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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게문학] 아바타라 리메이크 ㅡ 29화
갓오브하이스쿨 | L:33/A: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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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9-0 | 조회 670 | 작성일 2021-09-30 16: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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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게문학] 아바타라 리메이크 ㅡ 29화

저번화: https://m.chuing.net/zboard/zboard.php?id=whigh&page=1&sn1=1&db_sel=&r_type=&num=&divpage=12&best=&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62980

 

에메랄드 빛의 파도가 규칙적으로 부딪히는 백사장, 한 남자가 야자나무 그늘 아래에서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앉아 있었다. 그동안 파니메르의 '폭주'를 재현한답시고 실험실에만 쳐박혀 있던 강와신 박사가 드디어 잠깐 휴식을 취하러 나온 것이다. 이 섬 전체가 그의 소유였기에 휴식을 방해할 만한 요소도 전혀 없었다. 

 

'이 경치를 보니 오랜만에 그 날이 생각나는군...' 

 

그는 아주 옛날에도 이렇게 경치가 좋은 섬에 휴가를 나온 적이 있었다. 약 19년 전, 박무봉과 강와신의 기괴한 인연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19년 전, 어느 경치 좋은 해변가 

 

돈이 꽤나 많아 보이는 여러 명의 남성이 상당한 몸매의 미녀들에게 둘러싸여 마사지를 받고 있었다. 그 무리 중에서도 특히 지위가 높은 듯한 한 남자는, 휴대전화의 벨이 울리자 기다렸다는 듯이 비웃음을 흘리며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박 의원님? 오랜만입니다~ 그나저나 이번에 국회에 제출하신 그 법안 말입니다만... 이렇게 나오시면 곤란하죠. 검찰쪽 입장도 생각해 주셔야 하지 않습니까~" 

 

"얼마를 원하나." 

 

수화기 너머로 아무런 억양 없는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으나, 그는 호탕한 웃음으로 제안을 가볍게 물리쳤다. 

 

"크하하하하!!! 이거야 원... 이제 돈 몇 푼으로 퉁칠 상황 아니라는 건 아실텐데요~ 죄송하지만 이번엔 선을 넘으셨습니다. 조만간 검찰청에서 뵙겠습니다. 그동안 보내주신 용돈은 올바른 일에 잘~ 쓰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그가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어 버리자, 바로 옆에서 마사지를 받고 있던 남자도 씩 웃으며 입을 열었다. 

 

"다음주부터 특집으로 나갈겁니다. 비리와 여자문제, 이 둘을 중심으로요. 땅에 떨어진 미래의 대통령 후보, 여권의 젊은 희망 박무진의 충격적인 실체, 어떻습니까?" 

 

"크흐흐흐흐... 녀석, 주제도 모르고 너무 나댔어. 지금 이 나라를 좌지우지 하는게 누군지 이제 곧 뼈저리게 깨닫게 되겠지, 박무진." 

 

"뭐, 강 검사님께 덤비는 순간 정치인생은 끝났다고 봐야겠죠." 

 

"상대를 보고 덤볐어야지. 크하하하핫!!" 

 

"하하하!!! 그러게 말입니다." 

 

강 검사라고 불린 남자와 그 일당은 큰 소리로 웃으며 승리를 자축했다. 이 나라에서 강 검사에게 덤빈다는 행위는 겁을 상실했다는 것과 같은 의미였던 것이다. 곧 박무진 의원이 저질렀던 온갖 부정부패들이, 아니 저지르지 않았던 것들까지 한꺼번에 신문 1면에 대문짝만하게 실릴 예정이었다. 

 

"크하하핫... 어?" 

 

그러나 그들의 웃음소리는 갑자기 불어온 거센 바람 소리에 묻혀 버렸다. 마치 자연재해를 암시하듯이, 하늘은 갑자기 어두워졌고 새들은 떼를 지어 섬 바깥으로 날아갔으며, 수심은 눈에 띄게 낮아지고 있었다. 

 

"갑자기 왜 이러지?!" 

 

강 검사 일행이 도대체 무슨 일인지 확인하기 위해 하늘을 올려다본 순간,

 

거대한 그림자가 섬 전체를 뒤덮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으으...' 

 

온 세상이 빙빙 도는 듯 했다. 강 검사는 겨우 정신을 붙잡고 주변의 상황을 파악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를 짓눌러 죽이려고 했던 그림자는 온데간데 없었다. 그건 다행이었지만, 문제는 땅도, 하늘도, 태양도 온데간데 없다는 것이다. 사방에 별이 떠 있긴 했지만 그것들은 결코 '태양'이 아니었다.

 

강 검사는 지금 우주 한복판에 있었다.

 

그는 별자리의 배치에서 조금이라도 정보를 얻으려고 미친듯이 주변을 둘러봤지만, 아무런 소득도 얻지 못했다. 강 검사 뿐만이 아니라 지구의 어떤 천문학자도 이곳이 어딘지 알아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건 사후세계인가? 난 죽은 건가...?' 

 

강 검사는 그제서야 자신의 몸을 느낄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아마 조금 전의 '그림자'가 그를 짓눌러 죽였을 것이다. 하지만 도대체 그 그림자의 정체가 뭔지, 다른 일행도 그와 같은 꼴을 당했는지, 아무것도 모른 채로는 편히 눈을 감을 수가 없었다. 

 

'?!!'

 

강 검사가 그런 생각을 하자마자 주변 풍경은 그가 조금 전까지 있었던 섬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섬의 광경은 차마 눈 뜨고 봐줄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렇게나 아름다웠던 자연은 손바닥 모양으로 깊히 짓눌려 있었고, '그림자' 아래에 있던 모든 생물은 한 조각의 시체도 남기지 못했다. 

 

'으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강 검사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비명을 질렀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주저앉아 비명을 지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육체가 없으니 실제로는 앉을 수도, 소리를 낼 수도 없던 것이다. 

 

한참이 지나고 정신을 가다듬은 강 검사는 그제서야 주변에 '움직이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살아남은 생물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마치 시간이 멈추기라도 한 것처럼 온 세상이 굳어버린 것이다. 

 

이상한 건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아까 정신이 들었을 때부터 주변의 풍경에서는 굉장한 이질감이 느껴졌던 것이다. 실제 세상이 아니라 무슨 홀로그램 속을 휘젓고 다니는 느낌이었다. 강 검사는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는 것처럼, 세상을 '바깥'에서 바라보고 있던 것이다. 

 

아니나다를까, 강 검사가 '시야'를 조금 넓히자 우주의 모든 시간대가 합쳐진 하나의 '덩어리'가 보였다. 더욱더 시야를 넓히니 현세 뿐만이 아니라 말 그대로 무한한 종류의 우주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과거부터 미래까지 모든 것이 현세와 완전히 동일한 우주들도 있었고, 역사나 물리법칙이 현세와 약간 혹은 현저히 다른 우주들도 있었다. 시간이 없고 공간만이 존재하는 우주도, 그 반대인 우주들도 있었으며, 시간이 '선'이 아닌 '면'의 형태를 이루고 있거나 아예 무한한 방향으로 확장되는 우주들도 있었다. 

 

무한한 우주가 모여 더 큰 우주의 입자를 이루며, 또 그 우주가 무한히 모여 더욱더 큰 우주의 입자를 이루는 것이 시작도 끝도 없이 계속 이어지는 우주들도 있었고, 시간도 공간도 물질도 에너지도 아닌 뭔가로 이루어져 우주라고 부르는 것조차 힘든 '구조'들도 있었다. 

 

이것조차 극히 일부에 불과했으며, 강 박사의 시야에 들어온 구조들을 전부 묘사하려면 무한한 페이지의 책으로도 한참 부족했다. 말 그대로, 이론상 존재할 수 있는 모든 형태의 구조가 다 존재하는 것 같았다. 

 

'이건 대체...' 

 

강 검사도 다중우주 이론이니 뭐니 하는게 있다는 건 대충 들은 적이 있었지만 이건 너무 심했다. 그렇다고 사후세계라고 부르기에도 괴상한 광경이었다. 이런 형태의 사후세계를 가진 신화나 종교는 들어본 적도 없었다. 

 

강 검사가 상상을 초월하는 광경에 압도당해 있던 와중에, 웬 고양이 한 마리가 갑자기 나타났다. 고양이도 강 검사와 마찬가지로 육신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지만, 어째서인지 그게 '고양이'라는 것과 미소를 짓고 있다는 것만큼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런 곳에 있다면 당연히 보통 고양이는 아닐 거라고 생각한 강 검사는 그 고양이에게 말을 건넸다. 정확히는, '생각'을 건넸다. 

 

'그... 혹시... 여기가 어딘지 아십니까?' 

 

'딱히 이름은 없고, 그냥 내가 여기저기로 이동하고 싶을 때 거쳐가는 영역이야.' 

 

'사후세계가 아닌 겁니까?!' 

 

'글쎄... 여기에 오지 않았다면 넌 진짜 사후세계로 갔을지도 모르지.' 

 

무슨 소린지 쉽게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고양이가 대답은 잘 해줬으니 강 검사는 계속 질문을 던졌다. 

 

'당신이 나를 여기로 부른겁니까?' 

 

'네가 나를 부른거야.' 

 

'내가 당신을 불렀다고요...?' 

 

'네가 나를 불러서 내가 널 부른거고, 내가 너를 불러서 네가 날 부른거야.' 

 

'왜... 그렇게 되는 거죠?' 

 

'다들 미쳤으니까. 너도 미쳤고, 나도 미쳤지.' 

 

'하지만... 난 미치지 않았는데...' 

 

'틀림없어. 미치지 않으면 여기 없을테니까.' 

 

이상하게도 대답을 들을수록 의문이 늘어나고 있었다. 강 검사는 자세한 정보를 얻는 건 포기하고 아까부터 가장 궁금했던 것을 물어보기로 했다. 

 

'그럼... 당신은 대체 누굽니까?' 

 

'내 힘을 빌리면서 내가 누군지 물어보는 거야??' 

 

고양이는 그렇게 말하며 갑자기 강 검사를 '현세' 속으로 다시 밀어넣었다.

 

"...!!!" 

 

강 검사는 어느새 섬에 돌아와 있었다. 아까와는 달리 주변의 풍경은 충분히 현실감이 있었고, 육체의 감각도 제대로 느껴졌다. 

 

'꿈... 이었나?' 

 

하지만 그럴리가 없었다. 강 검사의 눈앞에 펼쳐진 섬의 광경은 여전히 처참했다. 

 

"젠장..." 

 

그 순간, 강 검사는 아까의 '이상한 영역'에서는 과거와 미래도 한꺼번에 볼 수 있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리고 '고양이'는 분명 그 영역을 여기저기를 이동할 때 사용한다고 했다. 즉, 그 영역에 다시 갈 수 있다면 과거에 직접 개입해 이 참사를 예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 강 검사 차력 ㅡ 체셔 고양이 

 

그런 생각을 하자마자, 강 검사는 다시 '이상한 영역'에 와 있었다. 체셔 고양이와 계약한 그는 이제 세상의 안과 밖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아까 분명 '힘을 빌린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 고양이가 나한테 이 힘을 빌려준 건가? 대체 왜...??'

 

그에겐 아직 차력에 대한 지식이 없었지만, 기왕 힘을 빌리게 됐으니 사양하지 않기로 했다. 강 검사는 즉시 '일행'이 비행기를 타기 직전의 시간대에 손을 뻗어 그들의 비행기표를 슬쩍했다. 

 

"어? 뭐야? 윤 검사. 혹시 비행기표 자네한테 있나?" 

 

"네? 강 검사님이 갖고 계신거 아니었습니까?" 

 

"뭐? 그게 무슨... 황 검사!! 최 검사!! 비행기표 어딨어?!" 

 

이걸로 됐다. 이제 그들은 '사고'가 발생하는 시간대에 그 섬에 있을 수가 없다. 물론 오랜만의 휴가는 엉망이 되겠지만, 죽는 것보단 백배 천배 나은 일이다. 

 

'어..?'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조금 전까지도 난리를 쳤던 일행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직원에게 탑승권을 보여주며 비행기에 올라타고 있던 것이다. 잃어버린 표를 되찾거나 새로운 표를 구한 것도 아니다. 그들은 애초에 표를 잃어버린 적이 없었다. 

 

강 검사의 개입이 아예 '없던 일'이 돼버린 것이다. 

 

말로만 듣던 타임 패러독스인가 싶었지만, 이미 원인과 결과라는 틀을 벗어난 그에게 그따위 법칙이 통할 리는 없었다. 뭐가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강 검사는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든 역사를 바꾸기 위해 온갖 방법을 시도했다.

 

그러나 다른 행성, 은하, 우주의 역사에는 자유롭게 손댈 수 있을지언정, 지구의 역사만큼은 과거도 미래도 결코 변하는 일이 없었다. 아주 강력한 어떤 '의지'가 지구의 역사를 장악하고 있던 것이다. 그 의지가 '현재'라고 판단하는 시간대가 아니라면 어떤 사건도 바꿀 수가 없었다. 

 

사고를 막으려는 모든 시도가 실패한 강 검사는 결국 접근 방식을 '예방'에서 '복수'로 바꿨다. 섬에 생긴 자국의 형태를 보면 그게 단순한 자연재해일 가능성은 없었기 때문이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박무진 의원이 뭔가 수상했다. 일단 타이밍이 너무 절묘했던 것이다. 물론 한국의 국회의원 따위가 전쟁에서도 보기 힘든 규모의 파괴를 일으킬 수 있을 리는 없겠지만, 그래도 확인해서 나쁠건 없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말도 안 돼...' 

 

설마했는데 정말 박무봉의 소행이 맞았다. 더 충격적인 것은 그가 섬을 파괴한 '방법'이다. 사무실에 앉은 채 책상을 내리치는 것만으로, 수천 km 떨어진 섬에 정확히 똑같은 손바닥 자국을 낸 것이다. 

 

원래는 섬을 파괴한 원흉을 만나면 자는 새에 쥐도새도 모르게 칼침을 놓아줄 생각이었지만, 저런 괴물에게 그런게 통할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꼭 죽이는 것만이 복수는 아니다. 강 검사는 앞으로 박무봉에게 가장 끔찍한 인생을 선물해 줄 생각으로,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그의 일생을 전부 들여다보기로 했다. 

 

그러나 그는 단련되지 않은 정신으로 초월적인 힘을 연달아 사용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행동인지, 그리고 체셔 고양이의 '너는 미쳤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를 아직 모르고 있었다.

 

 

 

"당신은 이 세상을 개혁시킬 '왕의 운명'을 타고났습니다." 

"네가 소문의 신동인가 보구나? 듣던대로 인상 한 번 더~럽다. 이름은 또 그게 뭐누?" 

"천의무봉天衣無縫, 흠결이 없는 완벽함... 완성된 건 재미 없어. 무진無進, 다함이 없이 끝없는... 완성되진 않았지만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있는... 난 그게 훨씬 마음에 들어." 

"신이고 나발이고... 내가... 내가!! 다 죽여버릴거야!!!" 

 

'이... 이게 뭐야?!!' 

 

"국회의원이라니... 당치도 않습니다. 제 목표는 대통령." 

"신이 밉냐? 세상을 뒤집고 싶어? 그럼 나와 함께 가자꾸나." 

"세상을 지들 맘대로 줬다폈다 하는 변태들... '신神'. 그들을 하늘에서 떨어뜨릴 수 있는 존재들이지." 

"비겁하다 비난하지 않는 겁니까?!" 

"인간의,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세상!!" 

"나는... 절대신을 죽인다." 

 

'...' 

 

박무봉의 모든 이야기를 보게 된 그는 잠시 멍해져 있었다. '강 검사'로 살아온 기억보다도 더 많은 기억을 무방비로 받아들인 탓에, 자아에 큰 손상을 입은 것이다. 

 

'인간의,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세상을 만들려는 투쟁... 정말 원대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다...' 

 

지금까지의 '강 검사'는 이제 없었다. 그에게 남아 있는 것은 광기와 집착 뿐이었다. 순서는 반대였지만, 체셔 고양이의 '미쳤다'는 평가는 결국 사실이 되고 말았다. 

 

'그래, 좋다. 기회를 주마. 복수를 잠시 미루는 대신, 네놈의 이야기를 바로 옆에서 끝까지 지켜봐 주겠다.' 

 

그가 봤던 박무봉의 '엔딩'은 절대신 [마이트레야]를 죽이는 과정에서 자신도 소멸하는 것이었지만, 강 검사가 개입한다면 나비효과로 인해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만일 박무진 네놈이 걸어온 길이 진정으로 인류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고 밝혀진다면... 윤 검사, 황 검사, 최 검사의 목숨을 앗아가고 내 목숨까지 노린 대가는 그때 반드시 받아가마.'

 

그렇게 강 검사는 복수를 잊지 않기 위해 '강와신'으로 이름을 바꾼 뒤, 라그나로크로 세상이 혼란해진 틈을 타 연구원으로 신분을 위장해 박무봉의 밑에 들어갔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차력 덕분에 그는 누구와도 상대가 안 되는 정보력을 가지고 있었고, 차력학계의 톱이 되어 박무봉의 신뢰를 사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현재 

 

'그 날부터 지금까지 박무진을 지켜보고 있었지만... 과연 녀석이 해온 일은 옳은가?' 

 

에란겔 사태 이후 강 박사의 마음 속에는 이런 의심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아무리 차력의 '가능성' 덕분에 인류가 다시 번영할 수 있었다지만, 그 가능성이 차력사 한 명의 폭주로 우주를 끝장낼 수 있을 정도라면 그건 없느니만 못한게 아닐까? 

 

인류가 언젠가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서게 되어 적수가 없어진다고 해도, 그만큼 내전이 일어났을 때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의 피해와 함께 자멸할 위험이 커지는 게 아닐까? 

 

만일 차력연구팀이 한창 진행 중인 연구가 성공해 파니메르의 '폭주'를 재현할 수 있게 된다면, 그 기술이 어떻게 쓰이게 될지는 강 박사조차 상상할 수 없었다. 

 

'차력의 상용화는 과연 인류에게 약인가, 독인가... 독이라고 밝혀진다면 그 즉시 박무진을 끝장낼 생각이지만, 아직은 판단이 어렵군.' 

 

강 박사가 이런저런 생각 때문에 휴가를 제대로 즐기지도 못하고 있을 무렵, 갑자기 휴대전화의 벨소리가 울려퍼졌다. 

 

"여보세요? 특급 비상 상황이 아니면 연락하지 말라고 했을텐데..." 

 

"강 박사님... 세통령 각하께서 서거逝去하셨습니다..." 

 

"뭐?!" 

 

"동쪽과 서쪽 세력이 GOH 폐회식을 노려 한꺼번에 기습해왔고, 세통령께선 항전 끝에 결국... 요원들이 지금 시신을 수습해 돌아오는 길입니다." 

 

'박무진이 죽었다고? 전혀 보지 못했던 미래인데...' 

 

요즘 이런 일이 부쩍 늘었다. 그의 차력이라면 미래를 예지하는 정도가 아니라 시간의 바깥에서 미래를 '직접' 들여다볼 수 있었는데도, 본 적 없는 미래가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아마 절대신들이 난장판을 벌이게 될 [예언의 날]이 가까워졌기 때문일 것이다.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겠다. 그 전까지는 각하의 시신에 아무 짓도 하지 말도록."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강 박사는 즉시 전용기에 올라타 최고 속력으로 박무봉의 시신이 있는 곳을 향했다. 체셔 고양이의 힘이라면 단숨에 이동할 수 있었지만, 그가 이런 차력을 가지고 있다는 건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었기에 굳이 느린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박무진... 아직 [예언의 날]도 오지 않았는데... 네놈은 이렇게 끝나서는 안된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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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33/A:602]
갓오브하이스쿨
이번화는 분량이 조금 많군요...
2021-09-30 16:21:09
추천0
GOHKJNMC
우주의 연속된 시공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장소라면 강 검사가 간 곳은 우주보다 한 차원 높은 5차원 이상의 공간이었을지도 모르겠군요.
이번에는 내용이 상당히 어렵군요...... 곧 전공수업이 있는데 나중에 집에 도착하면 천천히 생각해 봐야겠네요.
그래도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2021-09-30 17:09:30
추천1
[L:33/A:602]
갓오브하이스쿨
체셔고양이의 영역에선 5차원의 공간이든 무한한 차원의 공간이든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이론상 존재할 수 있는 모든 물리적 구조의 '바깥'이니까요
이번화는 저도 쓰면서 내용이 어렵다고 생각했지만, 그만큼 쓰는 재미도 있더군요 ㅎㅎ
2021-09-30 20:28:49
추천0
[L:57/A:96]
반도의군인
매시버스를 압도하는 강력함 ㄷㄷ
2021-09-30 17:35:37
추천1
[L:33/A:602]
갓오브하이스쿨
고감도 선에서 간단히 컷
2021-09-30 20:29:31
추천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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