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 홍관희
부르기만 하고 더는 오지 않는 임아
기다리다 지친 내가 가리니
어둠 눕히며 돌돌돌 흐르는 물소리
들리거든 오지 않는 너도 오너라
그리움 때문에 아직껏 살아 있다는 거
백 번 만 번 이 땅에 얼굴 부비면
여기서 거까지는 얼마나 되느냐
세상 천지 숨소리 펄펄 넘칠 때
넘실넘실 달려 오라
살아서, 산 사람이 되어서
파도처럼 부서지며 오라 손짓하는
잘린 세월 팍팍 타도록 그리운 임아
너로 하여 들어 선 외로운 이 벌판
너는 아득히 깃발로 서서
오늘도 내일도 나부끼고만 있으려느냐
나보다 먼저 네가 살기 위해
너보다 먼저 우리가 살기 위해
나는 오늘도 맨살의 부끄럼으로
칼바람 부는 길에서 넘어져
웃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