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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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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0 | 조회 114 | 작성일 2021-02-27 02:3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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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저는 26살 직장인 여성입니다.
제가 올해 초봄 즈음에 겪었던 일입니다.
당시 저는 방배동의 한 핸드폰가게에서 일했습니다. (물론 지금은 그만 두고 다른 직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일하고 있던 매장에는 화장실이 따로 없었는데, 화장실에 가려면 옆 건물의 화장실에 가야했습니다. 남자친구와 통화를 하기위해서 그 화장실을 빈번하게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주로 1층에 있는 화장실을 이용했지만, 그곳은 오래되고 남녀공용이라 2층 화장실을 이용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건은 그 2층 화장실에서 일어났습니다.

저는 남자친구와 통화를 많이 하는 편이라 전화로 다투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경험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누군가와 통화를 할 때에는. 특히 다투는 경우에는 주변을 신경 쓰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그 날도 남자친구와 통화하다가 다투었는데, 1층 화장실이 잠겨있어서 어쩔 수 없이 2층 화장실로 갔습니다. 두 칸 있는 화장실 중 왼쪽 칸에 들어갔고, 남자친구와 심하게 다투던 중이라 문도 잠그지 않고 통화에 집중했습니다.

한참 통화를 하고있는데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가 나는 겁니다. 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계속 통화를 하면서 저 사람 나가면 나도 나가야지 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통화를 하다 보니 신경 쓰이는 게 있었습니다. 결국 신경이 쓰여 통화를 마쳤는데, 분명 그 사람이 들어온 소리는 들었는데 나간 소리를 듣지 못한 겁니다. 시간이 한참 흘렀는데도 말이죠.

그 때부터 다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척하면서 계속 통화하는 시늉을 했습니다. 말 그대로 혼자 떠든 거죠. 그러면서 밖의 누군가에게 계속 집중했습니다. 보이진 않지만 그 사람은 숨을 죽이며 제가 나오기만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혹시나 싶어서 문아래 아주 조그마한 틈으로 아직 있는지 확인이라도 하고 싶어서 엎드린 자세로 숨죽이며 계속 통화하는 시늉을 하며 보았습니다.

그 순간 진짜 소리 지를 뻔 한 것을 가까스로 참아내고 바로 고개를 들었습니다. 그 틈사이로 보는 순간 제 눈에 들어온 것은 다름 아닌 그 사람의 눈이었던 것입니다. 그 사람 역시 숨죽이며 그 틈사이로 저를 몰래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 순간 눈이 마주친 거죠.

심장이 터져 나갈 것 같았지만, 잽싸게 핸드폰을 진동으로 바꾸고 남자친구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매장전화번호와 함께 사장님을 불러달라는 메시지를.

문자를 보내고 사장님이 오신 건 정말 1, 2분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 짧은 시간이 몇 십 년 같았습니다. 절 부르시는 사장님 목소리를 듣고서야 저는 다리에 힘이 풀리고 그 자리에서 엉엉 울고 말았습니다.

나중에 사장님한테 들었는데 20대 초반의 젊은 남자였는데 품안에 뭔가 숨기며 당황한 모습으로 나가더랍니다. 정황을 잘 모르시는 사장님은 제가 무슨 일이 났나, 저만 찾기에 급급하셔서 그 사람에게 신경 쓰지 않았다고 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너무 소름이 끼칩니다. 아직도 그때 그 남자의 눈빛을 잊지 못합니다. 그 이후로 저는 아무리 낮이어도 인적이 드문 화장실은 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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