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안나 - 먼, 분홍
윤이월 매화는 혼자 보기 아까워
없는 그대 불러 같이 보는 꽃
생쌀 같은 그대 얼굴에 매화 한 송이 서툰 무늬로 올려놓고 싶었다
손가락 두 마디쯤 자르고 사흘만 같이 살고 싶었다
혼자 앓아누운 아침 어떻게 살아야 매화에 닿는가
꽃이라는 깊이 꽃이라는 질문
기름진 음식을 먹어도 배가 고팠다
매화는 분홍에서 핀다
분홍은 한낮의 소란을 물리친 색
점자처럼 더듬거리다 멈춰 서는 색
새벽 짐승처럼 네 발로 당신을 몇 번이나
옮겨 적었다 분홍이 멀다
먼, 분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