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티식스라고 부른 적은 없나고 했냐? 부른 적이 없는 것뿐이잖아! 댁은 우리가 좋아서 싸우고 있다는 생각이라고 했던 거냐? 댁네가 여기에 가둬놓고! 싸우라면서 강요하면서! 이 9년간 몇 백만 명이나 죽게 만들었잖아!! 그걸 막지도 않아놓고 그냥 매일 다정하게 말을 걸어줬으니까 그게 인간 취급해준 거였다니 잘도 그 딴 생각을 했어?! 애초에 댁은 우리의 진짜 이름조차 단 한번도 물어본 적이 없지 않냐고!!
아님 뭐지? 동료가 죽어도 아무 생각도 안 들 줄 알았어? 아 그럴지도 모르겠네. 우리는 댁들네 같은 고상한 인간님이랑은 다른 인간보다 못한 돼지 새끼들이었잖아! 아니라고? 뭐가 아니란 건데! 우리를 전장에 내팽겨치고 병기 취급하며 싸우게 해놓고는 자기만 벽 안에서 편안하게 강 건너 불구경이나 하면서 그런 상황을 태연한 표정으로 누리고 있는 지금 댁의 그 상태가! 돼지 취급이 아니면 대체 뭐란 거냐고!!
뭐가 안타까운데? 댁의 입장에서 보면 에이티식스 한 두마리 쯤은 어떻게 뒈지든 집에 돌아가면 깔끔히 잊어먹고 저녁밥 즐길 정도의 이야기밖에 안 되잖아? 그야 우리도 할 짓이 없었으니까 말야... 댁이 "나만큼은 차별 같은 거 안합니다. 돼지 취급 안합니다."라며 착각에 빠진 성녀놀이에 웃어넘길 수 있을 때라면 어울려줄게. 그래도 말야... 우리는 방금 막 동료가 죽었다고... 그런 때까지 댁의 위선에 어울려주진 못하겠거든. 그 정도는 알아처먹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