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클의 잘못된 만남
요크신시티 여단편부터 이어져오던 히소카와 클로로의 대결 떡밥은 지난 351~357화까지 이어지는 연재분에서 드디어 실현이 되었습니다.
오랜 기간 묵혀 두었으며, 각 캐릭터의 비중도 헌터 내에서 적지 않고, 주목도도 높은 캐릭터들의 맞대결이라
이 전부터 이 대결을 고대하시는 분들이 많았던걸로 기억 합니다.
허나 저에게 있어 막상 뚜껑을 깐 둘간의 결투는 적잖은 실망스러움 만을 남겼는데요
처음에는 그 실망감에 근원이 무엇인지 저 조차 뚜렷히 알수 없었으나 그 결정을 이루지 못한채 표피처럼 떠돌던 생각이 근간에는 구체적인
표상으로 떠오르게 되었는데
그 생각을 토대로 미력하게 나마
제가 실망했던 흔적들을 되짚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랜 기다림 - 느닷없는 전개
히클전은 도입부부터 심상치 않았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심상`이란 나쁜 의미로서의 `그것`인데 뭣보다 타이밍이 이상해요 이 대결의 시작점을 보고
있자면 드는 의문은 대체 왜 이 타이밍에..? 라는 생각이 절로 떠오르기 마련이죠
그만큼 뜬금없고 느닷없이 천공격투장 장내 mc의 멘트와 함께 둘의 격투는 시작 되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이 둘 대결의 싸움 장소의 무대가
천공 격투장이라는 것도 다소 의아하긴 했죠 ( 나중에 가서야 `만전`의 클로로를 의한 무대장치임이 드러나지 만요)
이렇듯 대결의 타이밍- 장소부터 엇나가기 시작한 둘의 대결은 첫 시작부터 삐걱 거리 시작 했습니다.
소재의 매몰된 캐릭터 - 과연 이게 최선 이었나..?
헌터의 오래된 팬이라면 알다시피- 이전까지의 히소카란 캐릭터를 형성하는 가장 주된 인자는 `자칭 최강`으로 무장된 극도의 나르시즘 적인 무언가에
기대고 있었습니다.
일부 독자들에게 강자들을 이리저리 피해 왔다는 오명을 뒤집어 쓰기도 했지만, 어찌됬던 히소카란 캐릭터를 받쳐주는 `모멘텀`이 이 `자칭최강`에
기인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누가 봐도 자명한 사실이였죠
결과론적으로 이 캐릭터의 근간은 이 대결에서 보기좋게 박살 납니다.
대결 중에서도 그렇거니와 (자칭 최강이라는 자가 승패가 결정 나지 않는 상황에서 저리 가벼히 자신의 죽음을 인지하고 사후넨이란 도박을 한다라..?)
대결이 끝난 이후에도 -만전의 클로로를 상대하기란 역시 어렵네- 식의 도저히 히소카의 대사라고는 믿을수 없는 흡사 정신승리에 가까운
드립을 해대며 이전과의 모습과 매치가 안되는 갭을 보이며 독자들의 혼란을 가중 시켰습니다.
물론 이 자칭최강이라는 기믹성이 깨진것이 불만 이라는건 아닙니다. 오히려 이런 장기간 연재를 하는 만화에 있어 중요 캐릭터의 외,내형적
설정의 탈바꿈은 연재간 긴 호흡을 위해서라도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하는 쪽이였거든요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저의 생각일 뿐이지 고유의 `설정`이란 면에서 볼때 히소카의 이런 예고 없는 변화는 좀처럼 받아들이기 힘든
변화라고 봐야겠죠
이점에 있어선 클로로 역시 별다를 바 없는데요 이전까지 다소 수다스러운 면이 없지는 않았지만 환영여단의 단장으로서 때와 장소에 걸맞는 묵직함은 항시
지니고 있던 클로로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그저 설명충남 으로 등극한채 입을 놀려대는 모습 또한 기존에는 볼수 없었던 모습이였죠
이 설명이 불필요 했다는 소리는 아닙니다. 오히려 대결 방식으로 보아왔을때 꼭 필요했던 설명 이였지요 다만 방식의 문제에 있어서 좀더 세련되게
연출할 방법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을 뿐이죠
또한 이들 만큼은 아니지만 군데군데에서 작중 영향력을 드러내던 여단의 멤버인 콜트피와 샤르나크의 경우 까마귀 밥으로 전략한채 갑작스러운
퇴장을 맞이하게 되는데
이 자체가 더 큰 이야기적 풍성함을 의한, 잔 가지치기의 일환 일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런식의 무심하고 냉정한 퇴장은 결코 유쾌한
일은 아니였을 거라 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처럼 작가가 캐릭터들의 성질을 변화시키고, 일부 주요 캐릭터들을 냉정하고 잔혹하게 퇴장시키며 전투와 이야기를 진행
시킨 주된 이유는 아마 이 때문이 였을거라 추정되는데요
(토가시의 인터뷰 번역본 내용중 일부.)
보는바와 같이 작가는 2번에 해당되는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적 요소를 자신의 만화속에 구현하고 싶었고
그로인해 캐릭터들은 작가의 의도에 알맞게 소비 되었을 뿐입니다.
분명 이 크리에이티브 하며 `날것`의 요소를 지니고 있던 좀비떼의 웅장한 군중씬은 그 자체로 놓고 봐도 이전 헌터에서는 찾아볼수 없었던
스피드함과 생동감이 있었으며, 좀비의 탈을쓴 클로로가 만든 인형들의 수없이 많은 무리의 움직임은 묘한 쾌감마저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부분들이 있어서 일까요?
히클을. 비롯한 군중들의 좀비적인 모습은 어디까지나 소재에 매몰되어 기능되고 있는 탓인지
색채를 잃은 유화- 혹은 빛깔을 잃은 보석의 그것처럼 무의미하게
전시되어 있는듯한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사라진 주제- 명분의 실종
지난 키메라엔트 편에서 메인 전투라 부를수 있었던 메르엠 vs 네테로전을 생각해 봅시다.
이 양측의 그럴듯한 명분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엔 인류와 변종 키메라엔트 `종`간의 `지구`를 둘러싼 물러설수 없는 거대한 세력 다툼의
클라이막스 같은 느낌이 있었죠, 그 자체가 주제 이기도 해ㅆ고요
네테로는 일평생을 무에 바치면서 자신과 자웅을 겨룰만한 `적`을 언제나 고대하고 있었고, 반면 메르엠은 태어날때는 지구 정복이란 목표가 있었지만
그 때에 이르러선, 애초의 목표감이 불확실해 지는 대신 자신의 `이름`에 대해 갈망을 하게되죠
네테로는 숙적을 원한 동시에, 메르엠의 이름을 우연찮게 알고 있었고 메르엠은 자신의 이름을 되찾길 원했으니 서로가 원하는것을 갖고 있었던
둘의 대결은 이렇듯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진행됩니다.
이들 대결의 과정은 또 어떠했나요? 어디까지나 복잡하기 보다 단순한 치고박기가 메인 이긴 했지만 여기선 그 단순한 심플함의 묘미를
한껏 살린 연출의 `묘`가 있었으며
네테로는 생애 최후의 각오가 맞물린 백식관음이 있었고, 메르엠 역시 이름을 되찾고 싶은 그 열정- 그리고 코무기와 군의를 통해 단련된 수싸움을 통해
백식관음의 파훼를 하게 되죠
끝내는 마지막 `필사기` 였던 백식제로 조차 메르엠에게 통하질 않자 모든 오오라를 소비해 보통의 늙은이로 돌아갔기에 최후의 수단으로써
인류애를 빙자한 다소의 비겁함으로 미리 심장안에 박아두었던 `로즈폭탄`을 사용해 메르엠을 사지로 몰아 붙이게 됩니다.
그로인해 메르엠은 그의 이름대로 모든것을 비추는 빛을 되찾았으나, 동시에 네테로의 `붉은살의`를 보게 되었고, 동시에 네테로 역시 숙적을 얻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숙적의 목숨을 앗아가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불살라 그의 명까지 앗아 가려 했습니다. 결국 그 자리에서 메르엠의 목숨이 다하진
않았으나 그것이 원인이 되 `독사` 하였기에 네테로의 본래 악의에 가득한 살의마저 실현이 된 셈이지요
이 얼마나 비극적이고 장엄한 결말인가요?
그 자체로 둘의 대결의 결과는 어떤 신화적 원형을 갖추게 되었고 때문에 쉽사리 펌하할수 없는 무게감마저 지닐수 있게 됩니다.
그에 비하면 히-클전은 어떻던가요?
우선 대결의 동기부터가 네-메에 비하면 조악하기 그지 없습니다.
히소카가 클로로를 결투 상대로 원하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세계관을 좌지우지 할만한 거창항 목표나 주제가 있다기 보다 그저 자칭 자신의 `장난감 컬렉션`
에서 그 당시 가장 붙었봤으면 하는 상대가 클로로 였을 뿐이고 그 때문에 스토커 마냥 클로로의 뒤를 쫓았기에 성사된 결투 였으며
클로로 역시 단장의 체면과 히소카의 `공`이 컸던 제넨의 대가도 생각하지 않을수는 없기에 귀찮지만 일종의 보상 형식으로 히소카와의 대전을
받아들이죠
다만 결코 만만히 볼수 없는 상대이기에 자신이 100% 이길수 있을만한 상황이 나올때까지 전력을 다해 도망치면서 `만전`이 될때까지
인내하고 또 인내하고 마침내 결투의 때를 맞이하게 됩니다.
여기 까지는 그렇다 칩시다. 사실 대결에 있어서 꼭 거창한 주제나 이유가 있어야 할 필요는 없으며 결투의 최우선은 단순히 재밌으면
된다라는 만화적 명제하에 놓고보면 이런것들은 사소한 문제 일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대부부의 이도 문화. 정치. 공감.
소통 문제 때로는 밥과 국의 위치를 정하는 일에서까지 반목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건 이건 현실이 아니며 더군다나
`메시지`나 주제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지난날의 헌터의 세계관을 생각해 보았을때 이 정도 위치와 영향력을 가진 캐릭터들간의 맞대결이
이토록 시시껄렁한 명분하에 싸운다는건, 흔히 말해 폼이 안살긴 합니다.
둘간의 대결에 있어서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닙니다.
여기엔 넨 능력자들의 대결에 있어 흔한 연출 장치로 쓰이던 두뇌와 수읽기 싸움은 교묘한 말장난과 설명을 가장한 얄팍한 속임수로 전략해 버리고
`배틀은 장단을 맞춰야` 한다는 히소카의 지론과는 달리 실제 대결의 양상은
그저 히소카만 신나서 달려 드는데에 반해, 클로로는 초반 데쉬 몇번을 제외하곤 철저히 자신의 능력을 통해 양산한 군중이란 방어막속에서 본인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둔채 자신의 100% 승률의 변수를 없애 나가는 데에만 집중을 하죠
이 또한 전략이라는건 저 역시 잘 알고 있습니다. 그걸 모르는 바는 아니에요, 그러나 이 둘간의 대결에서 우리 (독자) 들이 기대한건
흔한 롤플레잉 게임에서 접할수 있는 좀비떼를 거느린 부두술사와, 그 좀비떼를 일단 다 쳐죽여야, 부두술사와 대면할수 있는 힘겨운 인간으로 서의
싸움이 아니라
스킬헌터 로서 미지의 능력을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며 차가운 마음과 이지적인 두뇌로 상대를 끊임 없이 몰아 붙이는 클로로- 그리고 그에 대항하는
자신의 하츠인 `번지껌`의 응용력의 만렙 마스터이자 자신감으로 똘똥 뭉친 `매지션` 히소카의 모습 일거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뭣보다 이 대결의 핵심키는 `만전`의 클로로에 있었다기 보다 아무리 클로로급의 상대가 `만전` 이라고는 하지만 히소카 본인이 말했든
`넨의 오묘함을`을 온몸으로 보여주며 독자들이 예상하기 힘든 결정적인 한방을 보여줄거라는 기대감이 혼재 했다라고나 할까요?
하지만 나온 결과물은 아무리 상대가 클로로급의 만전 이였다곤 하지만 모하나 별다른 반격도 못하고 일방적으로 패배해 버린 한물간 쓰레기 매지션과
만전의 준비로 인해 히소카 정도의 상대와 결투를 하면서도 적은 피해만을 입은채 둘간의 격투 승부에선 완벽한 승리륵거 거뒀지만
부주의함과 안일함으로
여단의 행동을 보좌 했던 핵심 인물인 샤르나크와 콜트피를 잃는 우를 범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기대한 히.클전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져 버린것일까요?
그리고 왜 아직까지도 공투설을 엮어서 까지 히.클의 대결의 아쉬움을 달래고 있던걸까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건 어쩌면 일종의 `신기루` 였는지도 모르겠어요
자신들도 모르게 우리는
헌터의 세계관에서 강력하고 매력있는 두 캐릭터가 맞붙으면 나머지 부족한 명분이나 주제의식은 토가시가 자연스럽게 채워줄거라는 근거없는
막연한 기대감이 쌓아올린 `환상`속에 기대고 있던게 아닐까요?
히소카가 클로로에게 패배한 이후에 여전히
여단 이란 `환영`에 종속된 것 같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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