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가을이 - 강연옥
피었다가 죽고
죽었다가 피는
억새 끝 하얀 그리움이
하늘을 쓸면
눈물 보이기 싫어
고개만 들다들다 높아진
파아란 가을 하늘엔
구름이 흘러왔다
구름이 지나간 흔적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가을이 오기까지
나는
부지런히 무엇을 하였고
부지런히 무엇을 하지 않으며
뿌리를 떠난 잎사귀처럼
어디에 내려앉을지도 모르는
먼지 알갱이 하나입니다
하늘과 땅이 가장 멀어지는
가을 속에서
향 없는 억새꽃이 흩뿌리는
그리움처럼
하늘에 오르지도
땅에 내려앉지도 못하고
익어가고 있습니다
내 인생의 가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