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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y World
seasound | L:0/A: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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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2-0 | 조회 1,174 | 작성일 2015-09-06 21: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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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y World


던전에서 만남을 추구하면 안 되는걸까 bd2 특전





Hey World





신들이 정한 하계에서의 규칙에 저촉되지 않게 『신의 힘(아르카넘)』을 봉인하고, 신위까지 억제해 거의 무능에 가까운 몸. 전능했던 이전과는 천지차이였다. 겉보기대로 가늘고, 작고, 그 어떤 힘도 가지지 못한 팔다리.

하지만 이런 모자란 몸조차 기분 좋게 느껴져, 헤스티아는 만면에 미소를 띄었다.

"어디보자...이렇게 근처에 강림했긴 했는데"

시원한 밤바람에 칠흑빛 머리카락을 흘리며, 헤스티아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달과 별빛이 비추는 대초원 한가운데. 고개를 좌우로 돌려 배후를 돌아본 순간

"아"

목적지를 찾아냈다.

"찾았다"

시야 저편, 밤하늘에 솟아오른 백악의 마천루가 세워져 있었다.




*



맨발로 대초원을 나아가던 헤스티아는, 우연히 근처를 지나가던 상인의 마차에 타고 거대한 백악의 탑이 세워진 미궁도시──오라리오로 향했다.

하계에서도 『세계의 중심』이라 불리우는, 그리고 천계의 시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그곳이 헤스티아의 목적지었다. 신을 존경하는 사람 좋은 여상인에게 안내받아, 어린 여신은 날이 샐 무렵 도시를 구분하는 거대 시벽에 다다랐다.

신이나 【파밀리아】가 새로이 오라리오에 살게 된다면 함부로 도시 바깥으로 나설 수 없다, 하고 길드 문지기가 경고하는 말에 떨떠름해 하긴 했지만, 번잡한 수속을 거친 끝에 도시 북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

"검문인지 뭔지 꽤나 오래걸렸는걸. 도시에 들어오거나 사는것 조차 이것저것 정해진게 있다니.....뭐, 이것도 『하계의 묘미』라고 할 수 있으려나"

긴 검문에 약간 피곤해 하면서도 헤스티아는 웃고 있었다. 모든것이 자유로워 그녀를 속박하는게 전혀 없었던 천계와 비교했을 때, 이 하계는 불편하고 부자유스럽기 때문에 모든 사물이 신선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시벽 안쪽으로 나아가 푸른 하늘 아래 비친 거리 풍경을 보고, 헤스티아는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여기가 오라리오군! 참 좋은 곳이구나!"

『세계의 중심』이란 위명은 허명이 아니었다. 화려한 도시풍경은 여신을 감탄시켰다. 돌로 포장된 도로와 상점. 여관과 종루, 광장에 마천루까지. 크고작은 여러가지 인공물이 넘치는 광경이다. 천계──웅장한 대자연이나 구름으로부터 흐르는 빛나는 폭포 등, 하계 사람이 떠올리는 환상적이고 신비적인 낙원풍 광경──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 중 하나였다.

벌써 태양이 중천에 오르려 하고 있었다. 시벽까진 아침 무렵에 도착했지만, 검문 시간이 길었던 탓에 시간을 허비한 탓이다. 천계에선 딱히 신을 필요가 없었으므로, 신발을 신지 않고 맨발로 돌바닥을 디딘다.

수많은 활기찬 아인종(데미 휴먼)들, 미소가 흘러넘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기꺼운 표정을 지으며 헤스티아는 대로를 나아간다.

"그럼...이렇게 계속 관광하는 기분이면 곤란하니....먼저 헤파이스토스부터 만나볼까?"

이 오라리오에 거처를 마련하기 전에, 자신보다 먼저 하계로 내려온 친구의 신세를 져야겠다. 벌써 몇백년 전의 일인진 잊었지만, 친밀했던 여신은 "나도 그 땅에 한번 내려가보려고" 라며 자신보다 한발 앞서 하계로 여행을 떠났었다.

하계에 대한 지식이 변변찮은 헤스티아는, 헤파이스토스에 대해 물어보려고 주위에 있는 아이들에게 다가가려 했다.

"──아앙? 어이 이봐. 거기 설마....."

"응? ──으엑"

그 때,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자, 헤스티아는 시야에 들어온 인물, 아니 신물을 향해 오랜 원수와 만났다는 표정을 지었다.

"로키!?"

"켁! 역시 땅고마였구마, 으에~ 재수 옴붙었다야~"

주황색 머리카락과 주황색 눈동자를 가진 여신. 그 이름을 외치자, 로키는 한탄하듯이 하늘을 바라본다.

오히려 내가 할말이거든!? 하고 헤스티아는 속으로 분개했다.

천계에서도 파천황으로 유명한 어릿광대 로키.

괜히 자신에게 시비를 거는 일이 잦은 그녀는 헤스티아의 적이다.

"아이고~ 촌뜨기 좀 보소. 인자 하계에 내려온기가? 슬마 오라리오에 내집마련 할 수 있따고 생각하는건 아니쟈?"

"그렇다면 어쩔건데!"

"흐히히, 지 분수도 모르나? 니같이 집에 틀어박혀서 느긋~하게 뒹굴데는 여신이, 함부로 살 데가 아니다, 이 오라리오는!"

천계와는 다르다며 경험담을 늘어놓는 상대.

"자기는 뭐 잘난 줄 알고.....!"

헤스티아는 화를 냈지만, 로키 곁에 있던 아인(데미 휴먼) 한 명이, 주저하면서도 입을 열었다.

"저, 로키 님. 그 쪽 여신님은...."

"아, 레피야? 이런 글러먹은 여신한티 님자 붙일거 읎다. 이런 아는 땅꼬마면 끝이다 끝!"

로키의 말에는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그보다 무시할 수 없는 모습이 보였다.

방금 입을 연 아름다운 엘프 소녀. 그밖에도 휴먼과 수인 미소녀들을 보며 헤스티아는 동요한다.

"로, 로키...설마 그 아이들은.....!?"

"이제야 알아챘나 땅꼬마? 니 생각 대로다. 쨔잔~ 내 사랑스러운 친족들이데이!"

【파밀리아】。신의『은혜(팔나)』를 내려받은 아이들──신의 친족, 혹은 신의 파벌을 통칭하는 말이다. 쇼핑하던 참인지 아니면 귀가길인지, 로키의 친족들은 각자 봉투를 안고 있었다.

여신이 자랑스럽게 소개하며 그녀들 곁에 바싹 다가가자 귀찮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대가족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그녀의 아이들을 보며, 헤스티아는 충격을 받았다.

".....흐, 흥! 어차피 로키니까 별 대단치도 않을【파밀리아】....."

"무지는 죄구마~ 내 파밀리아는 탐색계, 이른바 모험자들을 거느리는 파벌 중에서도 최고.....그것도 최대 파벌이레이?"

"뭐, 뭐라고!?"

능글대며 그녀를 내려다보는 로키를 보며, 헤스티아는 무심코 눈을 부릅뜨고 말았다.

"거짓말이다! 너같이 상스런 여신의【파밀리아】가 최강이라니, 말도 안돼!"

"이거이 맨날 상스럽다 상스럽다!"

대로를 오가는 사람들과 엘프를 비롯한 로키의 아이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서로 매도해대며 아옹다옹대는 두 여신. 뺨을 꼬집고 머리칼을 당기며 꼴사나운 싸움을 벌인 뒤, 거칠게 숨을 몰아쉬던 로키는 히죽 고약한 미소를 짓고는 마찬가지로 어깨를 헐떡이던 헤스티아를 내려다보았다.

"뭐, 실컷 발버둥쳐 보그레이. 아이 한 놈도 못구하고 오라리오서 꽁무니 빼는게 눈에 선하다야"

자신의 실적을 과시하면서 그녀를 깔보는 로키를 향해, 헤스티아는 이를 까득 악물었다.




*



"──라는 일이 있었어, 헤파이스토스!"

"아하하하하하! 하계에 오자마자 호되게 당했나 보구나"

헤스티아는 빨개진 얼굴로 친구 여신에게 자신이 겪었던 일을 설명했다.

장소는 도시 북동부. 화산을 방불케 하는 거대한 건물 안의 한 방.

로키가 떠난 뒤, 도시에 사는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의 홈에 대한 정보를 아이에게 캐물은 뒤, 헤스티아는 그녀를 방문하여 기꺼이 환영받았다.

주신에게 안내받고 로키와 있었던 분쟁에 이를 가는 헤스티아를 보며, 오른눈을 큰 안대로 가린 신우神友는 몇번씩이나 어깨를 흔든다.

"이, 이렇게 된 이상 로키가 무심코 돌아볼 정도로 대단한【파밀리아】를 만들어 보이겠어! 반드시 울상짓게 만들어 줄테다!"

"헤에, 꽤나 대담한걸? 로키네는 진짜 오라리오 최대 파벌이라니깐?"

둥근 탁자를 사이에 두고 의자에 앉은 헤파이스토스를 보면서, 알까 보냐고 헤스티아는 답했다.

대담하다는 소리를 했지만서도, 아마 분노에 차 강렬한 열의를 보이는 그녀의 자세에 무심코 미소짓는다. 헤파이스토스는 헤스티아의 열의를 호의적으로 받아들인것 같았다.

"하계에 이제 막 내려왔으니 아무것도 모르겠네. 천계에서 친한 사이었으니, 모쪼록 네가 독립할 때까진 여기서 돌봐줄게. 뭔가 필요한게 있으면 말해줘"

"고, 고맙다. 헤파이스토스!"

자신을 도와주겠다는 신우의 말에 감사를 표하며, 두고 봐!! 하고 헤스티아는 천적의 얼굴을 떠올린다. 하계에서의 신의 지위와 직결된【파밀리아】의 규모를 눈 깜짝할 사이에 키워서, 로키가 돌아보게 해주겠다며 대항심을 불태웠다.

그때, 헤파이스토스의 방문이 소리내어 열렸다.

"주신님, 포장마차에서 무심코 너무 많이 사버렸는데, 하나 어──이런, 바쁘신 모양이로군"

"아냐. 들어와, 츠바키"

입실해온 헤파이스토스의 친족, 하프드워프 여성이 큼지막한 봉지를 안고 있었다. 고소한 기름과 소금냄새. 코를 움찔인 헤스티아는 가만히 자루 안에 있는 내용물을 바라본다.

"헤파이스토스, 저게 뭐야?"

"오라리오 어디서든 파는 포장마차 요리야. 이름은──"

"──『감자돌이 군』이지. 어린 여신님, 한번 드시겠나?"

헤파이스토스의 말을 이어 주신과 마찬가지로 안대를 쓴 여성이 미소와 함께 봉지를 건냈다. 자기소개도 않고 음식을 건내는 자신의 친족과, 흥미진진하다는 모양으로 그녀를 올려보며 감자요리에 손을 뻗는 자신의 신우. 그 모습을 보며 헤파이스토스가 쓴웃음짓는 가운데, 헤스티아는『미지』에 도전한다는 표정으로『감자돌이 군』을 먹어보았다.

"으응~~~~"

한입 물자, 헤스티아의 자그마한 몸이 떨린다.

"마, 맛있구나....!"

"흐하하핫, 그야 그렇지"

기꺼이 웃어보이는 하프드워프 곁에서, 휘둥그레진 눈으로『감자돌이 군』을 응시하는 헤스티아가 감격에 떤다.

이것이 그녀의, 하계에서 느낄 수 있는 수많은 감동 가운데──미식을 맛본 순간이며

그리고, 타락의 순간이었다.




*




"크흣, 후후후....아하하하하하!!"

3개월 뒤

【파밀리아】를 결성할 때까지 헤스티아에게 빌려준【헤파이스토스 파밀리아】의 한 방. 소파 위에 엎드려 누운채, 낄낄거리며 책을 읽는 헤스티아의 모습이 있었다.

그녀 곁으론 접시 위에 쌓아올려진 감자돌이 군의 산. 먹고, 읽고, 낄낄거리는 작업을 반복한다. 그녀의 자그마한 몸은 전혀 방 밖으로 나서질 않았다.

"....저기, 헤스티아? 슬슬 아이들 좀 모집해보지 그래? 일단 미리 말해두겠는데,【파밀리아】시작하는건 그리 쉬운 일이──"

"아아, 내일부터 할게"

그녀의 방을 방문한 헤파이스토스. 헤스티아는 그런 그녀에게 시선도 돌리지 않은채 대충 답했다. 요 3개월동안, 하계 신참자인 어린 여신은 쭉 이모양이었다.

감자돌이 군을 비롯해 하계의 요리를 마구 먹어치우며, 하계의 책을 눈을 빛내며 마구 읽어대고 있다. 수많은 신들을 사로잡은『하계의 오락』에 완전히 빠져들고 만 헤스티아는, 여기 내려와서도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녀의 본모습이란 즉, 방종함.

천계에서도 치신머리 없이 항상 신전에 틀어박히기 쉽상이며, 맨날 뒹굴거리는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천계서 강림한 그녀는『하계의 오락』──최고의 심심풀이를 손에 넣자 그 성향이 더욱 악화되고 말았다. 대장장이 신(헤파이스토스)의 단원에게 부탁해, 방에서 뒹굴거리며 감자돌이 군과 새로운 서적을 받는 생활을 하면서 하루종일 방에서 꼼짝도 않는다.

몇번씩 방에 들러 그녀에게 충고하는 헤파이스토스에게는『내일부터 할게』 하고 대꾸했지만, 이 어린 여신은 다음날도, 그 다음 날도【파밀리아】결성 따윈 잊고 계속 틀어박혀 있을 뿐이다.

──그리고, 말을 듣지도 않은채 느긋하게 쾌락에 탐닉하는 헤스티아를 향해

드디어, 헤파이스토스의 인내심이 끊어지고 말았다.

"──나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우와앗!?"

홈 입구로 끌어내져 문밖으로 걷어차인 헤스티아는 지면에 쓰러진 채, 이게 무슨짓이냐고 항의하려 했지만

──눈앞에 서있는 건, 팔짱을 끼고 그녀를 내려다보는 분노한 홍발홍안의 여신이었다.

"기껏 임시 거처를 제공해줬는데, 맨날 틀어박혀선....."

"헤, 헤파이스토스.....?"

"널 애지중지한 내가 실수한 모양이네....하계의 고난을 한번 맛보고 오도록! 다시는 이 문턱을 넘지도 못하게 할테니까!"

노발대발한 헤파이스토스는 시종 헤스티아를 을러댄 뒤, 쾅 하고 문을 닫았다. 훌륭한 그녀의 홈에서 내쫓아져서 한심한 모습으로 주저앉아 있던 어린 여신은, 비척이면서도 몸을 일으켰다.

"뭐야, 헤파이스토스 녀석. 하계의 생활을 좀 만끽했을 뿐인데....3개월 쯤이야 그냥 받아주지"

영원을 사는 신의 척도로 투덜대던 헤스티아는

"뭐 됐어"

이렇게 중얼거리곤, 헤파이스토스의 홈에서 멀어져 휴먼과 아인(데미 휴먼)으로 가득한, 활기찬 대로변으로 향했다.

"【파밀리아】를 결성하고, 집도 곧 찾아내 보일테다. 로키가 돌아보게 만들기 위해서라도!"

이제야 겨우 자신의 최초 목표를 생각해 내면서, 대로변 한구석에 대기한다.

하계에서는 무엇보다도 다른 이들보다 앞서는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방 한구석에 틀어박혀 방종한 생활을 보냈어도 깨달은 헤스티아는

"역시 모험자를 지망하는 아이가 좋겠지?"

하고 중얼거리며, 좋은 아이가 없을까 지나가는 행인들을 관찰했다.

(저 아이하고는 마음이 맞질 않을것 같고, 저 아이는 좀 나쁜 마음이.....얘는 너무 어린것 같네)

푸른 기운이 도는 그녀의 신비한 눈동자가 아마조네스나 수인, 소인족(파룸) 등 수많은 아이의 본질을 판별한다. 썩어도 여신인 헤스티아는 아이 각자가 지닌 성질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대화라도 나누면 그 아이의 됨됨이는 거진 다 파악할 수 있을 정도다. 『신에겐 거짓말이 통하지 않는다』라는 사실은 하계에서도 유명하다.

자신과 어울릴듯한, 굳이 말하면 눈에 들어오는 아이를 계속 찾고 있었던 헤스티아는 한 여성 엘프를 찾아내고 "저 아이가 좋겠다!" 라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활과 화살통에 경장 차림. 모험자로서 노다지로 대성할듯한 그 인재를 보며 기분좋은 목소리로 제안했다.

"여어, 엘프 군! 보건데 어느 신과도 계약을 맺지 않은것 같군? 내 【파밀리아】에 들어오지 않겠어!?"

힘차게, 붙임성 있게, 그러면서도 신으로서 위엄을 해치지 않도록 가슴 피고 권유하자, 그 엘프는 키가 작은 헤스티아를 평가하듯이 물끄러미 발밑에서 머리 위까지 살펴보았다.

"여신이시어. 실례지만 이름은 어떻게 되십니까?"

"나는 헤스티아다!"

"【헤스티아 파밀리아】....들어본 적 없군요. 신규 파벌이라면 홈은 있습니까? 현재 단원 수는? 자금은 얼마 정도로?"

"에, 에엣!?"

엘프가 화살같이 쏘아대는 질문앞에서, 헤스티아는 당황하고 말았다.

전혀 대답하지 못하자 어느 정도 헤아렸는지, 상대는 숲의 요정이라 불리우는 그 미모에 싸늘한 표정을 띄고 눈동자를 가늘였다.

"【헤스티아 파밀리아】의 운영 방침은?"

"에, 그게.....던전에서 잔뜩 돈을 벌어오면 좋곘다~ 라던가...?"

계획이 제로인걸 억지 미소로 속여넘기려 했지만, 그 엘프는 싸늘한 시선으로 쏘아보며 인사도 하는일 없이 위엄도 뭣도 없는 어린 여신에게 등을 돌렸다.

시간낭비야....그렇게 말하는 것처럼 그녀는 등을 돌려 멀어져갔다.

"버, 벌레라도 보는 듯한 눈이었다...."

나는 신인데....! 하고 충격을 받는 헤스티아.

하계엔 어디까지나 신참인 이때의 그녀는 알지 못했지만, 일반적으로 탐색계【파밀리아】는 도시 바깥에서 준비를 실시한 후, 이 미궁 도시(오라리오)에 진출한다. 인원이나 자산 등을 어느정도 챙겨두지 않으면 미궁 탐색을 파벌의 경제적 기반으로 삼는건 어렵다. 그랬다간 운영이 전도다난 할거라는걸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모험자를 지망하는 아이들도 자신의 목숨이 걸린 일이니, 조금이라도 좋은 환경, 풍족한【파밀리아】를 희망하는건 자명한 일이었다.

"아, 아냐. 이제 시작한 직후니까, 계속 권유하면 한 명 정도는....!"

하물며 여신 홀로 물자부터 모험자까지 죄다 오라리오 내에서 현지조달한다는건 어불성설. 아이들에게 있어서 아무 이점이 없으니, 고생할건 눈에 뻔한 일이다.

무엇보다도, 이 오라리오...아니 하계에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폐급 신들이 잔뜩 있다는건 유명한 사실이며, 함부로 그들에게 걸려서는 안된다는게 아이들의 공통 인식이었다.

말은 대차게 으스댔건만, 파벌을 결성하는 일조차 힘들어 보이는 어린 여신. 그녀는 그렇게 유쾌한 폐급 신들과 똑같은 취급을 받고 있었다. 『신용할 수 없다』는 점에서 말이다.

해가 질때까지, 그녀의 권유 활동은 실패로 끝났다.

"저, 전멸.....!? 이게 하계에서의 삶이라는건가....!"

신앙을, 아니 신뢰를 얻는건 어렵다.

헤스티아가 처음으로 겪은 하계의 고난이었다.







*





"우우, 헤파이스토스으으......."

"너....내쫓은지 겨우 하루밖에 안지났잖아"

하계에서 첫 노숙을 한 그 다음날, 헤스티아는 신우에게 울며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하계의 세례를 맞은 헤스티아는 자존심도 버리고 헤파이스토스에게 머리를 조아린 채, 매일 그녀에게 손을 벌려댔다.

"헤파이스토스으....."

어느 땐, 돈이 없다면서 매달리고

"헤파이스토스으으....."

어느 땐, 일자리를 찾지 못하겠다고 호소하며

"헤파이스토스으으으.....!!"

어느 땐, 비를 피할 장소가 없다며 흠뻑 젖은채 간원해댔다

『신의 힘(아르카넘)』없이,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게 드러나버린 헤스티아에게, 헤파이스토스는 크게 골치를 썩였다. 친구의 응석을 계속 받아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대충 쓰러지게 내버려둘 수도 없는 노릇이다. 대처하기 곤란해했던 홍발홍안의 여신은 깊은 한숨을 내쉰 뒤

"──이걸로 마지막이야?"

다짐을 받으며 그녀에게 주거지를 내주었다.

잊혀진 골목길 너머, 낡은 교회 지하에 존재하는 비밀 지하실이다.

"고맙다. 헤파이스토스.....!"

"진짜, 진~짜 이게 끝이다!? 아르바이트도 소개해줬으니까 앞으론 네 스스로 어떻게든 해봐!"

어찌 됐던간에 그녀를 잘 돌봐주는 신우 앞에서, 헤스티아는 "응!"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탄식과 함께 홈으로 돌아간 헤파이스토스와 헤어진 뒤, 반쯤 폐허가 된 교회 지하실, 자신의 거점이 될 홈에 발을 디뎠다.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낡은 방을 주는거냐, 헤파이스토스...?"

교회 지하실을 살펴본 헤스티아는 무심코 신음성을 토했다.

3개월 전에 빌렸던 방과 굳이 비교할 것이 잔뜩 낡은 방이다. 벽의 도장은 벗겨져 있었고, 갈라진 부분도 있었다. 마석등은 천정에 달린것 뿐. 헤파이스토스가 그래도 침구나 소파 등의 일상용품이 몇개인가 준비되어 있었지만, 죄다 낡은 것들 뿐이었다.

"아니, 욕심 부릴때가 아니다....살다 보면 정들게 되어있어!"

반쯤 자신을 타이르듯 외치며, 우선 방 확인과 정리를 개시한다.

수도를 비롯한 마석 제품 유무를 확인하여 작은 체구인 자신에게 맞게 일상용품의 위치나 높이를 조절한다. 어느새 밤이 깊어져 모든게 끝날 무렵, 한숨 돌린 헤스티아는 방을 한가운데서 둘러보았다.

"....넓구나"



툭 중얼거린다.

"천계에선 오랫동안 혼자 살아왔지만.....로키네나 헤파이스토스 네는 이것보단 떠들썩했는데"

친족들에 둘러싸인 동향 신들의 얼굴이 생각났다.

단원들은 썩 달가워 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기꺼운 표정을 짓던 로키. 단원들에게 존경받으며 스스로도 미소와 함께 자신의 아이들을 대하던 헤파이스토스. 그녀들 말고도 오늘까지 봤던 신들은 왠지 , 다들 행복해 보였다. 만족스러운 모습이었다.

천계에선 보지 못한 표정을, 하계에선 얼마든지 보이고 있었다.

"...큭! 외, 외롭지 않아!"

자기가 말하고도 허풍처럼 들리는 대사가 싸늘한 지하실에 울린다.

잠시 멍하게 서 있던 헤스티아는, 마석등의 빛을 끄고 침대에 누웠다.

"....내 친족은 어떤 아이일까"

어떤 아이가 자신의 손을 잡아줄까?

허술한 끈으로 동여맨 머리를 풀어 침대에 누운채, 헤스티아는 생각에 잠긴다.

약간의 외로움과 불안감. 그리고 실날같은 기대.

하계의 주민이라면 모두가 겪을 미래에 대한 감정, 생각. 그것을 여신인 헤스티아도 느끼며 얼마 지나지 않아 눈을 감았다.





*




그리고 헤스티아의 고난──즉, 하계 생활이 시작되었다.

기본적으로 자급자족. 굶주림을 홀로 이겨내야만 하는데다가, 자신을 길러줄【파밀리아】구성원을 구해보려 해도 권유는 죄다 실패. 좌절과 참패의 나날을 보냈다.

여태까진 뭐든지 할 수 있었던『신의 힘(아르카넘)』이 봉인당하여 나날이 어려움을 겪는 헤스티아의 머릿속에, 신우가 발언했던『하계의 고난』이란 말이 뇌리에 스쳤다.

오락이 있고, 자극도 있고, 즐거움도 있다. 하지만 신에게 있어서 하계는 살기 힘든 곳이라며 헤스티아는 뼈저리게 느꼈다. 아르바이트 장소인 감자돌이 군 노점에서 발화 장치를 잘못 다루는 바람에 그대로 폭발하여 고액의 빚을 졌을 땐 눈물을 흘릴 뻔 했다.

하지만 고통스런 가운데서도 만남은 있었다.

어린 외관을 가진 자신을 귀여워하는 아르바이트 동료나, 영세【파밀리아】를 가진 상냥한 마음씨의 남신, 미아흐. 그리고 그 친족인 견인(시앙슬로프) 나쟈. 이 하계에서 처음으로 만난 신과 그【파밀리아】는, 가난 동맹으로서 종종 헤스티아를 도와주었다. 그리고 천계에서 안면이 있던 타케미카즈치와도 이 오라리오에서 재회할 수──그 역시 극빈한 상황에서 아르바이트에 힘쓰는 나날을 보내는 중──있었고, 그들은 헤스티아가 노력하겠다는 기개를 유지하는데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그리고 하계, 오라리오에 몸두게 된지 반년.

헤파이스토스에게서 내쫓아진채 약 3개월이 지난 어느 맑은 날의 일이었다.

오늘만도 50명째【파밀리아】권유 실패 때문에, 헤스티아는 의기소침해 하고 있었다.

이 오라리오에 와서부터 지금까지 세면 대체 몇 명이나 되는지 알 길이 없다. 이래서야 감자돌이 군 노점에서 아르바이트 할때, 일부러 그녀를 비웃으러 오는 로키에게 말대답도 못한다.

오늘도 성과가 없는걸까...하고 타박타박 대로를 걷던──그 때.

한 소년이 시야에 들어왔다.

(휴먼인 아이...? 어쩐지 나에게 뒤지지 않을 정도로 의기소침한 표정이구나)

자신과 마찬가지로 낙담한 채, 힘없이 터벅터벅 거리를 걸어나간다.

머리색은 첫눈, 혹은 토끼처럼 새하얬다. 눈 색은 짙은 진홍색. 마른 체구의 소년이다.

그 뒷모습이 묘하게 신경쓰이던 헤스티아는 소년을 쫓기로 했다. 분위기가 비슷하다는 점도 있었지만, 의기소침한 그의 표정을 보고 차마 그냥 보낼 수 없었다.

탓탓탓탓 달려나가 건물 그늘에 휙 재빨리 몸을 숨긴다. 주변 행인들이 기막혀 하는 시선을 그녀에게 주지만, 신경쓰지 않은채 서투른 미행을 하고 있자니 그 소년은 아무래도【파밀리아】입단 희망자인것 같았다. 여러 파벌의 홈을 들러 대문을 두드리다가, 곧바로 문전박대 당한다. 아무래도 모험자를 지망하는것 같지만, 주신조차 만나지 못한 채 촌티나는 풍모를 보고 대번에 가망 없다며 쫓겨나는것 같다.

그 사실을 알아채자, 헤스티아는 혹시나 하는 기분이 들었다.

저 아이를【파밀리아】에 권유할 절호의 기회가 아닐까 무심코 기대한다.

먼 발치에서 봐도 소년은 헤스티아의 눈에 들어오는 아이다. 소박하고, 내성적이고, 무엇보다도 순수했다. 여신답지 않는 태도로 두리번두리번 주변 동향을 살핀다.

"그렇다 쳐도....."

외로워 보이는구나.

흐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미아처럼 방황하는 소년의 등을 바라보며, 헤스티아는 그렇게 느꼈다.

염원하던 친족을 찾아낼 수 있을지 없을지 불안해 하면서도 기대감을 품은 자신과 다른, 유구한 세월을 살아온 신과는 결정적으로 다른, 진짜 아이.

불안해 보이는 모습으로 자신의 거처를 찾는 소년의 얼굴을, 헤스티아는 빤히 응시한다.

(어휴, 저런 얼굴을 보면.....이 몸이 차마 두고 볼 수 없지 않느냐)

헤스티아가 관장하는건 불길이며, 거처를 지키는 빛 혹은 지키는 불을 상징한다.

도움을 바라는 자에게 구원의 손길을 뻗고, 길잃은 미아를 맞이하는, 화톳불과 같은 불멸의 불길이다.

그리고, 바로 지금 미아를 찾아낸 헤스티아는, 그 뒷모습을 보며 이렇게 말을 걸었다.

"이봐~ 거기 너───"

이 만남이 모든 일의 시작임을

이 때의 여신은 아직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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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만추
헤스티아 ㅋㅋㅋ 재밌네요. 잘 읽었습니다.
2015-09-06 21:27:43
추천0
oratoria
오오 감솨함돠
2015-09-06 21:53:05
추천0
야거
잘 읽었어요
2015-09-06 22:34:58
추천0
카네키켄타
잘 읽었습니당
2015-09-06 23:17:46
추천0
[L:48/A:294]
Enough
잘보고 갑니다 ㅎ
2015-09-06 23:21:53
추천0
훌랄랄라
잘봤습니다 감사합니다
2015-09-07 01:17:49
추천0
[L:28/A:246]
미카사♥
재밌게 읽었습니다 ㄳㄳ
2015-09-07 08:49:20
추천0
암바사맛남
감사합니다
2015-09-07 09:14:36
추천0
0judelaw0
감사합니다 잘 읽고가요ㅎ
2015-09-08 13:40:47
추천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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