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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주
대갈맞나 | L:47/A:502
826/2,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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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0 | 조회 239 | 작성일 2019-02-24 02: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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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주

"왜 불러내고 그래.. 나 술 끊었다니깐.."

"아 진짜 김씨는 사람이 너무 꽉 막힌 게 탈이야, 한 잔쯤 어때서 그래?"

김씨. 최근 알게 된 공사장 건설업 동료. 

그래, 노가다판에서 알게 된 친구다.

사람이 참 착하고 일도 잘해서 언제 한 번 술이나 마시면서 친해져야겠노라 다짐한 것을 오늘 이룬 것이다.

조금 걷다 보이는 포장마차 안으로 들어간다.


"어서오십쇼-"

포장마차 주인치고는 꽤 젊은 남자가 반겨준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손님은 우리 말고는 없다.


"자, 앉아, 앉아. 오늘 내가 살 테니까."

"하, 안 된다니까.. 왜 이러나.."

"아 이 친구 정말? 내 술 한 잔 사겠다는데 그리 사양할 게 있나?"

내일 일도 쉬는 날이겠다, 친목도 다질 겸 해서 같이 마시면 좋지 않은가?

극구 부인하는 모습이 썩 자연스럽지는 않았다.


"그래, 자네, 후회하지 말게."

그제야 포기한 듯 자리에 퍽 앉는 모습이 기세가 포차의 술을 전부 마셔버릴 듯했다.

"그래 그래. 오늘 그냥 주머니 신경 쓰지 말고 다 거덜내뿌소."

하하 웃으며 자리에 앉는다.


술과 안주를 시키고,

술이 한 잔, 두 잔 들어가고,

손님들도 하나둘 들어오나 싶더니 어느새 만석.

처음에는 일 얘기, 다음엔 가족 얘기.

김씨는 아픈 딸이 있다고 한다. 딸이 병져 눕자 자신이 궂은일을 도맡아 할 수밖에 없었다는 흔한 이야기.


"그럼, 딸 안 아픈 젊은 시절엔 무슨 일을 했어?"

"음, 군인이었지.."

"아, 군인 좋구만. 어디? 육군? 해군?"

"아니, 특수부대였어. 이제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양놈들 말로 씨불여진.. 끅끅.."

술이 좀 들어가서 그런지 김씨는 많이 풀린 모습이었다.

"멋있구만.. 그래서, 딸이 아파서 어쩔 수 없이 그만둔 거야?"

"그랬지.. 계속 군 안에 있었으니 바깥 사정도 모르고, 무작정 나온 거지. 딸 얼굴도 보고.. 더 나은 돈벌이도 찾아보고 하려고.."

"그래, 더 나은 돈벌이는 찾았나?"

"처음엔 힘들었지. 군에서 10년을 넘게 있었으니 할 줄 아는 거라곤 군대 생활뿐이고.. 그래도 돈벌이가 잘되는 일이 있긴 있었어."

역시, 술이 인간관계의 윤활유와 같다고 했는가.

맨 처음 본 날부터 사람 사이에 벽을 두는 것 같던 김씨는, 어느새 이런 개인적인 얘기까지 꺼내 놓고 있다.

"무슨 일을 했나?"

"사람 죽이는 일."

순간 주위가 조용해졌다.

자리는 만석. 시끄러운 순간 말한 것이라 나와 김씨 말고는 아무도 못 들었으리라.

조금 후에 주변은 다시 시끄러워 졌지만, 우리 둘은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고 서로 쳐다보고만 있다.

"아하하, 이 사람 농담도."

가볍게 웃고 한 잔 따르는데, 김씨의 눈이 반쯤 풀려있는 사이에도 강렬한 눈빛을 쏘아 보냈다.

"농담이 아니야.."

"그런 게 있는 줄도 몰랐지. 할 줄 아는 건 칼질하고 총질하는 거뿐인데 그걸로 돈 벌어먹을 게 얼마나 많았겠어."

"처음엔 조폭 애들하고 관계돼서 일을 좀 하다 점점 더 커지더니, 아주, 아주 큰 데까지 연이 닿더구먼."

진심이 담긴 말투였기에, 나도 진정성 있게 들어주기로 했다.

"처음 사람 죽일 때 죄책감이 들지는 않던가?"

"음.. 그래, 박 씨는 내가 어때 보이요? 내가 사람 막 죽이는 나쁜 사람 같아?"

"아니, 김씨는 내가 본 사람 가운데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착한 사람이지.."

"그래, 맞아. 나 솔직히 사람 죽이는 거 정말 무서웠어. 그래도 어쩔 수 없었지. 그렇게 해야 돈이 생기는걸."

고개를 끄덕이며 듣는 척을 한다.

주변 사람들 하나둘이 이쪽을 흘깃거리는 게 보인다.

김씨는 그런 시선들을 아는지 모르는지, 술 한잔 마시고, 한마디 하고.

"맨 처음엔 웬 여자를 죽여달라 하데. 그래서 죽여줬지."

다시 한 잔 따라 마시더니,

"그런데, 일천 금이 떨어지더라 아닌가."

"사람 하나당 얼마씩 해서 몇 명을 죽였어."

이제 김씨의 눈은 술병만 쳐다보고 있다.

"그러다 나중에는 패싸움에도 엮이고.. 이 나라에 참 죽을 사람 많다는 생각도 들더구먼."

"근데, 그 일은 왜 그만뒀어?"

그제야 시선을 술병에서 내 쪽으로 옮긴 김씨의 눈은, 완전히 풀려있다.

눈을 몇 초간 맞추더니, 다시 술병으로 옮기고,

"죄책감은 처음 몇 번에 사라졌는데, 계속 사람을 죽였어.. 세 자릿수는 맞추고도 남을 만큼.."

"그랬더니, 문제가 생겨버렸지.. 술김이었지만 내 딸을 죽이려 한 거야.."

그 얘기를 듣자, 온몸에 소름이 끼치고, 팔뚝에는 닭살이 돋았다.


"그 날 이후로 그런 일에 손을 뗐지.. 그런데 그쪽 일이라는 게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더군."

"무슨 양복 입은 양아치 새끼들이 찾아와서 나를 잡아갔어. 그리고 대장이라는 놈 앞에 꿇어 앉히고 협박하지 뭔가."

"무슨 협박?"

"내가 일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내 딸을 죽이겠노라.. 하고.."

"그래서 그 자리에 있는 모두를 죽였지. 죽일 방법은 있어. 동기가 없을 뿐이지."

그쯤 되자,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로만 가득 찼다.

하지만 김씨는 그런 것은 신경도 안 쓰는 듯,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그래서 그대로 뒤가 켕기는 일 없도록.. 날 아는 놈들은 전부 죽였지.."

이제 포차 안의 사람들이 대놓고 쳐다보고 수군거린다.

"여긴 좀 시끄럽구만."

갑자기 일어선 김씨를 보고 사람들은 모두 흠칫 놀랐다. 나 또한.


"그래, 나가세. 좀 어수선하네그려."

술에 떡이 된 김씨를 부축하고 포장마차를 나섰다.


"오늘 김씨 술 사준다고 이틀 치 일당 다 써버렸구만... 하하."

"허허.. 미안하게 됐네.. 오랜만에 마시는 술이라 그렇게 달 수가 있나.."


"근데 말이야.. 박 씨, 내가 맨 처음에 사람 죽인 이야기 해 줬나?"

"그래, 했지. 웬 여자를 죽였다고 하지 않았나?"

"맞아, 그 여자야.. 그 여자를 죽이고 죄책감에 시달렸다는 말도 했는가?"

"했지. 하지만 곧 죄책감은 없어졌다고 말이야."

"아니.. 그건 거짓말이야. 죄책감은 몇 명을 죽이던, 죽을 만큼 나쁜 놈을 죽이던 항상 남더군.."


"처음으로 사람을 죽인 날.. 그날 나는 술집에 가서 진창 떡이 되도록 술을 마셨어.."

뭔가 이상했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거지?

"두 번째 살인에도, 세 번째 살인에도, 사람을 죽이고 나면 항상 끝없는 죄책감에 정신을 잃을 때까지 술을 마셨지.."

"박씨, 내가 왜 술을 끊은 지 알아?"

입이 굳어 대답하지 못했다. 하지만 김씨는 계속 바닥을 응시한 채 말을 이어갔다.

"사람을 죽이고 나면 술을 마시는 게 버릇이 되니까... 그 반대로 술을 마시면 사람을 죽이고 싶어지더라고.."

"아까 술 마실 때, 안주도 같이 시켰나?"

말없이 걷는다. 초조하다.

"이제 안주가 조금 필요할 것 같아."


옆구리에 뜨거운 것이 느껴진다.



멀어지는 의식 속에서, 그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자네, 후회하지 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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