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과 소년은 노래한다-1

“그쪽으로 간다!”

 모조 던전 속의 3m 크기의 골렘들이 거대한 팔을 위에서부터 아래로 휘두르듯 내리 찍는다. 몸을 돌려 피하자 방금까지 내가 있던 곳의 지면이 움푹 파이며 파편이 튀었다.

 “귀……찮다곳!”

 그 튄 파편을 힘껏 발로 차 그대로 골렘의 머리에 격추시킨다. 신체강화와 강도 경화 술식이 담겨있는 신발이라 내 발에는 아무런 피해도 없이, 골렘의 머리를 박살내버렸다.

 “오오! 한국의 호날두 탄…악. 왜 나한테도 맞추는 거야!”
 “넌 좀 맞아야 돼…….”

 전혀 진지하게 안하고 있잖아. 술식도 저장 안 해두고.

 “진지하게 좀 해라.”
 “후잉, 이런 상황에서 영창 하기 힘들단 말이야~.”

 미치겠네. 남은 골렘의 수는 얼핏 봐도 두 자릿수 인데.

 머릿속에서 짧은 고민을 하고, 빠르게 결과를 도출시켰다.

 “야, 무영창으로 가자.”
 “음? 계산 잘 못하는데.”
 “내가 즉석에서 교정해줄 테니까 그냥 해.”
 “오케이~.”
 
마나를 운용하는 정인이의 어깨에 손을 대자  마나의 흐름이 요동치는 게 느껴졌다. 이 바보, 아무리 무영창이라지만 뭐 이렇게 계산을 틀리는 거야. 정인이가 술식을 만드는데 필요한 마나를 운용하면, 계산이 틀린 부분을 내가 즉석으로 고친다. 고난이도의 기술이지만 다행히 무영창 마법은 성공했다.

 『스카디의 바람』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북유럽 신화에서나 나올법한 강한 북풍이 불어 수십 마리의 골렘을 집어삼킨다.

 이 바보 자식이, 아무리 무영창으로 사용 하라고 했지만 누가 최상급 마법을 쓰라 했냐고. 집중하자, 집중. 지금 여기서 계산이 틀려 제어를 못하면 내가 죽는다.
 
잠깐의 시간이 지난 뒤에야 북풍이 걷히고 골렘들은 모두 얼어붙어 있었다.

 “우와~. 모두 얼어붙어 있네. 짱이다~.”
 “……어떻게든…살아남았다.”

 정말 심장이 다 얼어붙는 것 같았단 말이야. 아, 정말 이번 시험 끝나면 밥 쏘라고 해야겠다. 스테이크 뷔페인 인백에서 먹을 거야.

 “자, 빨리빨리 가자고!”

 정인인 힘들어서 주저앉아 있는 내게 손을 내밀었다. 정말 근래에 보기 드문 젊은 체력의 소유자네. 나이는 같지만.

 “하하, 그래. 얼른-.”

 순간 정인이의 모습이 누군가의 그림자와 겹쳐서 보였다. 전혀 닮지도 않은 그녀석이랑.

 ‘자. 얼른 가자고, 파트너.’

 “……됐어.”

 정인이의 손을 무시하고 혼자서 몸을 일으켰다.

 “…자, 얼른 가자.”

 불쾌한 기억을 떠올려버린 황금같은 주말의 생고생에 어째서 참여하고 있는 건지 새삼 짜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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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대부터 마법이란 존재해왔다. 마(魔)를 조종하는“고대부터 마법이란 존재해왔다. 마(魔)를 조종하는 법(法). 그리고 그 이후 마력의 원동기인 세계수의 소실에 따른 ‘제 1의 빅뱅’으로 인해-야, 듣고 있어?!”
 
“예이, 듣고 있습니다~.”

 거짓말이다. 전혀 듣고 있지 않았다. 멍을 실컷 때리던 내 머리는 불과 3초 전에 다시 의식을 붙잡았다.

 “네 놈이 거짓부렁으로 내 인내심을 시험하는 게냐….”

 정인이의 오른손이 점차 차가워지며 주변에 드라이아이스처럼 안개가 발생한다.

 “너 이번 보충 시험까지 낙제하면 유급이잖아!”
 “그렇지 참.”
 그래서 이런 황금 같은 주말에도 이 녀석이랑 지긋지긋한 공부를 하고 있는 거였지.

 “너도 이번 시험 낙제하면 유급이긴 마찬가지잖아.”
 “윽, 그건…….”
 
낙제 위기 동료 정인(汀凐)이는 정곡에 찔려하는 듯했다. 근데 난 시험을 치르지 못해서 낙제라 치고 아마 저 녀석 점수가-.
 
“그 이상 뭔가를 떠올리지 마라.”

 살벌하게 웃고 있는 정인이의 뒤에 보이는 얼음의 창이 무서워서라도 이젠 스스로 생각할 자유마저 없애야 된다고 생각했다.

 이 녀석 『얼음』계열 마법만큼은 수준급이니 충분히 날 아기공룡 둘리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단 말이야.

 “그러고보니 부명 네가 나한테 배우는 건데 왜 네가 가리키는 것처럼 하는 건데.”

 내 질문에 정인이는 뻔뻔하게 대답했다.

 “원래 가르치면서 실력이 좋아지는 거야.”
 뻔뻔해…….

 “낙제나 하지 마. 네가 낙제하면 내가 귀찮아.”
 넌 낙제하면 분명 나까지 관여하게 할 것 같단 말이야.

 만일 시험점수를 충족하지 못했을 경우에 유급되지 않기 위한 특별 규칙. 보충시험에서 낙제판정을 받으면, 자신의 『팀』과 함께 ‘실전 시험’을 치러 통과할 경우 유급을 면하는 특별한 규칙이 있다. 근데 그 시험이 학교에서 실력자들도 꺼릴 정도로 어려운 데다, 어지간히 실전이 자신 있는 게 아니면 차라리 1등급을 맞는 게 더 쉽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애초에 낙제당할 정도의 학생 대부분은 마법도 낙제 수준이니, 이
를 노리고 만들어진 것이다. 게다가-

 “나랑 넌 팀도 아니잖아.”
 그렇다. 난 정인이와 팀도 아닌데다 누구와도 팀을 짤 생각이 없다. 그런데 문제는 정인이 녀석도 팀이 없는 터라 이번 보충 시험에서 탈락해, 특별 규칙에 적용되는 사람이 팀에 소속되지 않은 학생, 통칭 ‘언그룹’을 지명하면 그 학생은 강제적으로 시험을
치를 수밖에 없다. 만약 그 시험에서 떨어지면 같이 사이좋게 손잡고 퇴학.

 “너 만약 떨어지면 그 시험 볼 거지.”

 “당연하지~.”
 ……정말 뻔뻔하다.

 신이시여, 당신이 절 싫어하는 건 너무나도 잘 알지만 이렇게 애타게 기도드립니다. 원하신다면 제 하겐다즈 아이스크림도 바치겠습니다. 그거 학생의 용돈으로는 사치란 거 아시잖아요. 비록 제가 아이스크림을 싫어하지만 어쨌든 하겐다즈입니다. 그러니 부디 저 녀석이 통과하게 해주세요. 전 아직 퇴학당하기 싫습니다. 학교를 안다니는 건 좋지만, 퇴학당하면 저 맞아죽어요.

하지만 3일 후 결국 정인이는 보충시험 필기를 통과하지 못했다. 그 결과 내가 이곳에 있게 된 것이다.

특별 시험의 주제는 ‘모조 던전 통과하기’. 그리고 들어서자마자 수많은 골렘 떼를 만나게 되고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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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응시생들은 어떻게 되가고 있나.”
 “방금 전 무사히 마지막 관문의 입구까지 도착했습니다.”
 “호오, 그 시험의 마지막 관문까지? 이거 인재로군.”

 필기시험이 부족한 자들을 위한 실기 과목이지만 높은 난이도 때문에 어지간히 실기에 자신 있는 학생들도 마지막 관문까지 도달하는 경우마저 드물다. 그런 관문을 단 둘이서 통과하다니, 교장은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수염을 쓰다듬었다.

 “그런데 ‘그 학생’도 참가하다니 무슨 심경의 변화인지. 허허.”

 유쾌하게 웃고 있는 교장의 말에 정인이와 그 학생의 담임선생님이 말을 이었다.

 “그 학생은 ‘언그룹’이라 교칙에 의해 강제 참가하게 된 겁니다.”
 “하하, 운도 실력일세. 그래, 그 학생은 뭔가 보여주고 있나?”
 “애석하게도 현재까지 별다른 마법을 쓰지 않으면서, 그저 피하기만 할뿐이었습니다.”

 “하하, 그것도 대단하지 않은가. 마법도 쓰지 않고 최종 관문이라니. 이쪽의 여학생도 대단한가 보구만.

 교장이 이 학교의 교장을 맡게된 지 어연 20년, 오랜만에 보는 재밌는 학생들이었다.

 “예, 방금 『골렘의 관문』에서 『스카디의 바람』을 무영창으로 사용했습니다.”
 “무영창으로? 허허, 그거 대단하군, 인재야, 인재!”
 교장은 유쾌하단 듯 신나게 웃더니, 뭔가 재밌는 생각을 떠올린 듯한 눈을 했다.

 “이보게 최 선생. 교장 권한으로 최종 관문의 파수꾼을 『와이번』에서 『듀란달』로 바꾸는 게 어떤가.”

 “월급쟁이는 상사의 말을 따라야죠.”
"너무 그러지 말게……."
 와이번도 B+급 마수인데 그걸 듀란달로 바꿔버린다. 『사신』 카테고리에 드는 듀란달을 어떻게 상대할지…….
 
“재밌구만. 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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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영창이란?]이 세계관의 마법은 주문을 영창하는 방식으로 사용하게 됩니다. 이미 주문의 영창 자체가 계산식이라서 마법이 나오게 되는 거죠.
그럼 무영창 마법이란 무엇이냐, 수학문제로 따진다면 복잡한 함수문제를 머릿속에서 계산한다음에 정답을 말하는 것과 비슷하지만 훨씬 어려운 방식입니다.