이듯이 금강저에서 손을 놓았다.
이것이 은혜의 대가. 생명을 건 '달토끼'의 최후
그 몸을 불길에 바친 토끼는 늙은이를ㅡ제석천의 화신을 구했다.
그것이 '달토끼' 의 전승.
헌신의 상징으로 목숨을 바쳐서 군신의 은혜와 기적을 딱 한 번 끌어낼 수 있다. 이 불길은 그 대가를 징수하듯이 연옥에서 흑토끼늘 부르고 있었다.
흑토끼는 온몸이 불타는 그 고통에 자기 몸을 끌어안았다. 하지만 후회는 없었다.
'주신이시여... 이 목숨, 당신께 돌려드립니다.'
기적에 감사하며 무릎 꿇었다. 거기에 후휘는 없다. 애초부터 없어지고 끝날 뿐이었던 목숨. 단 한 번의 기적을 붙잡은 것만으로도 분에 겨운 은혜다.
연옥은 머지않아 흑토끼를 육도로 이끌겠지. 흑토끼의 의식은 거기서 끊어졌따.
지옥의 입이 열리려는 바로 그 순간ㅡ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뛰어드는 모습이 있었다.
"안 돼, 가지 마!"
아스카는 발걸음도 불안정한 상태로 불타는 흑토끼에게 손을 뻗었다. 연옥은 산 자를 불태우지 않는다. 하지만 그 몸을 불태우는 고통은 진짜다.
온몸에 화상을 입는 듯한 격통을 견디면서 아스카는 눈물을 흘리고 외쳤다.
"사라져! 사라져!! 부탁이니까 사라져!!!"
연옥의 업화를 향해 명했다. 하지만 불길이 사라질 기척은 없다. 육도의 지옥에서 몰아치는 업화는 해일처럼 밀려들어서 둘을 둘러쌌다.
아무리 산 자를 불태우지 않는다고 해도 이대로 지옥의 가마가 열리면 아스카까지 빨려들어 목숨을 잃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아스카를 괴롭히는 격통은 언제 쇼크사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커졌다.
하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겠다며 아스카는 폭포 같은 눈물을 흘리면서 하늘에 호소했다.
"제석천...! 당신이 정말로 선신이라면! 세상에 만연하는 악을 무찌르는 신이라면! 그 교의에 매진한 당신의 권속을 구원해 주소서!!!!"
흑토끼는 평생 동안 단 한 번도 올바른 길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다.
가난에 시달리는 커뮤니티를 버리지 않고 홀로 고난을 뛰어넘으면서 올바르고 개끗하게 살아왔다.
그 인생이 이런 비극으로 끝나는 것을 아스카는 허락할 수 없었다.
"그녀를 살려 준다면 제가 대신 죽어도 괜찮습니다!!! 연옥에 이 몸을 불태울 각오도 있습니다!!! 부탁을 들어주신다면 이 몸을 전부 하늘에 바쳐도 좋아요!!! 그러니까... 제발...!!!"
끝부분은 눈물 대문에 제대로 말을 빚지 못했다.
업화는 마치 거대한 턱처럼 둘로 갈라져서 두 사람을 뒤덮었다.
온몸에 불길이 일고 연옥으로 빨려드는 그 순간.
아스카는 천둥과 함게 하늘의 목소리를 들었다.
"...아..."
청을 들어주겠다는 듯이 하늘에 울리는 천둥.
두 번 세 번 울리는 벼락 속에서 아스카는 분명히 신의 모습을 보았다.
벼락 속에 있는 신의 모습은 야수 같기도 하고 사람처럼도 보였다.
이윽고 업화는 사라지고 정적이 찾아왔다.
온몸을 덮치는 고통과 초조함에 아스카는 정신을 잃고 황야에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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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권 中-
 '남의 죄를 짊어지고 남은 한탄을 짊어진다. 영국에서 태어난 갈 곳 없는 분노의 창끝을 한 몸으로 받으며 웃는 광대.'
그렇다. 개것이 '펌프킨 더 크라운' 의 정체.
과거에 그는 하룻밤의 사랑을 사는 런던의 사창가에서 호박광대로서 영원한 구제를 맹세했다. 그것은 고급 창관처럼 관리되는 장소를 말하는 게 아니다. 생활위해 몸을 팔고, 쾌락을 위해 여자를 사고 버리는, 그런 꿈과 현실이 떠도는 지하거리.
연쇄살인귀인 '잭 더 리퍼' 가 나타난 것은 그런 지옥의 거리에서였다.
경찰이 필사적으로 수사했음애도 불구하고 범인이 특정되지 않은 것은ㅡ애초부터 '잭 더 리퍼' 란 이름의 개인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단순한 이유. 즉 '잭 더 리퍼' 가 저지른 살인은 전부 다른 사람에 의한 범행이었다.
그것도 성인 남성에 의한 것이 아니다. 경제적으로  불안정해지자 생활을 위해 창녀가 늘어나고, 그 바람에 사랑 없는 아이들이 많이 태어났다.
어머니의 사랑을 찾는 고아들이 거리의 하층에 넘쳐 나고, 그들의 폭주 끝에 일어난 사건. 개인이 저지른 살인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의 범죄자가 저지른 창녀 연쇄살인.
그것이 '잭 더 리퍼' 라고 불리는 존재하지 않는 범인의 정체.
"...큭...!!!"
지금도 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광경이 있다.
하룻밤의 사랑을 파는 장소에ㅡ'사랑이 없으면 태어나선 안됩니까?' 라고 외치는 아이들을.
울면서 외치는 그녀들을 교회가 파견한 단죄인ㅡ'용수철 다리 잭' 이라는 괴인의 이름으로 처단할 때의 일을.
광기의 청소를 마친 잭은 그들이 저지른 모든 죄를 짊어지기로 맹세하였다. 아이들의 미래를 빼앗으려는 자가 나타난다면 다음에는 반드시 그들을 위해 싸우겠다고.
그리고 지금.
아득한 상공애서 불안에 눈물짓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리리 아가씨... 그리고 '노 네임' 의 아이들이여...!!!'
차례로 몸이 무너져 간다. 이 몸이 완전히 무너지면 런던 시내도 부서져서 사라지겠지. 하지만 그래도 좋다.
마지막 수단에 호소하기 위해, 잭은 '계약서류를 움켜쥐었다.
'...이제 살아날 길이 없다면... 이 얼마 남지 않은 목숨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생각할 수 있는 그릇된 길 중에서도 최악의 수단. 100년 이상 쌓아 온 그 모든 속죄를 공염불로 돌려 버릴지도 모르는 수단으로 잭은 두 팔에 힘을 넣었다.
아이들의 미래를 지켜 낼 수 있다면.
마지막 순간까지 그런 바람에 죽을 수 있다면!!
 
'나는... 마왕으로 타락해도 상관없다ㅡ!!!'
 
 
모든 것을 격추하는 듯한 붉은 섬광이었다.
카스카베 요우에게 날아들던 흉악한 칼날은 스치는 것으로 멎었고, 불타는 듯한 눈동자를 가진 그림자가 그녀의 앞에 나타났다.
혹은 그것이 정말로 불꽃과 정열의 화신이었을지도 모른다.
옷만이 아니라 머리칼과 눈동자도 불타오르고, 지옥의 주민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험악한 옆얼굴.
그것이 자기가 아는 잭이라는 걸 깨달은 카스카베 요우는 떨리는 목소리로 이름을 불렀다.
"재... 잭...?"
"...카스카베 아가씨. 마지막으로 부탁이 있습니다."
마지막 부탁.
그것이 비유나 그런 게 아니라 정말로 마지막 부탁이라는걸 깨달았다.
요우가 떨면서 끄덕이자, 잭은 평소처럼 밝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윌 오 위스프' 를... 그 아이들을 부탁합니다. 슬픈 과거를 가진 아이들입니다. 그러니까 당신들의 손으로 올바른 길로 인도해 주세요."
모든 것을 각오한 웃음에 같은 각오를 담은 눈동자를 돌려주었다. 잭은 안도한 것처럼 경쾌하게 웃었다.
ㅡ야호호호호!!!
모든 아이들의 복음을 빌듯이 웃고서 잭은 불꽃의 스프링으로 대기를 박찼다. 그 모습은 그야말로 붉은 섬광. 그것은 비유가 아니다.
잭의 허공을 박차는 속도는 기존의 최고속도ㅡ제육우주속도에까지 도달하고 아지 다카하의 옆구리를 깊이 후볐다.
「커헉?!」
삼두룡은 이 싸움이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명확한 고통을 담은 소리를 내었다. 낙하하는 도중의 습격이라 미처 피할 수 없었던 것도 있지만, 그것만이 아니다.
순수하게, 빠르다.
막아 낼 수 없을 만큼 예리하다.
「이 속도, 이 공격! 네놈... 마왕의 영역에 들어왔나?!」
그것도 생각할 수 있는 것 중 최악의 방식으로.
'계약서류' 를 읽을 틈이 없기 때문에 확인할 수 없지만, 잭은 주최자가 무조건 유리해지는 룰을 대량으로 넣은게 틀림 없다. 시인 이외의 자가 그런 짓을 하면 막대한 로직 에러가 발생하고 몇 분도 안 되어 게임 그 자체가 강제 종료된다.
더불어서 팽창된 영격이 자멸하는 것은 물론이고, 죽은 뒤에도 천계에게 계속해서 가만히 있지 않는다. 잭의 선함을 믿으며 보증했던 그들의 얼굴에 먹칠을 한 격이다. 이미 천군의 정벌 대상으로 등록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뿌리치고 잭은 두 번 세 번 계속해서 뛰어다녔다.
"신벌은 다 각오했다! 이 몸은 애초부터 악의 길을 걸어왔지! 그렇다면 그 악행의 끝에 '절대악' 없앨 수 있다면 오히려 바라는 바!!!"
ㅡ'악으로 더 큰 악을 친다'. 잭은 눈동자로 그렇게 말했다.
어차피 천군은 지금 당장 달려올 수 없다. 그렇다면 그가 걸어온 더러운 인생에 마지막으로 화려한 꽃을 덧붙여도 나쁠 것 없다.
착지할 때까지 잭이 입힌 상처의 숫자는 200개에 달했다.
그때마다 피가 흐르고 분신체를 방출하며 삼두룡의 갑옷을 깎아내었다.
간신히 지상에 착지한 아지 다카하는 재빨리 한쪽 날개를 써서 모든 방향으로 섬멸공격을 날렸지만, 지금의 잭에게는 슬로재생처럼 느렸다.
유리처럼 깨졌을 터인 단검은 게임의 재구축으로 강인하게 부활하여 쉴 새 없이 살을 발라내었다.
하지만 한편 잭의 생명의 타임리밋도 확실히 가까워졌다.
"크으, 아프군...!!!"
뼈에 직접 말뚝이 박히는 듯한 고통이 덮쳤다. 순간 발을 뭄춘 잭은 피하듯이 뒤로 물러났다.
"아직... 이직 조금만 더 견뎌줘...!!!"
이미 피는 흐르지 않는다. 그의 몸은 아스트랄이 되어 빛의 입자와 비슷한 존재가 되었다. 막대한 에너지를 가졌으며, 이제는 그저 소모할 뿐인 존재다.
격통은 모두 착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을 갉아먹는 것은 그 자신의 정신이 아스트랄에 고통의 기억을 비추기 때문이겠지.
온몸을 괴롭히는 고통에 신음하는 모습을 보며 삼두룡은 세 개의 고개를 쳐들며 물었다.
「..... '악으로 더 큰 악을 친다'. 그것은 네가 지옥을 볼 가치가 있는 소망인가?」
"당연하다. 그렇기에 이렇게 타락했다. 그 대가가 무엇이든 내게 후회는 없다."
입가의 피를 닦으면서 마왕에게 외쳤다.
입가의 피를 닦으면서 마왕에게 외쳤다.
모든 걸 알고 모든 것을 내버렸다.
오늘까지 쌓아 온 선행을. 쌓아 온 신뢰를. 보여 준 모든 미소를.
두 번 다시 멋진 광대라고 불리지 않아도 좋다. 인생의 막을 살인귀로 끝내도 상관없다, 그러 ㄴ각오를 굳히고 잭은 마왕이 되었다.
「...그런가.」
즉답을 곱씹는 듯한 목소리. 거기에 어떤 감정이 있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삼두룡은 그 틈을 찌르지도 않고 조용히 지켜보앗따.
그리고 다음에 그가 입에 담은 말은... 너무나도 조용한 울림을 띠고 있었다.
「좋다. 그렇다면 용서하마.」
"...뭐?"
치고 들어가려던 다리가 멎었다.
갑자기 무슨 소린가 싶어 의하해하는 잭에게 삼두룡은 논리정연하게 말했다.
「신 중 하나로서 너를 용서한다. 악을 치는 것이 악이라면 사투 끝에 남는 것도 악에 불과하다. ...거기에는 그 어떤 구워도 없겠지. 고로 내가 악신으로서 인정하마. 네가 걸은 궤적에도 한토막의 정의가 있었다고. 이 '절대악' 을 찌른 칼날의 광채를 바로 내가 보증한다.」
그것은 조용하면서더도 더 없을 정도로 강한 신탁이었다.
ㅡ'나는 절대악이다. 고로 정의는 그대에게 있다'.
뛰어넘어라. 나의 시체 위가 바로 정의다.
그 인생이 아무리 피로 물들었더라도, 오늘까지의 광채를 버렸더라도.
지금 이 순간 그대의 정의를 보증한다. 이 악신은 그렇게 말했다.
"...하, 하하, 하하하하하하!!! 그래! 악신이 내 정의를 보증하나! 아아, 그거 좋군! 이 세상 누구의 보증보다도 더 확실할 게 틀림없어...!!!"
이렇게 호기로운 신탁이 있을까. 이렇게 거대한 그릇이 있을까.
이것이 인류의 악의를 짊어진 마왕의 그릇인가!!!
기운을 불러일으키듯이 송곳니를 드러내고 폭소를 터뜨렸다.
그 웃음은 광대 잭이 아니라 과거에 그가 그 자신으로 살았을 무렵의 웃음.
용서받을 수 없는 과거를 타인으로서 떼어 내고, 그런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르다고 계속해서 도망쳤던 잭은 지금 간신히 모든 자기 자신을 하나로 합쳤다.
"지금이야말로 나의 왕호를 밝히지! 나는 마왕 '펌프킨 더 크라운'! 대마왕 아지 다카하의 심장... 이 잭이 받아 가마!"
붉은 섬광이 되어 괴인이 내달렸다. 제육우주속도라는 말도 안 되는 속도로 내달렸다.
삼두룡은 '절대악' 의 깃발을 휘날리면서 조용한 목소리로 사형선고를 내렸다.
「'아베스타' 기동. 상극으로 돌아라, '의사창성도' ...!!!」
아스트랄이 된 잭에게 마찬가지로 아스트랄이 되어서 받아친다.
대등한 싸움이 된 양자는 서로의 몸을 깨트리고 살을 헤집었다. 잭은 다시금 불사가 되었지만, 게임의 타임리밋은 몇 초도 남지 않았다.
별빛처럼 내달린 잭은 그 속도를 그대로 유지한 채로 빛의 입자가 되어서 흩어졌다. 양자의 싸움이 끝난 뒤에 남은 것은 삼두룡뿐.
잭의 영격은 한 조각도 남지 않고 사라졌다.
그 궤적의 증거로ㅡ악신의 심장을 드러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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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기뉴
와 존나길다 이걸 타이핑한 나한테 상을 줘야겠어 오늘은 치킨이다
2015-09-18 00:0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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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딕이
잭 부분 진짜 소름 이었는데 절대악의 신인 내가 너의 삶중에서 작은 정의가 있었다는것을 보증해주마! 크; 아지다카하 형님
2015-09-18 00:3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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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기뉴
글자수제한이있는지 계속 수정해도 뒤가 짤리네
2015-09-18 00:3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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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on
진짜 아지다카하vs잭은 인상깊었음...
2015-09-18 00:5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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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기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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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작전 결행이다. 이번에야말로 저 마왕을 없애는 거야."


모든 라프코가 이자요이의 말을 전군에게 전달했다.
지상에서 쌍두룡을 격파한 교류는 '계약서류' 를 손에 들고, 새벽을 맞아 희미하게 사라져 가는 달을 올려다보았다.
"...여기까지 왔나. 그럼 나도 각오를 굳혀야겠군. ㅡ내려와라, 월룡!"
희미한 달이 그 존재를 뚜렷하게 키웠다.
눈의 착각이 아니라면 달이 거대화된 것처럼도 보일 것이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 아니다. 희미하던 달은 말 그대로 지상을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교류는 안대를 벗고 의안으로 담아 두었던 달의 주권ㅡ신월(新月)을 해방하여싿.
하늘과 땅으로 나뉜 한 쌍의 달은 해수면에 흔들리듯이 공명하고 서로에게 이빨을 드러내었다. 인간형이었던 교류는 본래의 모습인 해룡으로 모습을 바꾸고, 달도 상대하듯이 그 모습을 모방했다.
'복해대성' 교마왕의 게임은 달의 차고 이지러짐에 따른 초중력의 부하와 자신의 일시적인 성령화.
이야기 속의 달이 항상 한 쌍인 것은 '복해대성'의 해수면에 비친 달을 이야기하였다.
하늘과 땅을 완전히 가르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란, 역할을 다한 교류의 의안을 깨뜨리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그것도 여기까지. 월룡과 일체화한 교류는 한 마리의 성룡(星龍)으로 변하여 싸운다. 이렇게 되면 아지 다카하가 교류를 쓰러뜨리면 게임은 끝난다. 이제 남은 건 당하는가, 이겨 내는가.

한편 레티시아도 아직 발동하지 않았던 '주최자 권한' 을 발동하고 태양주권을 쳐들었다. 두 번 다시 쓸 일 없으리라고 생각했던 힘이지만, 아지 다카하가 상대라면 아낄 이유는 없다.
하늘을 올려다본 레티시아가 호흡을 가다듬고 긴장을 풀었다.
'여기가 마지막 고비다... 부탁한다, 주인...!!!'
'뱀주인자리' 를 상징하는 두 마리 뱀이 뒤얽힌 지팡이.
그것을 쳐드는 동시에 새벽녘의 지평선에서 대기를 뒤흔드는 포효가 들려왔다.
'언더우드'의 싸움을 경험한 자라면 다들 알 것이다. 과거에 동지를 죽이는 마왕으로 현현하고 수많은 마수로 평화를 뒤흔들었던 흡혈귀의 왕.
하늘을 뒤덮을 정도의 거구를 가진 조디악의 화신.
황금의 거룡ㅡ레티시아 드라큘레아의 또 다른 모습을.

"GYEEEEEEEEEEEEEEEEY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EEEEEEEEEEEEEYY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

새벽녘의 지평선에서 일직선으로 레티시아를 향해 돌진하는 거룡.
그녀를 집어삼킨 거룡은 그 눈동자에 의지를 띠고 지상의 삼두룡을 노려보았다.
「흥. 월룡과 태양룡. 그게 너희의 비장의 패인가.」
갈비뼈 중심에서 빛나는 심장을 숨기는 시늉도 하지 않으며 삼두룡은 그저 태연하게 말해싿.
한쪽 날개가 으깨지고 약점일 터인 심장을 드러냈어도, 대마왕의 영혼은 흔들림 없다. 오히려 고양되었을 정도였다.
이렇게까지 자신을 몰아붙인 자들은 두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에 불과하다.
200년 전에 상대했던 조직은 아슬아슬한 선까지 갔다. 하지만 핵심인 최강 전력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인간의 인자가 사라진 상태였다.
고로 과거의 '노 네임' 과 그 동맹 커뮤니티는 봉인이라는 형태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짧아도 치열한 싸움이었다. 모형정원의 운명을 결정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싸움이었다.」
이 마왕의 심장에 그들의 이빨은 닿을 것인가.
'절대악' 을 내걸고 계속 싸웠던 영원의 시간은 의미 이ㅓ쓴ㄴ 것이었을까.
지금 그 답이 나온다.
「덤벼 봐라, 영걸들이여. 그리고 뛰어넘어라ㅡ내 시체 위야말로 정의다!!!」
적을 기다리진 않는다. 눈앞에 장해물이 있다.
그렇다면 깨부순다! 적보다도 빠르게!
날개가 있든 ㅇ벗든 관계없다며 삼두룡은 한쪽 날개를 펼치고 도약했다. 날개가 없는 그와 날 수 있는 두 성룡이라면 공중전의 우위는 명백하다.
고로 삼두룡은 적의 우위를 정면에서 박살 낸다.
삼두룡은 언제든 그렇게 싸워 왔다.
자신이야말로 진정한 영웅이라고 이름을 대는 자들에게 자시이야말로 그들이 마지막에 도착하는 드높은 고지라고 계속해서 고집하였다.
그중에는 결코 이길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사랑한 자들을 위해 싸운 자도 있었다.
그 우직함, 그 광채를 알았기에ㅡ그의 주인은 인간을 위해 눈물을 흘렸다.

ㅡ'조로아스터' 악신의 어머니인 그녀는 말했다.
'인간보다 훌륭한 것 따윈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나는 슬픕니다. 그들의 멸망이 절대적이라는 사실이.'

그래. 멸망한다.
이대로는 멸망한다.
아무리 무슨 수를 쓰며 발버둥 쳐도 인류는 멸망한다.
'조로아스터' 의 경전에서는 권선징악을 말하지만, 그것은 신령의 시점에서 말한 것에 불과하다. '조로아스터' 라는 조직을 뛰어넘어 보단 강대한 초월자로서의 시점을 가진 그녀에게는 인류가 도달할 결말이 모조리 다 보였다.
그러니까 그년는 울었다.
자신을 규탄하고 탓하는 인류를 사랭했기에 울었다.
그런 그녀의 눈물을 조금이라도 닦을 수 있기를 바라며 삼두룡은 가장 오래된 마왕ㅡ'인류 최종 시련' 이라고 불리는 존재를 확립시켰다.
인류가 멸망할 요인을 명확하게 하고 세분화하여서 그들이 승리하는 미래를 만들려고 했다.
가장 죄 깊은 '절대악' 의 깃발을 스스로 짊어지고 세계의 종말까지 함게한다.
삼두룡은 모든 생각을 말한 뒤에 그녀의 손을 잡고 맹세했다.
ㅡ당신이 짊어진 죄를 내가 함게 짊어지지요.

그리고 지금 드디어 그 계약이 끝났다.
'종말에는 타협하지 않는다. 인류 최강의 시련으로서 너희를 박살 내도록 하지...!!'
시련의 대행자로서 적당히 해선 의미가 없다. 고로 도전자는 혼신의 힘으로 박살 낸다.
두 마리의 성룡과 삼두룡이 포효했다.

"GYEEEEEEEEEEEEEEEEEEEEEY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EEEEEEEEEEEEEEEYY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

추월적 존재인 세 마리의 용이 천지를 뒤흔든다. 월룡의 돌진을 정면에서 받아 낸 삼두룡이 재빨리 비장의 패를 꺼냈다.
「'아베스타' 기동. 상극으로 돌아라, '의사창성도' ...!!!」
적대자의 영격을 자신에게 덧씌운다. 이 힘이 있는 한 숫자의 유리함은 삼두룡에게 유효하지 않다. 삼두룡과 우주관을 공유하는 종족이 아니면 이 힘을 깰 수 없다.
하지만 삼두룡은 즉각 이변을 깨달았다.
'어떻게 된 거지... 월룡의 영격밖에 더해지지 않다니...?!'
레티시아 같은 순혈의 흡혈귀는 아득한 미래, 가능성의 수렴에서 벗어난 시간류에서 태어난 종족. 인류 다음 세계의 영장류 중 하나다.
하지만 태양의 거룡은 인류가 남긴 문명의 의인화ㅡ태양의 궤도선 위를 나는 위성의 화신이다. 최강종이면서 인류의 유산에서 태어난 거룡은 인류의 우주관을 겹친 존재다.
하지만 그런 잔재주에 허를 찔린 것도 한순간.
막대한 지식량을 가진 삼두룡은 즉각 그 사실을 파헤쳤다.
「인류가 남긴 유산인가! 그렇다면 '타와르나프' 로 응전해 주마!!!」
삼두룡은 낙하하면서 입안에 섬열을 모았다.
순간 적의 움직임이 완전히 멎었다.
레티시아는 그 한순간을 기회로 보고 마지막 수단에 나섰다.
「'뱀주인자리' 의 은혜여... 한순간이라도 좋다, 녀석을 붙잡을 힘을...!!!」
환금의 거룡은 그 거구를 압축시켜서 짐승을 묶는 사슬이 되어 뒤얽혔다. 거룡이 보유한 초질량이 그대로 사슬이 되니 아무리 삼두룡이라도 움직임이 제한되었다.
「이것이....!」
「지금이다! 나를 무시하고 쏴라, 흑토끼!!!」
레티시아의 목소리와 함께 화룡의 무리에 강력한 신기가 발생했다. 그것이 초반에 느꼈던 신기라는 걸 깨달은 삼두룡은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제석천... 아니, 그게 아냐! '달토끼' 의 생존자인가!!」
200년 전에 멸했을 터인 일족. 그리고 그 손에 쥐어진 필승의 창.
그 창의 모습은 기억에 있어싿.
하지만 삼두룡은 그 정도에 경악하지 않는다. 흑토끼의 손에 들린 그 창을 보고 그는 격노하였다.
'이런 어리석은 짓을! 이제 와서 브라흐만의 권능이라니! 놈들은 '아베스타' 의 힘을 잘 알고 있지 않나?!'
인도 신화, 태양의 삼환신이 짊어진 필중필승의 창. 그것은 신들이 우주의 진리를 조작하여 '승리를 확약시킨다' 는 권능이며 '의사창성도' 중 하나다.
그걸 쓰면 '아베스타' 의 대상이 누구든지 자동으로 상극을 일으켜서 상쇄한다.
그렇게 되면 여파로 두 마리의 성룡도 목숨을 잃는다. 무너져 가는 런던 거리도 완전히 무너진다.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에 그런 것에 의지하느냐고 분노하는 삼루룡.
신기를 담은 창과 흑토기는 벼락을 방출하며 조준하였다.
"우리 일족의 원수! 여기서 원한을 갚겠습니다!"
만감을 담은 창이 삼두룡의 심장을 노렸다.
바보 같다며 개탄한 삼두룡은 '아베스타' 를ㅡ.
「ㅡㅡ?!」
'아베스타가' 가 기동하지 않는다.
그렇다, 삼두룡은 창의 모양에 정신을 빼앗겨서 중요한 것을 놏쳤다.
불문에 귀의한 삼환신은 그 이름을 바꾸어 '범천' 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제석천과 범천을 한 쌍으로 묶어 모시는 개념이 있다.
범석일대(梵釋一對)의 개념에서 태어난 이 복제품은 당연하지만 '의사창성도' 같은 게 아니다. 그리고 제석천의 은혜를 담은 이 창이 바로.
'그렇습니다! 이 창은 제 주신의 은혜에서 태어난 것!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 이 창은 '조로아스터' 의 우주관을 담은 은혜이기도 합니다!!'
200년 전ㅡ어린아이였던 흑토끼를 도망 보내기 위해 목숨을 잃은 동지들.
과거의 고통과 오늘 스러진 동료들을 위하여.
흑토끼는 모든 것을 담아서 쏘았다.

"꿰뚫어라ㅡ'의사신격 범석창'ㅡ!!!"

아스트랄과 동등한 속도ㅡ제육우주속도를 내면서 날아가는 필승의 창. 아지 다카하는 일찍이 없던 전율에 몸을 떨었다.
창은 일직선으로 심장을 노리고 눈 깜짝할 시간도 되기 전에 도달할 것이다.
도망칠 수 없는 패배. 희미하게 품은 달관.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삼두룡은, 최강의 마왕은 마왕의 위엄으로 떨쳐 내었다.
「마왕을ㅡ'절대악' 을 얕보지 마라!!!」
별 하나에 필적하는 질량과 봉인을 힘만으로 찢어 낸다.
레티시아는 제대로 말을 빚지 못한 비명을 지르며 흩어지더니 인간 형태로 돌아와서 지면에 충돌했다.
날아가는 제육우주속도의 창.
아지 다카하는 방금 전의 전투에서 얻은 경험을 토대로 자력으로 아스트랄화의 은혜를 끌어내었다.
ㅡ그 누가 믿을 수 있을까.
눈 한 번 깜빡일 시간도 되기 전에 삼두룡은 두 번 진화했다.
별을 깨뜨리는 힘과 별빛보다도 빠르게 움직이는 술법.
인간의 지혜가 미치지 못하는 두 은혜를 강한 영혼만으로 끌어내었다.
이런 일을 예상할 수 있는 자가 있었다고 한다면.

"ㅡ그래. 너라면 피할 거라고 생각했어."
그것은 마왕이라는 존재를 선망하고, 그 왕의 위엄을 믿었던 자 이외에 있을 리 없었다.



환상의 도시, 런던이 산산히 부서졌다. 벽돌 샛길도, 첨탑들도 흔적도 없어지고, 모두가 여태까지의 모든 것이 꿈이나 환상이 아니었을까 하는 착각을 품었다.
하지만 그들이 흘린 피의 연못과 죽음의 산하가 이 싸움이 현실이었다고 웅변하였다. 시간으로 차자면 약 한 시간도 안 되었을 듯한 공방이었다.
거인 족과 '우로보로스' 가 쳐들어 온 게 어제의 일. 그리고 삼두룡의 부활, 맥스웰의 강습, 그리고 재전.
폐허가 된 '황염의 도시' 는 이틀 만에 평온을 되찾았다. 마치 몇 년에 걸친 전쟁을 겪은 것처럼 흔적도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사실을 꼽자면 여기서 싸우다 스러진 화룡들이 고향 땅에서 잠들 수 있다는 정도다.
'......'
고요함이 찾아왔다. 모두가 미동도 하지 않고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삼두룡의 심장에는 흑토끼가 던진 창이 정확하게 꽂혀 있었다. 그리고 그 창을 쥔 소년, 사카마키 이자요이의 모습이 있었다.
그게 어찌 된 일일까.
그 한순간의 공방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심장 깊이 꽂힌 창을 보며 삼두룡은 감개 깊은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세 개의 머리가 각기 다른 것을 바라보았다.
심장을 꿰뚫은 창을 만신창이인 주최자를, 그리고 창을 쥔 사카마키 이자요이를.
붉은 눈동자를 가느다랗게 뜬 삼두룡은 한 방 먹었다는 듯이 웃으면서 끄덕였다.
「..당했군. 설마... 설마 제육우주속도로 날아드는 창을 받아낸다는 생각을 하는 멍청이가 실존하리라고는...!!!」
그것은 괴물의 것이라고는 여겨지지 않을 만큼 조용하고 맑은 미소였다.
그래. 그렇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흑토끼가 던진 창은 빛의 다발이 되어 삼두룡의 심장을 향해 날아들었다.
하지만 주최자들이 세운 작전은 삼두룡의 패기에 개어졌다.
그런 상태에서 삼두룡의 허를 찌르려 한다면, 거기에 더욱 뜬금없는 도박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ㅡ발동한 신창을 받아 내어, 삼두룡에게 생긴 미미한 안도의 순간을 찌른다.
말로는 쉽지만 던지는 쪽도, 받아 내는 쪽도, 이 일격에 건 각오와 용기는 보통이 아니었을 것이다.
어쩌면 흑토끼의 일격이 사카마키 이자요이를 죽였을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그녀는 그런 걱정을 티끌만치도 느끼게 하지 않는 각오의 일격으로 답했다.
그리고 거기에 부응하려고 이자요이는 목숨을 걸었다. 어느 한쪽의 신뢰가 부족해도 성립되지 않았을 최고의 기습이었다.
"...큭..."
이자요이는 어금니를 깨물었다.
쓰러지려던 삼두룡은 그제야 심장을 꿰뚫은 창을 쥔 손이 희미하게 떨리는 걸 깨달았다. 바로 지금 사라지려고 하는 삼두룡은 자신을 타도한 용사에게 마지막 가호를 내리듯이 손을 움켜쥐고 말했다.
「.. 부끄러워할 것 없다. 모르겠다면 여기서 배워라. 그 떨림이야말로 공포다.」
"아, 아냐!!!"
「아니, 맞다. 그리고 잊지 마라. 공포에 떨면서도 앞으로 뻗은 발. ㅡ그것이 용기다.」
응석 부리는 애처럼 아니라고 외치며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삼두룡은 그 목소리를 끝까지 듣지도 않고 불타서 재가 되었다.
순배그이 몸, 세 개의 머리, 붉은 눈동자. 모두가 두려워한 그 모습은 마치 선향불꽃의 마지막 불꽃처럼 불타다가 사라졌다.
새빨간 천으로 된 '절대악' 의 깃발은 그 무늬를 바꾸어서 봉인의 열쇠가 되었던 본래의 깃발ㅡ자유를 상징하는 소녀와 언덕의 깃발 '아르카디아' 대연맹의 것으로 바뀌어싿.
순간 화산이 분화하는 게 아닌가 싶을 종도의 대환성이 일었다.
꼭 신불 아니더라도 목소리로 천지를 뒤흔들 수 있다는 듯이 씩씩하게 외쳐 대는 소리가 폐허를 가득 채웠다.
살아남은 것을 순수하게 기뻐하는 자.
동료가 살아남아 주어서 눈물을 흘리는 자.
잃어버린 동료를 위령하며 눈물 흘리는 자.
미래를 달관하며 하늘을 올려다보는 자.
천차만별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사카마키 이자요이는 월룡의 등 위에서 분한 눈물을 한 방울 흘렸다.
"...아냐... 아니라고, 아지 다카하...!!!"
승리를 곱씹는 주최자들의 목소리와는 달리 이자요이는 회한의 소리를 내며 울었다.
눈물의 의미를 아는 자는 그 공방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는 자뿐.
등을 빌려 주던 월룡ㅡ교류는 모든 것을 지켜본 용의 모습인 채로 다정하게 말했다.
「...그래도 니는 이겼다. 지금은 그거면 되았다.」
자유의 깃발을 움켜쥐고 외니쪽 가슴을 누르는 이자요이를, 교류는 갈기를 재주 좋게 다루며 위로했다. 승리의 외침이 씩씩하게 울리는 가운데, 이자요이는 몇 차례나 고개를 내저으며 그것을 부정했다.
만인이 승리의 환성을 지르는 가운데 그만이 알고 있었다. 이자요이의 눈물의 이유를.
사카마키 이자요이가 경험한 완전한 패배를.
2015-09-18 01: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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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펀치
저는 갠적으론 이자요이가 아지다카하를 죽일 때 의사창성도로 죽였으면 하는 바람이..그리고 최종 레이드 때 이자요이 막타만 치는게 아쉬움
2015-09-18 02:08:56
추천0
[L:32/A:305]
14th
아니 그거 쓰면 자동상쇄 들어가서 다 죽으니까...
2015-09-18 11:3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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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버스
진짜 잭이랑 아지다카하랑 싸울때 완전 멋있었고...

7권에서 이자요이가 아지다카하 막을때 연출이 너무 소름돋았었는데... 표현력이 감탄스럽단 말이죠 작가님이
2015-09-18 07:56:41
추천0
[L:32/A:305]
14th
이걸 다 타이핑? ㄷㄷ 할일 없으신가
난 흑토끼보단 케찰코아틀이나 12권 결승전
2015-09-18 11:3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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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기뉴
타자빠른게 얼마안되는 장점인지라 많이걸리진않음.
2015-09-18 12:2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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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1/A:142]
침묵한사람
고생하셨어요 ㅎㅎ
근데 일러 3개가 엑박인데, 저만 그런간가요?
2015-09-18 12: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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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기뉴
모바일에선 저도 엑박뜸
2015-09-18 12:4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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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레주인
크하 아지다카하 다시 봐도 멋있네 그리고 타당한 순위라고 생각함
문제는 12권이 1,2위 다있네 아지다카하 형님 때문인가봐
2015-09-18 19: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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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사키♡
크 역시 문제아 이렇게 명장면이 많은데 제목이 트롤이네
2015-09-19 02: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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