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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그림자와 광휘의 이야기 - 광휘의 그림자 10~14화 몰아보기 - 完
에르온 | L:31/A:473
74/510
LV25 | Exp.14% | 경험치획득안내[필독]
추천 1-1 | 조회 1,037 | 작성일 2020-08-24 16:5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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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 그림자와 광휘의 이야기 - 광휘의 그림자 10~14화 몰아보기 - 完

게시판 활성화를 위해서 업로드 했지만 왜 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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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서면 안된다는 겁니까?"

 

"네가 나서지 않는 게 도움이 더 많이 되니까. 나와 싸우느라 용맹님을 도와주지 못하는 게 낫니, 아니면 내가 저기서 어설프게 연극을 하는게 낫니?"

 

물론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벨리온은 당장이라도 뛰쳐나가 전투에 참여하고 싶었다.

아무리 자신의 주군에게 도움되는 것이 가만히 바라보는 것이라 해도 그가 혼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는 건 신하의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순간 순간 몸이 튀어나가려고 했지만 다행히 지혜가 막아줘서 불상사를 막을 수 있었다.

 

"근데 찬란님은 어디 간겁니까?"

 

파멸탄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찬란이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리고 광휘 다섯이 나오더니 몇 마디를 나누고 싸움이 시작됐다.

 

"아마 내 방을 가지러 갔을걸? 리플렉터로 내 방에 융합되어 있는 무구를 빼내러 말이지."

 

한 박자 늦게 이해했다.

 

'그럼 찬란님이... 생각을 읽는 무구를 가지러 갔다고?'

 

"당장 가서 막..!"

 

둔탁한 소리가 뒷목에서 퍼져나갔다.

고통도 온 몸을 감쌌고 몸에서 마력이 완전히 빠져나감을 느꼈다.

 

"전투를 망치지 말고 지켜보렴."

 

지혜가 한 짓이었다.

 

"너.... 왜...."

 

털썩.

 

"이번에는 진짜 위험하겠는걸? 지혜의 군단이여. 전투의 결과에 대비한다. 용맹님이 승리하시면 우리는 이대로 용맹님께 갈 것이고, 패배하면... 용맹의 군단 전원을 척살하고 찬란님께 간다."

 

벨리온에게는 의식을 잃기 전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몸을 제어할 수 없었다.

몸에서 마력이 빠져나가는 바람에 군단에게 연락을 취할 방법이 없었다.

 

'젠장... 이러면 안..돼...'

 

그는 그렇게 의식을 잃었다.

 

"정신 차려!!"

 

"너 같으면 정신 차릴 수 있겠냐? 한 눈 팔지 마!"

 

"명랑! 오른쪽이다!!"

 

끼리리리리릭

 

검이 마찰하며 엄청난 열이 발생했다.

그런데 명랑의 검이 붉게 변하더니 완전히 두 동강 났다.

 

"이 뭔..."

 

쾅!

 

"야 이 멍청아! 적이 누군지도 모르고 무작정 공격을 막는거냐? 마력의 밀도가 낮은 이상 깨지는건 당연한거지!"

 

5명의 광휘와 아스본의 전투가 계속되고 있었다.

혼전 속에서 아스본을 제외한 광휘들은 파멸탄의 데미지를 입었고, 원래 차이가 심했던 실력들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

5명이어서 그나마 버티는거지, 1명이라도 모자랐다면 버티기는 커녕 전원 전사였다.

 

[쾌활 님, 지혜 님과 연결 되었습니다.]

 

"그 녀석 지금 어딨는거야?"

 

[그게... 용맹님이 심어놓은 파멸탄에 군단이 거의 궤멸되었고 혼자서 벨리온과 전투하고 계신답니다.]

 

아스본에게는 희소식이었으나, 광휘들에게는 청천벽력이었다.

가뜩이나 지쳐있는 그들에게는 후방 지원인 마법사가 필요한데 하필이면 마법사가 빠지다니 최악의 상황이 지속되고 있었다.

 

'찬란님... 빨리 돌아오시지요...!'

 

"왜 그러지, 벌써 끝인가?"

 

연락을 하는 도중 광휘 1명이 의식을 잃고 힘의 균형이 깨져버렸다.

 

"무슨 저런 괴물이 있는거야..!"

 

"저 분이 제대로 참전했으면 이미 전쟁이 끝났을텐데..."

 

"절대자가 전쟁이 안끝나게 하기 위해 저 자를 호위 무사로 둔거겠지? 중요한 전투를 제외하고는 다 참전한 녀석이잖아!"

 

"잡담 그만해. 언제 들어올지 모른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아스본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왤까?

마력이 다 닳았다?

아니, 그의 마력량은 비정상적으로 넘쳐난다.

그럼 데미지가 심하다?

물론 날개가 완전 타버리기 전이라 고통이 있겠지만 움직이지 못할 이유는 없다.

움직이지 않는 이유... 도대체 무엇일까?

 

"알았다! 날개를 공격하는 거다!"

 

"뭔 소리야, 이미 잿더미나 다름 없는 날개를 공격하는 게 뭔 의미인데?"

 

"그거야 바로. 날개가 잿더미나 다름 없지만 형체가 사라지지 않아. 즉, 사라지면 안되게 조절하고 있는거야. 그래서 지금 미동도 않는거고..!"

 

'낭패군.'

 

정확한 부분을 찔렀다.

날개는 이제 한계다.

제 역할을 하기는 커녕 완벽한 짐이었다.

여기서 힘을 더 개방하면 바로 어둠에 먹혀버린다.

그리고 어둠에 먹힐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는 이상 날개는 제 심장만큼 중요한 부위가 되었다.

의식을 잃은 1명의 광휘를 제외하고 동서남북을 에워쌌다.

 

휘오오오오오오오오

 

전장에는 고요한 바람만이 맴돌고 있었다.

이윽고 가장 거대한 나무에서 나뭇잎 한 장이 바람을 타면서 떨어졌고, 마침내... 땅에 닿았다.

 

"으아아아아아!!"

 

4명의 광휘가 일직선으로 돌진했다.

방어따위 하지 않겠다는 목적인 양 엄청난 속도로 접근했다.

날개가 급소가 된 이상 선택지는 없었다.

이제는 날개가 버텨주기를 바라는 것 밖에 없다.

 

"... 지배자의 권능."

 

우웅....

 

대기의 마나가 위대한 자의 권능에 응답했다.

마나를 사용하던 광휘 4명은 그 자리에서 정확히 움직임이 멈췄다.

입을 놀릴 수도 없었다.

그 자리에 완벽하게 얼어버린 것처럼 움직이지를 못했다.

 

'어떻게 절대자의 권능이 저 자에게..!'

 

'큰일이군... 여기까진가...'

 

광휘들은 각자 최후를 예감했다.

하지만 아스본의 입에서 갑작스럽게 피가 쏟아져 나왔다.

 

"커헉... 제길...!"

 

기회라고 여긴 광휘들은 움직이려 했지만 지배자의 권능으로 꽁꽁 묶여버려 움직일 수 없었다.

분명 모든 감각을 지배자의 권능이 막고 있었다.

 

"크......아아아아아아..!"

 

푹! 푹! 푹! 푹!

 

무형의 칼날이 광휘들에게 뻗어나갔다.

전원 복부를 관통 당해 피를 토하면서 뒤로 날라갔다.

 

"크...윽..! 뭔... 저런 괴..물..."

 

"이건... 이길 수.. 없..."

 

"여기까지...인가..."

 

"...."

 

총 2명의 광휘가 의식을 잃었다.

하지만 3명의 광휘가 의식을 유지하고 있었고 아스본은 검을 바닥에 질질 끌면서 그들에게 다가갔다.

 

"큭.. 쿨럭! 쿨럭!"

 

피를 토하며 휘청거리는 와중에서도 그는 오직 광휘들을 죽이겠다고 다짐한 눈빛을 지니고 다가왔다.

 

'설마... 진짜 죽이겠어..?'

 

시작은 쾌활이었다.

그의 앞, 약 50cm 되는 거리에서 검을 양손으로 잡고 들어올렸다.

태양빛이 검에 반사되어 밝게 빛났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어두운 마력이 검을 감싸안기 시작했다.

 

"야... 너.. 무슨... 그건 나를... 죽... 쿨럭!"

 

광휘들은 전원 당황하여 말을 잇지 못했다.

고통스러움도 원인이지만 아스본이 쥐고 있는 검은 '영체를 파괴하는 검'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의 눈에는 더이상 초점이 존재하지 않았다.

날개도 깃털이 전부 사라지고 뼈대만 남았다.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군주의 기운과 흡사했다.

 

"죽.어.라."

 

기계적인 말과 함께 아스본의 검이 밑을 향하여 빠른 속도로 쇄도했다.

 

땡강!

 

"찬란...님! 쿨럭!"

 

찬란은 도착하자마자 공격당하는 광휘들을 보았고, 쾌활이 죽기 전 아스본의 검을 두 동강 내고 그의 몸을 차서 거리를 벌렸다.

그러고선 물었다.

 

"무슨 짓이냐, 아스본. 네가 절대자를 지키고 싶다면 광휘들을 더더욱 죽여선 안된다는 걸 모르는건가?"

 

"........."

 

'이상하군... 왜 저 녀석에게서 아무런 생각을 읽지 못하는거지?'

 

기적적인 상황에 돌아온 찬란.

그의 오른 손 약지에는 금색 빛 반지가 끼워져있었다.

리플렉터의 힘으로 지혜의 방을 축소시킨 '지혜의 반지'였다.

원래 원칙대로라면 아스본의 생각을 읽을 수 있어야 했지만 읽지를 못했다.

못 읽는 경우는 단 하나, 생각이 없는 상태이다.

즉, 지금의 아스본은 폭주한 상태라는 것이다.

 

'성가신 놈이군. 마치 파멸을 보는 것 같아.'

 

아스본은 흐리멍텅한 눈으로 찬란을 바라보았다.

본능적으로 그를 최우선 제거 대상으로 인식했다.

이윽고 찬란과 아스본은 검을 쥐고 서로를 향해 쇄도했다.

 

<얼마 전>

 

"절대자님, 아스본입니다."

 

"들어와."

 

끼이이이이익.

 

거대한 문이 열리면서 절대자의 성 최상층에 있는 절대자의 옥좌가 모습을 드러냈다.

 

"무슨 일이지?"

 

"... 곧, 저를 제외한 광휘들이 반란을 시작할 것입니다."

 

"별로 신경 쓸 일은 아니다. 어차피 너를 제외하면 나에게 위협이 될 정도는 아니니까."

 

심각한 표정으로 반란이 일어난다고 말했으나 절대자의 표정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오히려 미천한 자들을 보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럼... 반란은 어떻게 진압하면 됩니까?"

 

"진압이라는 거창한 단어를 쓸 필요가 있나? 파멸탄 사용을 허가하겠다. 그리고 너에게 권능을 내리겠다. 가까이 와라."

 

절대자가 내리는 권능.

무엇을 받는다해도 지금 이상의 힘을 얻게 되는 건 당연하다.

그에게 선물을 받는 것 같은 기분이라 기분이 상기되어 그에게 다가갔다.

 

"이 권능은 강력한 권능이다. 네가 사용하기에는 네 몸이 버티지 못할 것이다. 네가 패배하면 권능이 없는 나는 반란군에게 패배할 것이다. 반드시 이겨야할 것이다, 아스본."

 

권능의 힘을 받아들이는 것 때문에 엄청난 고통이 밀려들어왔지만 목소리를 쥐어 짜냈다.

 

"명을... 받듭니다."

 

그 말을 끝으로 나는 그 날의 기억이 깨끗하게 사라져있었다.

 

.

.

.

.

.

.

.

.

.

.

.

 

'여긴.... 어디지..?'

 

분명 자신은 5명의 광휘와의 전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의식이 툭 끊기면서 정신을 잃었고, 눈을 떠보니 완벽한 암흑이 그의 눈 앞에 펼쳐져 있었다.

 

'누구를 심판할 것이냐...'

 

'!!!'

 

정체불명의 목소리가 그의 귀에 때려박히듯이 들려왔고 머리가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밀려들어왔다.

그리고 눈 앞에는 자신과 찬란이 전투를 하고 있는 장면이 펼쳐졌다.

고통스러웠지만 그 모습에서 눈을 뗄레야 뗄 수 없었다.

 

'빨리 저 곳으로 돌아가야 한다..!'

 

아스본은 자신이 본능적으로 어둠의 기운에 먹혀 폭주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도 그럴 것이 날개가 불타 완벽히 뼈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투로 돌아갈 수 없었다.

달리고 또 달려도, 날고 또 날아도 앞으로 가기는 커녕 암흑 속에 집어삼켜지고 있었다.

 

'끝인건가...'

 

더 이상 증오도, 기쁨도 느껴지지 않았다.

감각 또한 점차 사라지고 있었다.

 

'나는... 이렇게 죽는 건가..?'

 

흐릿해지는 의식 속에서 다시 한 번 의문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나를 지켜라, 아스본.'

 

'!'

 

잊고 싶어도 절대 잊지 못할 목소리.

자신을 창조한 자신의 영원한 주군.

계속해서 들려오던 정체 불명의 목소리는 절대자의 목소리였다.

 

'... 지킨다...'

 

무형의 사슬이 투둑 투둑 끊기는 듯한 소리가 울려퍼지며 이내 자신의 의식에 엄청난 빛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잊고 있었던 그리움 마저 떠올랐다.

 

'반드시... 무슨 대가를 치루더라도..!'

 

빛이, 어둠을 분쇄했다.

 

"네 놈 만큼은 이곳에서 쓰러트린다!!"

 

"큭...!"

 

파아아아아아아앗

 

"으....으아아아아아아아!!"

 

'폭주가.. 멈췄다..!'

 

찬란은 오히려 폭주한 아스본과 싸우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공격 패턴이 단순했고 난도, 지배자의 권능 같이 까다로운 스킬들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어둠의 기운 정도는 파멸과의 전투로 인해 다져졌기에 자신의 힘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그가 의식을 되찾았다.

헐떡거리고 있기는 하나 의식이 돌아온 것 만큼은 확실했다.

그리고 그의 날개가 재생되기 시작했다.

즉, 본래의 힘을 되찾아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막아야 한다..!'

 

키기잉..!

 

"월룡섬아!"

 

달빛을 머금은 드래곤이 찬란의 검에서 뿜여져 나왔다.

눈 앞에 있는 모든 것을 섬멸하겠다는 듯이 눈을 시퍼렇게 뜬 달빛의 드래곤은 상상을 초월하는 스피드와 파괴력으로 아스본에게 향했다.

 

"... 지배자의 권능."

 

우우우웅... 스르르르륵

 

"크...윽..!? 뭐야? 마력이 흩어졌다고??"

 

지배자의 권능을 벌써 저렇게나 다룰 수 있게 된것인가..!

월룡섬아는 찬란의 최강의 기술 중 하나다.

무엇보다 빠르고 강렬하게 상대를 섬멸할 수 있는 기술인데다가 마력 사용 또한 적어서 이 기술은 많이 사용되었다.

그런데... 마력이 흐트러진 적은 처음이었다.

적의 기술과 부딪혀 동시에 상쇄되거나 방어막에 막힌 적은 많았다.

이를 의미하는 것은 단 하나였다.

아스본은 자신이 건드리지 못할 정도로 고차원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왜 그러지? 벌써 끝인가?"

 

"......"

 

이제는 더 이상 뒤로 미룰 수 없었다.

 

우우우우우웅...!

 

찬란에게서 절대자의 기운과 흡사한 기운이 터져나오고 있었다.

 

"드디어 제대로 덤비는군."

 

"계획이 바뀌었다. 여기서 네 놈을 제대로 죽이려면 창조주의 힘이 필수불가결하다."

 

후에 절대자와의 전투가 어떻게 될지 몰라 남겨두었던 힘이었으나, 지금은 그런 것을 따질 때가 아니다.

눈 앞의 최강의 적수를 넘지 못하면 후 는 없다.

 

"덤벼라, 아스본. 네놈은 여기 반ㄷ.."

 

채애애앵!

 

"난도!"

 

투두두두두두두두두두

 

아스본의 난도는 장검이 아닌 단검일 때 온전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단검을 잘 사용하는 스킬인 단검의 대가를 배우지 않는 이상 장검으로 사용할 때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었다.

하지만, 폭주 후의 그는 쌍단검을 쓰며 찬란를 압박했다.

빠른 속도로 공격이 들어왔지만 찬란은 상처 하나 입지 않았다.

오히려 틈을 찔러 아스본을 공격했다.

 

"큭."

 

"왜 그러지, 겨우 이 정도인가?"

 

창조주의 힘을 사용하자 아스본과의 힘의 차이가 완전히 메워.. 아니 찬란의 힘이 아스본의 힘을 완전히 능가했다.

 

"역시 창조주의 힘은 엄청나군. 네놈 손에 끼워져있는 그 반지는 지혜의 방을 축소시켰을 것이고... 그래서 내 공격이 읽혔던 것이군."

 

"잘 알고 있군. 그러니 항복하는 게 어떤가? 아, 항복한다해도 네놈은 죽을 거다. 지은 죄가 어지간히 많아야지... 훗."

 

마음이 읽힌다면 자신의 공격이 상대에게 훤히 드러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전투에서 이길 확률은 없어진다.

자신의 전략이 상대에게 까발려짐과 동시에 상대는 그 전략의 틈을 찾아 허점을 찔러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읽히지 않는 공격이라면..?

 

"지혜의 반지... 리플렉터 이상의 무구라 생각하지만 안타깝군."

 

"무슨 말이지?"

 

"사용하는 마력량은 적어서 창조주의 힘은 거의 소모되지 않겠지. 리플렉터는 사용하는 것 자체가 몸에 무리를 주기 때문에 지금 이 전투에서 사용하지 않는 거라 생각된다."

 

자신의 가정이 맞다면 리플렉터는 이 싸움에서 절대 나오지 않을 것이다.

리플렉터로 창조주의 힘을 사용해버리면 절대자와의 전투에서 열세에 머물게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너는 나에게 질 수 밖에 없다. 마음을 읽는다해도 나의 공격은 막을 수 없기 때문이지."

 

"훗, 무슨 소ㄹ.."

 

채애애앵!

 

'분명 공격한다는 생각이 없었을텐데..!'

 

지혜의 반지가 오작동할리가 없다.

그런데 어떻게 자신의 시선을 피해 공격할 수 있었을까?

무심코 그의 눈을 쳐다보았다.

 

'동공에 영점이 없잖아..!'

 

설마 공격을 막을 수 없다는 게 생각하지 않고 공격한다는 것이었는 줄은 상상도 못했다.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나보다.

아스본이 말했다.

 

"생각을 읽는 무구라면 생각을 안하면 간단하다."

 

'저 녀석은 수라다... 싸우는 것 외에 모든 것을 버린 자야..!'

 

빨려들어갈 것만 같은 엄청난 마력이 그를 감쌌다.

지배자의 권능이었다.

 

'빨리 막...?!'

 

생각이 읽혔다.

순간이었지만 공격의 강도와 궤도가 보였다.

 

'생각하지 않고 싸운다더니 허세였나?'

 

푸욱

 

"크...헉..."

 

어느샌가 아스본의 장검이 자신의 복부를 꿰뚫었다.

 

"어떻...게?"

 

그는 의뭉스러운 자신의 얼굴을 보며 유쾌하다는 듯이 비웃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생각을 한 것처럼 공격한 게 아니니까."

 

"!"

 

내가 이 미친 녀석을 이길 수 있을까...

리플렉터를 사용해야만 할까...

궁지에 몰리니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도저히 눈 앞의 사내를 리플렉터 없이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

 

'잠깐.'

 

내가 언제부터 절대자의 무구에 의지하게 된거지?

강력함 때문일까.

절대자의 무구때문에 자신의 실력을 은연 중에 완전히 무시하고 있었다.

 

'침착하게... 다시 가보자.'

 

그러고는 지혜의 반지 발동을 종료시켰다.

 

"호오. 탁월한 선택이군."

 

이제부터는 전면전이다.

순간의 실수가 모든 것을 결정 짓는다.

 

"... 와라."

 

보통 평범한 사람이라면 창조주의 힘을 가지고 있는 한 그것을 최대한 사용하여 눈 앞에 있는 최강의 적을 섬멸할 것이다.

하지만 가장 찬란한 광휘는 그런 생각이 자신에게 족쇄가 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창조주의 힘따위 없어도 자신은 강하다.

최초로 절대자에게 창조되었으며 아스본이 호위 무사로 임명되기 전까지 확실히 그가 아스본보다 월등히 강했다.

아스본은 분명 절대자에게 권능과 힘을 받아 자신보다 강해진 것은 맞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다.

자신은 아스본이 강해진만큼 약해진 것이 아니다.

그러니 분명 방해만 되는 창조주의 힘을 사용하지 않고 그를 죽일 방법이 존재할 것이다.

 

"창조주의 힘을 사용하지 않는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그런데, 나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으냐?"

 

"애초에 너는 나보다 약했던 때가 있었지. 넌 그 때에 비해 비약적으로 강해진 것 뿐이다. 그러니, 내가 이길 거다."

 

"헛소리. 네가 나를 뛰어넘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절대자님에게 반란을 일으킨 이상 절대로."

 

절대자의 힘은 실로 막강하다.

당장 군주들과 협력해서 싸운다해도 피해는 막심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직접 하사하는 권능과 힘을 받은 아스본이 그의 경지에 가까워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웃기지 마라. 자신의 한계를 정해놓는 네 놈따위야 말로 나를 뛰어넘을 수 없을 것이다."

 

'꽤 낭패군.'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안에는 완전 엉망이다.

폭주의 여파로 몸의 마력이 뒤죽박죽으로 엉켜있어 제 실력을 못내는 것에 더해 겨우 재생된 날개가 이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타들어가고 있다.

한 번은 폭주로 끝났지만 그 다음은 장담하지 못한다.

 

"월룡섬아!"

 

"그림자."

 

모든 것들을 환하게 밝혀줄 달빛을 머금은 용과 모든 것을 집어삼킬 어둠을 머금은 그림자가 서로를 향해 돌진했다.

 

쿠.구구.구구구구

 

채앵!

 

"난도."

 

"섬광!"

 

캉! 캉! 카강! 카가강! 카가가각! 키익! 끼릭!

 

검과 검이 마찰하면서 엄청난 폭렬음이 발생했다.

심지어 너무나도 빠른 속도로 부딪힌 나머지 검의 일부분이 붉게 변해 녹아 흘러내릴 것만 같았다.

그것을 느낀 건지 둘은 검을 버리고 다른 검을 들었다.

 

"뇌멸격!"

 

"지배자의 권능."

 

쾅!

 

모든 것을 소멸시켜버릴 붉은 번개가 아스본에게 향했다.

하지만 아스본은 지배자의 권능을 사용해서 공격을 막았다.

 

'큭. 흩어지지 않았나?'

 

원래는 마력을 흐트러지게 할 속셈이었으나 그게 되지 않자 튕겨내기로 마음을 바꿨다.

하지만 그것도 되지 않아 막는 것에 그쳤다.

 

'저 녀석의 힘이... 점점 올라가고 있다.'

 

좀 전의 전투에서 자신의 기술을 분석하고 반격하며 힘의 크기가 상승되었을 것이다.

 

'성가시군.'

 

뇌멸격은 찬란의 최강의 기술이다.

붉은 번개에 닿으면 '버틸' 수단 자체가 사라진다.

맞는 즉시 영체가 소멸되는 '파멸의 숨결'과 비슷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기 때문에 마력을 흩어지게 하려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이렇게 된 이상... 이판사판이다.'

 

"벌써 끝인가...!"

 

"신속, 난도!"

 

엄청난 속도로 돌진해왔다.

이전보다 더욱 빠른 속도였다.

 

"난도."

 

투두두두두두두

 

"난도."

 

투두두두두두두

 

"난도."

 

투두두두두두두 

 

"크윽..!"

 

기술의 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빠르다.

지금까지는 봐줬다는 듯한 엄청난 속도로 공격 했다.

분명 난도에 지배자의 권능이 감겨 있을 것이다.

 

'근데... 이 위화감은... 뭐지?'

 

아까부터 아스본의 공격에 위화감이 들었다.

살의는 담겨있었으나 급소를 노리고 있지 않았다.

적을 죽이지 않으면 자신이 죽는 전장에서 급소를 노리지 않는 공격은 제 명을 재촉하는 것과 다름 없는 행위다.

그렇기 때문에 더 이상했다.

왜 급소를 노리고 공격하지 않는것인가?

설마 아직도 나를 '제압'할 생각인것인가?

 

"월룡섬아."

 

스스스스스스

 

전투가 소강 상태가 될때마다 월룡섬아를 날려보았지만 지배자의 권능에 의해 닿지도 않고 사라졌다.

오히려 마력만 낭비한 셈이었지만 특이점 1개를 찾아냈다.

 

'난도질 후에 잠깐을 멈추고 내가 월룡섬아를 날릴 때는 반응이 느려...'

 

이상하리만큼 반응이 느려서 어떻게든 1대라도 맞출 수 있을거라 이때까지 월룡섬아를 날렸다.

그런데 반응만 느린거지 마력이 흩어지는 것은 똑같았다.

마력이 흩어지면 반응을 한 모습이 보였고 다시 덤벼들어왔다.

그 행동으로 알게 되었다.

분명 소모되는 마력이 폭주 전과는 비교도 못할 정도로 빠르다는 것이다.

그런데 반응이 느리면 섬광으로 공격해도 됐다.

하지만 안된다.

그가 공격을 끊고 소강 상태에 들어가면 손가락 까딱할 힘조차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마력 소모가 적은 월룡섬아를 날리는 것이 한계다.

 

"덤벼라. 왜 멀뚱멀뚱 서있지?"

 

"닥쳐..."

 

'이대로 전투가 계속되면 나는 죽는다.'

 

분명 겉으로는 우위를 점하고 있어 보이지만 날개가 이제는 완전히 한계다.

겨우 형체를 유지할 정도라 기술 사용 도중 눈앞이 핑 도는 현상이 몇 번이나 나왔다.

다행히 기습은 지배자의 권능이 막아주었지만 마력이 몸에서 그만큼 빠져나가자 반응하는 게 문제였다.

이대로면 한 대 제대로 맞으면 바로 끝장이다.

 

"시간을 끄는 이유가 뭐지?"

 

"시간을... 끈다고..? 내가?"

 

"나를 자극해서 창조주의 힘을 사용하게 한 후 절대자에게 패배시키려는 게 너의 첫 계획 아니었나?"

 

맞았다.

어차피 패배는 정해져 있는 전투니까 최대한 전력을 반감시키기 위해 정면 돌파를 선택한 것이다.

그런데 시간을 끌고 있다고?

아니, 시간을 끄는 게 아니지만 무의식적으로 시간을 끌고 있었다.

 

'5분... 아니 3분 정도인가...'

 

마지막까지, 내 팔이 떨어져도 다리로, 다리가 떨어져도 입으로 물어뜯을 것이다.

목숨을 건 각오는 이미 한 지 오래다.

더 빠르게, 더 강하게, 더 날카롭게!

 

우우우우우우우웅!

 

"뭐냐? 그 모습은!!"

 

"이건..."

 

'내 안에 있던 광휘로서의... 힘?'

 

몸 안에서 느껴지던 광휘의 마력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군주의 힘만이 느껴질 뿐이었다.

하지만 광휘의 마력이 몸을 떠나려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을 강화시켰다.

마치 군주들이 사용하는 '영체화'와 같았다.

 

'이것이... 나의 최후의 힘인가...'

 

마치 작별인사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기운이 몸에서 빠져나가기 전에 찬란을 죽이면 나의 승, 기운이 먼저 빠져나가면 찬란의 승이다.

 

"간다..!"

 

"와라...!

 

스스스스스스스스스스스스

 

"뇌멸격...!"

 

"지배자의 권능!"

 

콰과과과광!!

 

여럿의 운명을 바꿀 진정한 최후의 싸움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챙! 채앵! 채애앵! 채애애애애앵!

 

한 때 고요만 맴돌던 가장 깊은 협곡에는 검과 검의 마찰로 인한 굉음만이 가득했다.

숨이 터져나오는 소리도, 신음도 아무 말 없이 검과 검의 대결이 이어지고 있었다.

기술조차 사용되지 않았다.

애초에 기술을 사용할 마력은 이미 다 써버린지라 서로 섬광과 신속 만을 사용하여 전투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얼마나 격렬했으면 부러진 검만 해도 10자루가 넘었다.

얼핏 보기에는 대등해 보였다.

하지만 서로가 생각하기에는 서로가 밀리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 덕에 서로 치명적인 공격을 행하지 못하고 있었고 자잘한 상처들만 늘어나고 있었다.

 

'큰일이군... 날개가 완전이 넝마짝이 됐어...'

 

'점점 밀린다... 광휘의 기운은 언제 소멸되는거지..?'

 

서로가 서로의 힘이 다할 때까지 악으로 깡으로 버티면서 공방을 다하고 있었다.

광휘의 기운이 사라지는 것이 먼저인지, 체력이 다하는 것이 먼저인지.

벌써 약 3분 가량 지났으나 서로는 300년 간 전투를 한 느낌을 받았다.

그만큼 엄청나게 지쳐 피폐해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섬광을 사용하는 마력이 다 닳아버리자 전투를 중지하기 위해 찬란이 용맹에게 말을 걸었다.

 

"야, 잠ㄲ..."

 

채앵!

 

"문답무... 용..!"

 

신속을 유지할 마력이 사라지긴했어도 시간을 주어선 안된다.

어차피 광휘의 기운이 사라지면 죽을 목숨.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치명상을 입히기 위해 싸운다!

 

"야 이 멍청아! 너 그러다가 진짜 죽는다고!"

 

"이제 와서 옛 친우를 걱정 하는 것이냐?"

 

카강!

 

"정말 제정신인거냐! 절대자가 뭐라고 이렇게까지 나를 막아서는 거냐!"

 

"주군. 나의 영원한 주군이자 너희들의 주군이다. 그런 그를 왜 배신하는 건지 더 궁금하구나!"

 

"멍청한! 주군이라는 놈이 자신의 부하들이 죽어나가는 꼴을 보고 즐기는 놈이냐? 그딴 게 주군이냔 말이다!!"

 

절대자는 폭군이다.

자신들의 말을 들어주는 척 하면서 무시한다.

아마도 그는 군주들에게도 힘을 내어주었을 것이다.

안그러면 파멸의 군주가 완벽한 파멸의 숨결을 완성할 수 없었을 것이다.

 

"죽어라..! 아스본!"

 

깡!

 

아스본의 검이 두 동강 났다.

 

'아뿔싸..!'

 

아스본이 두 동강 난 검에 개의치 않는다는 눈빛으로 자신의 심장에 왼손을 갖다대고 외쳤다.

 

"지배자의 권...!"

 

퍼엉!

 

"?!"

 

지배자의 권능이 발산되기 전 느껴졌던 강렬한 마력의 폭발.

누가 사용했는지는 모르겠어도 덕분에 목숨을 건졌고, 아스본의 상체에 광활한 구멍이 뚫렸다.

 

"늦지는 않은 듯 합니다만... 그렇죠, 찬란님?"

 

벨리온과의 전투를 핑계로 연락이 두절되었던 지혜가 피 범벅인 벨리온의 머리를 끌고 찬란에게 말을 걸어왔다.

찬란은 어이가 없었다.

지혜의 반지를 얻고 나서는 지혜가 배신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으나 그녀를 찾는 것보다 아스본 섬멸을 우선시했다.

어차피 자신에게 대항할 힘따위 존재하지 않으니까.

그런 그녀가 벨리온의 시체를 가지고 자신 앞에 나타났다.

 

'벨리온...'

 

가장 소중한 존재가 죽음을 맞이했다.

비로소 완벽히 패배한 것을 실감했다.

 

"배신... 한 것 아니었나?"

 

"배신이라뇨... 배신을 한 것처럼 연기해서 적을 내부부터 박살낸 것 뿐이랍니다."

 

능청하게 되받아쳤기에 별로 탓할 기분이 나지 않았다.

아니, 그럴 기운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이와중에도 아스본의 목숨이 아직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빠른 속도로 생명이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은 느껴졌다.

 

"남길 말은... 있나?"

 

"......."

 

남길 말... 마지막이라는 것을 드디어 체감하게 되었다.

최후라는 단어는 자신과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에 유언이라는 것조차 생각한 적도 없다.

분명 이렇게 서서히 죽어갈게 아닌, 한 순간에 소멸 당할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냥 이대로 갈 작정이냐?"

 

"... 그래."

 

'미련한 놈...'

 

하다못해 마지막 말이라도 남기는 게 정상적인 생명체가 아닌가?

삶에 애착이 없던 것도 아니고 방금까지 목숨을 걸어가면서 싸워왔다.

적으로 돌아섰긴 했어도 한때 가장 의지했던 동료이자 친구였다.

아무리 서로를 증오한다하여도 지나간 과거는 바꿀 수 없었다.

증오스러운 존재가 눈 앞에서 죽어가고 있는데 후련하기는 커녕 안쓰럽고 죄책감이 느껴지려고 한다.

하다못해 잘 지내라던가 저주라던가 말을 꺼냈으면 마음이 더 편했을 것이다.

왜 아무 말도 남기지 않는 것인가.

왜 멍청하게 먼지로 변해가는 것인가.

왜 나를 불쌍하다는듯이 쳐다보는 것인가.

왜 눈만 감았다 뜨기를 반복하는 것인가.

왜 입을 닫고만 있는 것인가.

왜.

왜.

왜.

도대체...

왜!!!!!!!

 

"뭐라고 말 좀 해라!! 이 개자식아!!"

 

'왜 아무 말도 남기지 않는거냐!!!'

 

견딜 수 없었다.

아무말도 안하고 그가 세상에서 떠난다니, 견딜 수가 없었다.

바로 소멸했으면 모르겠지만 말을 남길 시간이 있었다.

그럼에도 멍청하게 입을 닫고 있다.

 

'제길...!'

 

죽여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지금 이 순간도 자신은 먼지로 변해가고 있었다.

머리 속에는 수많은 말이 떠돌아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입으로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성대가 고장난 것도 아닐텐데 미처 말이 나오지 못했다.

그도 그럴것이 방금까지 서로의 목숨을 앗아가기 위해 싸우고 있었던 적이 자신의 죽음을 보면서 분노함과 동시에 눈물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그런 그에게 유언이랍시고 저주라거나 멈추라거나 말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 말만큼은 꼭 해야만 했다.

 

"... 벨리온... 그를 포함한 내 모든... 군단의 병사들을... 내 영지의 성에다가 묻어...다오..."

 

광휘의 기운이 몸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몸이 먼지로 변하는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지기 시작했다.

마지막 말만큼은 남기고 가야했다.

 

"부디... 안식을 얻기를... 나의 충직한 심복이자 친우였던... 벨리온이여..."

 

파스스스스스스......

 

가장 용맹하고도 가장 강력했던 광휘.

찬란보다 더욱 강하고 현명한 리더였던 아스본.

가장 용맹한 광휘, 아스본은 엄청난 싸움으로 인해 평지로 변해버린 협곡에서 가장 지혜로운 광휘의 계략으로 인해 최후를 맞이했다.

 

죽음이란 덧 없는 것.

영면이라는 단어를 붙힐만큼 죽음은 가볍다.

지금도 전쟁 속에서 수많은 자들이 죽어나가고 있다.

그들의 영혼은 죽음으로서 안식을 취하게 되고 사라진다.

영체의 죽음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안식이라는 느낌을 받는 것과 동시에 완전히 존재가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오만한 착각이었다.

죽은 자들은 또다른 삶을 시작한다.

망자들의 차원인 '명계'에서.

선택은 자유롭다.

이곳에서 살 것인지, 아니면 환생할 것인지.

환생을 선택한다고 해도 아무에게나 해주는 것은 아니다.

환생을 할만큼 악행을 저지르지 않았는지, 또한 악행을 저지른만큼 벌을 받았는지를 판단한다.

즉, 선한 자들은 자기 마음대로 환생길에 오를 수 있었으나 악한 자들은 '염옥'이라는 곳에 수감되어 그동안의 악행을 참회하는 벌로 수많은 시간동안 불에 태워진다.

그리고 환생길에 올라도 이전 생보다 더하면 더했지, 악행을 덜 저지르지는 않는다.

그러다가 도를 넘어서면 염옥에서 완벽히 영혼 자체를 '삭제'시킨다.

그러면 왜 환생을 고집할까?

답은 간단하다.

명계에서는 악행에 따라 자신이 생활하는 주변 환경이 달라진다.

선한 자들은 선한 자들끼리 모여 살고 악한 자들은 악한 자들끼리 모여 산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악행을 저지른 자들은 삶이 점점 불행해질거고 결국은 탈출구로 환생을 선택하는 것이다.

환생은 수십, 수백번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무한히 가능하다.

그리고 환생을 하여 죽고 다시 명계로 돌아왔을 때 전생의 기억을 떠올리게 되고 그 자리에서 환생을 할지 말지 결정이 된다.

이런 얘기를 지금 왜 하냐면 나는 명계에 들어왔으나 들어오지 못한 상태였다.

명계의 인도자들과 주민, 심지어 관리자도 자신을 보지 못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지?"

 

죽기 직전을 몇번이고 되새겨보았다.

확실히 먼지가 되어서 죽었다.

영체라고는 해도 결국 다른 이들과 같은 죽음을 맞이했다.

하지만 명계의 그 누구도 자신을 인식하지 못했다.

마치 자신이 이곳에 속해서는 안된다는 것 같아보였다.

이변은 그 때 발생했다.

몸에서 검은 아지랑이가 슬슬 올라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느껴지는 고통, 절망, 분노, 증오를 비롯한 엄청난 것들이 몸으로 흡수되고 있었다.

자아조차 유지 못할 엄청난 악의가 몸에서 끓어올랐다.

 

'이게 무슨...?'

 

도저히 억제하기 불가능한 감정이 몸을 침식하기 시작했고 미처 힘을 갈무리할 생각조차 못한 체 어둠에 삼켜졌다.

어둠은 고요했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대기 중에 당연히 존재해야할 마력조차 느껴지지 않고 완벽히 외부와 차단되어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많이 지나있는지조차 느낄 수 없었다.

목소리도 나오지 않아 발버둥 쳐도 소용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가만히 서있었다.

외부 요인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확실히 이 어둠 때문에 명계의 존재들이 자신을 인식하지 못했던 것으로 유추되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눈 앞에서 빛이 보이더니 사람의 형상이 만들어졌다.

 

[이 말을 들을 때면 네가 죽고 명계로 간 뒤 어둠의 마력이 너를 침식했을 때다. 인과율을 무시하는 행위는 얼마 못가니 잘들어라.]

 

절대자의 형상이 나타나며 자신에게 말을 건넸다.

하지만 녹화된 영상인지 자신이 보이지 않는건지는 몰라도 목소리를 어떻게든 쥐어짜내 물어보았으나 무시하고 제 말만 했다.

.

.

.

.

.

 

[이곳에서 나가면 너는 더이상 광휘가 아닌 군주로, 그림자군주로 재탄생된다. 다음 생에는 네가 원하는대로 살아가도록 해라. 이곳에서 나갈 방법은 네가 잘 알것이다.]

 

뚝.

 

절대자의 말이 끊겼다.

그의 말은 충격적이었기 때문에 한동안 멍하게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자신의 죽음을 예견하고 죽었을 때 모든 것을 끝장내버릴 최악의 힘을 몸 속에 숨겨놨던 것이다.

어렴풋이 전력을 낼 때마다 느껴졌던 군주의 힘이 바로 그림자군주의 힘이었다.

또한 그림자군주의 힘을 완벽히 다스리기 위해서는 죽음이 필수였다고 한다.

이후 군주의 영역을 비롯한 그림자 추출과 그림자 교환, 그림자 강화와 같은 스킬을 습득했다.

이 기술을 습득하니 마음에 어둠이 점점 퍼져나가고 있는 것을 인식했다.

 

"내가 원하는대로 살아...라..."

 

절대자는 군주의 힘을 제게 심으면서 자신의 행복이 아닌 이 아스본의 행복을 바랬다.

자신의 가장 강력하고 소중한 심복에게 내리는 자비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니 이번 생의 목표는 하나다.

 

'광휘들을 죽이고 군주들 마저 죽인다.'

 

그림자군주의 힘으로 만들어낸 군단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영체의 추출은 불가능하지만 그들의 군단장들의 추출은 가능하다.

마력량 또한 광휘일 때와 차원이 다를 정도로 많아졌다.

결심은 끝났다.

이제는 반란군에게 정의의 철퇴를 내릴 차례이다.

 

"일어나라."

 

그림자군주의 외침에 맞춰 어둠이 걷히고 빛이 그의 몸을 감싸 앉았다.

이후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명계에서 빠져나가는 와중 의식을 잃었다.

 

---------------------------

 

"헉!"

 

의식을 잃고 나서 얼마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지만 눈을 뜨고 보니 익숙한 풍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내 영지였다.

 

'잠깐... 그렇다면..!'

 

곧바로 성으로 향했다.

성 앞에는 엄청난 산이 생겨져있었다.

아니, 산으로 착각할만큼 엄청난 언덕이 형성되어있었다.

저것은 무덤이었다.

 

'찬란... 유언이랍시고 지켜주긴 했구나..'

 

무덤에서 어두운 아지랑이가 올라왔다.

그들은 여전히 안식 속에 있을 것이다.

과연 그들을 무저갱에서 끌어올려야만 할까?

 

'고민따위 이미 끝냈다.'

 

그들에게는 미안해도 다시 생을 얻은 제게는 이제 눈에 뵈는 게 없다.

무덤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외쳤다.

 

《일어나라.》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엄청난 비명소리가 천지를 뒤덮었다.

그리고 그 소리를, 7명의 광휘가 감지했다.

 

"나의 충직한 부하들이여. 마지막으로 내게 힘을 빌려다오."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한 그들에게 명령을 내릴 권리는 없었다.

부탁만 했을 뿐.

 

"총군단장 벨리온, 더욱 강해지신 주군을 따르겠습니다."

 

그림자 병사들이 일제히 그를 향해 절을 올렸다.

그리고 7명의 광휘가 찾아왔다.

 

"!!!! 아스본?!"

 

'어떻게 살아있는거지? 아니, 아스본이 맞는 건가?'

 

아스본이라길랜 날개가 존재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빛의 힘이 완전히 검게 물들어져 어둠의 기운인 군주의 기운 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얼굴이 다르면 다른 사람이라고 착각할만큼 달라져있었다.

 

"느껴진다. 절대자를 죽였구나."

 

이 세상을 유지하던 존재 하나가 사라진 느낌은 되살아나자마자 알게 되었다.

 

"작별이다."

 

이후 그림자 교환으로 영지를 빠져나오고 차원의 틈새로 들어갔다.

광휘들은 그런 그를 막을 수 없었다.

그에게는 엄청난 증오심만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다행히 군주들은 혼세에 있었다.

그래서 고민을 했다.

 

'군주와 손을 잡아야하나...'

 

고민은 짧았다.

군주와 손을 잡고 휘하의 병력을 늘려갔다.

광휘, 아니 지배자들은 그에게서 연민을 지우고 전쟁을 재개했다.

그림자 군단이 음모에 의해 괴멸당했다.

레기아가 지배자들에게 끌려갔다.

차원의 틈새로 도망갔다.

지구를 발견했다.

설계자와 거래를 했다.

[성진우]를 발견했다.

 

"같이 지낸지 별로 되지 않았으나 즐거웠다."

 

"나야말로 당신에게 고맙다. 전대 그림자군주."

 

환하게 웃으며 화답했다.

그에게서 용맹했던 광휘 시절의 자신을 보았다.

 

"돌아가는 방법은 알고 있겠지?"

 

"그래."

 

'나는... 너니까.'

 

"일어나라."

 

[일어나라.]

[시스템 소멸 코드가 입력되었습니다.]

.

.

.

[전대 그림자군주 아스본이 무의 세계로 돌아갑니다.]

 

정말로 마지막이었다.

꽤나 만족스러운 인생이지 않았는가?

점점 감각이 사라지고 있었다.

광휘 때와 같이 서서히 몸이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미소는 잃지 않았다.

 

'부디, 너만큼은 지키고 싶은 것을 모두 지키고 괴물이 되지 않기를...'

 

[시스템을 삭제하시겠습니까? Y/N]

 

'안녕이다. 성진우.'

 

"예스."

 

흐릿하게 보이던 진우의 등이 눈 앞에서 사라졌다.

고통또한 사라졌다.

의식도 없어져갔다.

 

"끝이군."

 

가장 용맹했던 광휘이자 그림자군주였던 아스본은 보잘것 없다 여기던 인간 한 명에게 자신의 뒤를 맡기고 영원한 안식을 취했다.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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