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과학도시의 마술결사-칠흑 같은 사내 Deep_Dark_Man
행간 1
칠흑 같은 사내 Deep_Dark_Man
어느 사내가 있었다. 그 사내를 처음 본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칠흑 같은 사내’.
그가 검은 피부를 가진 것도, 전신에 검은 옷을 걸친 것도 아니지만, 누구든 그를 봤을 때 그렇게 느끼고 그렇게 표현 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는 한적한 마을에 평범한 집과 흔한 곡괭이를 가졌지만, 보수를 준다는 말에 마을을 나섰다. 그 때 그 사내가 살던 세상이 뒤틀린 탓인지 그 마을 밖의 환경이 가혹한 탓인지 흉폭한 난쟁이나 사나운 오거, 공격적인 하피나 인간에게 증오심을 가진 인어 등 온갖 괴물들이 있었는데, 그는 그것들을 물리치고 그에 대한 보수를 챙겼다. 그 마을 사람 중 한 명은 그가 탐욕에 가득 차 그렇다고 하나, 그는 그 보수로 더 강한 무기나 장비를 갖추고 딱히 모으지는 않았다. 보수를 받는 조건이 사람을 살리는 일이든 괴물을 물리치는 일이든 주기만 하면 뭐든지 하였다. 설사 그 괴물이 시체조차 절벽으로 떨어뜨리는 거대 돌 골렘이든, 살이 탈 것만 같은 사막 속 피라미드의 큰 미라 괴물이든, 화염 지옥을 지키는 드래곤이든 가리지 않았다. 이를 보면 그가 딱히 명성이나 지위를 노리는 것 같지도 않았다. 분명 그 노고를 치하하기 충분한 거대한 성의 강력한 힘을 가진 성주도 죽이고 그의 장비마저 탈취하였다. 그 성주가 선한지는 악한지는 모른다. 일설에는 그 ‘칠흑 같은 사내’가 지옥의 악마나 심지어 신까지 죽였다고 하나, 정확한 근거는 없다. 그 사내를 본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보수를 주면 뭐든지 할 정도로 시원시원한 성격을 가진 듯 하였으나 그렇다고 해서 딱히 친하게 지내고 싶은 기분이나 용기는 들지 않고, 뭔가가 이상해 보인다는 것이었다. 마치 그는 살인을 원하는 것은 아니나, ‘목적’이라는 것이 결핍되어있는 듯 하다. 한때 그 세계의 ‘색’을 모조히 뺏은 거인 성주도 죽였다고 하나, 그것이 무엇을 위해서 했는지는 모르겠다.
정리하면, 그 ‘칠흑 같은 사내’는 선과 악의 구분이 전혀 없는, 애매모호한 사내였다.
그래서 나는 그 사내의 실체를 알기 위해 그가 있는 곳으로 찾아갔다. 그 사내를 처음 보자, 그저 ‘공허’, 그것만이 느껴졌다. 깊이를 알 수 없는 '공허'와 마주하자, 그가 딱히 적개심을 보인 것도 아닌데 그 순간 정신이 흐트러지고 사지가 굳어지는 느낌이 들었고, 공포심을 느끼게 되었다. 그 순간 내 머리 속에는 아직 미완성이나 최고의 영구성을 가진 결계가 생각나고 그것을 시행에 옮겼다. 내가 가끔 듣는 ‘위대한 마술사’라고는 하지만, 그 사내는 내가 어찌할 방도가 없는 무시무시한 자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미 결계가 발동되어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지는 못하지만, 방도가 달리 없다. 한 때 무시무시한 괴물들을 처치하였으나, 잘못하지도 않은 사람들을 무참히 살해하고 그가 지닌 잠재적인 위험성으로, 마술사인 나는 그를 ‘영속의 결계(永束之結界)’에 봉인하며, 이 글을 책으로 남겨 근처에 보관하는 바이다. 이 결계는 미완성이어 언제 풀리지는 모르나, 아마 1천년 정도는 끄떡없을 것이다.
이 사내의 육체와 정신은 멈춰있으며, 풀리게 되면 봉인하기 전의 상태일 것이다. 이 책을 참고로 하여, 봉인이 풀린 이후에는 이 사내를 말소할 방도가 있으리라 믿으며 이 글을 마친다.
-『칠흑 같은 사내의 봉인』, 마술사 멀린-
의 두 작품을 모르면 이해가 가지 않는군요. 말씀 감사합니다.
추천0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