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골목의 일상 intro
뒷골목의 일상 - 은행털이 편
달조차 뜨지 않은 밤, 주택가 근처에서는 아무 것도 볼 수 없다. 불빛을 비추면 벌레나
고양이라도 볼 수 있겠지만, 아쉽게도 이 주변에는 어둠뿐이다. 당장이라도 귀신이 나올
것처럼 어둡고 너무 조용해서 음침한 동네다.
그런 동네의 한 골목에서 신음소리가 흘러나온다.
"으, 으윽."
소리가 난 곳에는 사내 두 명이 쓰러져 있다. 한 명은 바닥에 누워 신음하고, 다른 한 명
은 벽에 기댄 채 주저앉아 있다. 둘 다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도 호흡이
안정되지 않는다. 몸을 움직이기 힘들만큼 큰 상처를 입은 데다가 그 상처를 낸 사람이 바
로 앞에 있기 때문이다.
불빛 한 점이 사내들 앞에서 뿜어져 나온다. 핸드폰이 발하는 그 불빛은 한 여자의 얼굴
을 비췃다. 앳된 얼굴을 한 여자였지만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금발과 왼쪽 뺨에 새겨진 물
방울 문양, 그리고 상의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 짧은 바지, 손에 묻은 피는 여자를 대학
생 정도로 보이게 했다.
불빛 때문에 여자의 눈이 빛난다. 그 눈에 비춰지는 건 쓰러져 있는 남자들의 사생활이
었다. 여자는 남의 핸드폰을 멋대로 뺏어들고 말했다.
"오빠들, 핸드폰에 번호 하나 남길 테니까 좀 더 큰물에서 놀아. 의미 없이 양아치 짓 하
지 말고."
여자는 한 마디를 내뱉더니 다시 핸드폰을 만졌다. 쓰러진 남자의 핸드폰을 자기 것인 마
냥 살펴보는 그 모습은 '철면피'라는 단어가 딱 어울렸다.
남자는 가쁜 숨을 몰아쉬는 도중에 지친 목소리로 여자의 두꺼운 낯짝에 대고 말했다.
"뭐야, 너."
여자는 남자가 말을 했다는 사실이 상당히 의외라는 듯이 순간적으로 눈을 크게 떴다. 어
디까지나 순간, 잠깐이었다. 뒤이어 여자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야 뭐, 산책하다 양아치를 만난 불운한 여자지. 오빠들은 여자 한 명 잡고 놀려다가 쪽
팔리게 당한 천치들이고."
남자의 눈매가 매서워졌다. 하지만 움직일 수는 없는지 여자를 노려보는 게 고작이었다.
여자도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었다는 걸 느끼고 남자를 봤다. 그리고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조롱하듯 말했다.
"어머, 무서워라. 그래도 멋진 표정이네. 마음에 들어. 상으로 내가 뭐하는 사람인지 말해
줄게."
여자가 핸드폰 화면을 껐다. 더 이상 불빛도 주변을 밝히지 않았고 앳돼 보이는 얼굴도,
밝게 빛나던 눈도, 노란 머리칼도 어둠에 집어삼켜졌다. 당장이라도 검은 하늘과 서늘한 바
닥에 빨려 들어갈 듯한 뒷골목에서 여자는 말을 이어갔다.
"난 모든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보여주고 앞으로의 전망을 제시해주는 걸 전문적으로
해. 물론 제시하는 것뿐이야. 지금 오빠들 핸드폰에 번호 하나 적어준 것처럼 말이야."
반응이 없다. 여자가 남자한테 핸드폰을 던지자, 그제야 남자는 고통에 신음했다. 상처가
너무 심해서 고통을 표현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반응을 보이기 어려운 것이다.
그런 남자를 무시한 채 여자는 자기 할 말을 했다.
"너무 어렵나? 뭐, 간단히 말하자면 그거야."
뚜벅뚜벅 여자가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남자들과 멀어지며 속삭이듯 말했다.
"사기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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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적인 구상만 해두고 제대로 써둔게 없습니다.
그냥 글 써지는 만큼 올릴 생각이니 언제 또 올릴지도 장담할 수 없고
스토리도 엉성할 확률이 높지만 한번 써보려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