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고(焚藁) - 이규보
少年著歌詞 (소년저가사) 어린 시절부터 시를 지어서
下筆元無疑 (하필원무의) 붓만 잡았다 하면 그만둘 줄 몰랐지
自謂如美玉 (자위여미옥) 아름다운 구슬이라고 내 먼저 자랑했으니
誰敢論瑕疵 (수감론하자) 그 누가 감히 흠집을 따졌으랴
後日復尋繹 (후일부심역) 뒷날 와 다시 들추어보니
每篇無好辭 (매편무호사) 편 편마다 좋은 글귀 하나도 없구나
不忍汚箱衍 (부인오상연) 글상자를 차마 더럽힐 순 없어
焚之付晨炊 (분지부신취) 밥짓는 아궁이에 불살라 버렸네
明年視今年 (명년시금년) 작년에 지었던 글도 올해에 다시 보니
棄擲一如斯 (기척일여시) 예전과 다름없어 또다시 버린다네
所以高常侍 (소이고상시) 옛시인 고적도 이런 까닭에
五十始爲詩 (오십시위시) 나이 쉰 되어서야 처음 詩를 지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