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문(杜門) - 이규보
爲避人間謗議騰 (위피인간방의등) 인간의 비방과 의론에 오름을 피하여
杜門高臥髮鬅鬙 (두문고와발붕승) 문 닫고 누우니 머리털만 덥수룩
初如蕩蕩懷春女 (초여탕탕회춘녀) 처음엔 마음 설레인 봄처녀 같더니만
漸作寥寥結夏僧 (점작요요결하승) 차츰 고요한 여름 참선하는 중이 되네
兒戱牽衣聊足樂 (아희견의료족락) 아이들이 장난치고 옷을 당겨도 그런대로 즐거울 수 있고
客來敲戶不須應 (객래고호부수응) 손이 와 문을 두드려도 꼭 응할 것 없네
窮通榮辱皆天賦 (궁통영욕개천부) 궁통과 영욕은 모두 하늘이 주는 것이니
斥鷃何曾羨大鵬 (척안하증선대붕) 같잖은 메추라기가 언제 대붕을 부러워 하더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